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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아가 모 마틴의 우승에 눈물 흘린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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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자 모 마틴과의 지난 추억을 수줍게 말하는 김수아=윤영덕 기자


[헤럴드스포츠=최웅선 기자]지난 7월 영국 랭커셔의 로열 버크데일 골프클럽에서 열린 브리티시여자오픈 최종라운드를 지구 반대편에서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KLPGA투어 김수아(33 플레이보이골프)였다. ‘무명’ 모 마틴(미국)의 18번홀 이글 퍼트가 홀에 떨어지면서 우승이 확정되자 김수아의 두 뺨에 눈물이 흘러 내렸다.

“유색 인종이라고 차별하지 않고 성격이 좋아 주변에 친구들이 많았다”

낯선 미국 땅에서 마틴과 동고동락했던 김수아의 기억이다. 2부 투어 시절 마틴은 김수아의 ‘절친’이었다. 성적이 좋아 미디어와 인터뷰를 할 때 짧은 영어로 고생하는 김수아를 항상 옆에서 도와줬다. 연습라운드도 같이 했다. 김수아는 “모(마틴)가 워낙 작아서 투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모의 우승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란 희망을 가질 수 있었고 옛 추억도 생각났다”고 말했다.

김수아는 “모는 돈이 없어 하우징(공짜 민박)를 했지만 항상 꿈을 잃지 않는 소녀였다”고 회상한다. 추석 연휴가 시작된 지난 6일 신사동의 커피숍에서 만난 김수아는 마틴과의 인연을 이렇게 소개했다.

디자이너가 꿈이었던 김수아는 7살 때부터 미술공부를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꿈은 변하지 않았다. 당시 박세리의 열성 팬이었던 아버지(김철환)는 “전문직인 골프선수를 직업으로 선택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김수아를 골퍼의 길로 인도했다.

2001년 아마추어 딱지를 뗐다. 프로가 됐지만 당시 김수아가 나갈 수 있는 KLPGA투어는 10개 남짓이었다. 2003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LPGA 2부 투어와 KLPGA투어를 병행하다 이듬 해 미국으로 무대를 완전히 옮겼다. 미국LPGA투어가 아닌 2부 투어였다. 그리고 3년 뒤 2007년 대기자 신분으로 정규 투어를 맛본 김수아는 2008년 퀄리파잉스쿨을 2등으로 통과하며 정규투어에 당당하게 입성했다.

당시 LPGA투어를 평정하고 있던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연습라운드 기회를 잡았다. 소렌스탐은 ‘골프여제’답지 않게 무명인 김수아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투어 노하우’와 ‘스윙의 기술’을 꼼꼼히 알려줬다. 모든 게 새로웠다. 소렌스탐에게 배운 것을 소화하려면 연습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했다. 연습하는 걸 즐겼던 김수아는 연습에 더 매진했다.

김수아는 “대회가 끝나고 이동을 하면 하루는 쉬어야 하는데 월요일부터 쉬지 않고 연습에 매달렸다”며 “1,2라운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도 ‘무빙데이’인 3라운드에서 체력이 달려 무너졌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지금 생각해 보니 정상에 있는 선수들은 연습장에 잘 보이지 않았다. 골프를 즐기면서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한번은 체력이 바닥나 쓰러지며 병원 신세까지 져야 했다. 다시 일어나 2009년 Q스쿨에 다시 도전했지만 벽은 높았다. 김수아는 “아버지가 투어 경비를 댔고 어머니는 캐디백을 맸다. 또 대회가 끝나면 어머니가 운전까지 했고 내 식사까지 챙겼다. 나 때문에 고생하시는 부모님께 너무 죄송해 골프를 그만두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수아는 어머니(문월숙)의 설득으로 골프채를 다시 잡았다. 그래도 성적은 초라했다. 2009년 한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김수아가 LPGA 정규투어에서 거둔 최고성적은 34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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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시즌 KLPGA투어 시드전 최종라운드는 강풍이 대회장을 휩쓸었다. 성적은 최하위권으로 곤두박질 쳐 가망이 없었다. 하지만 ‘장갑 벗을 때까지 모른다’는 골프의 격언처럼 그는 최종라운드에서 강풍을 이겨내고 5언더파 67타를 쳐 100명이 넘는 선수들을 제치고 극적으로 풀 시드를 손에 쥐었다. 그러나 김수아는 자신의 존재감 한 번 드러내지 못했고 결국 2011년 시드전으로 돌아가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엔 시드전 탈락이었다. 시련의 연속이었지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김수아는 2부 투어(드림투어)에서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6차전에서 생애 처음으로 우승컵에 입맞춤했다.

KLPGA투어는 2014시즌 ‘ADT캡스 세이브 챌린지 ‘핸디캡 No.1을 지켜라!’는 슬로건 아래 매 대회 가장 어려운 핸디캡 1번 홀을 선정하고 해당 홀의 스코어를 누적 집계해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에게 우승상금 1000만원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난이도가 가장 높은 홀에서 안전하게 타수를 지키거나 줄이는 진정한 ‘골프여제’를 가리는 흥미로운 이벤트다. 김수아는 세이브 챌린지에서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골프선수로서 걸어온 길은 멀고도 험했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지키는 지혜를 터득한 셈이다.

김수아는 “어려운 홀일수록 타수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내 장점이기도 하다. ADT캡스 세이브 챌린지와 잘 맞는 것 같다”면서 “핸디캡 1번홀처럼 신중하게 플레이 해 선수생활을 마치기 전 우승해 KLPGA투어 위너스클럽에 이름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해 감동스토리의 주인공이 된 ‘절친’ 모 마틴처럼 김수아 또한 18년째 골프선수의 꿈을 향해 쉬지 않고 뛰고 있다. 그녀가 ‘세이브 퀸’으로 거듭나 베테랑의 힘을 보여주길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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