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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인터뷰]투어 복귀자금 마련 위해 친구의 캐디 백 맨 무명 이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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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자립해 투어 프로가 된 이아정.정선=윤영덕 기자


[헤럴드스포츠(강원도 정선)=최웅선 기자]투어 복귀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친구의 캐디 백을 맨 눈물 겨운 사연의 주인공이 있다. 무명 이아정(26)이다. 2008년 KLPGA투어 정회원이 된 이아정은 지난 해 동갑내기 친구의 백을 맸다. 그리고 올시즌 정규 투어에 복귀했다. 비록 조건부 시드권자지만 자신의 꿈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캐디를 하던 이아정은 정규 투어에 복귀한 반면 지난 해 정규투어에서 뛰던 친구는 시드를 잃고 2부 투어에서 뛰고 있다. 얄궃은 운명의 장난이다.

이아정은 중학교 2학년 때까지 테니스 선수를 꿈꿨다. 그러나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부모님의 권유로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하지만 골프가 재미없어 한 달도 안 돼 그만뒀다. 이아정은 고등학교 3학년에 진학하자 불쑥 다시 골프가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다시 골프채를 잡았다. 이아정은 “골프채를 다시 잡은 뚜렷한 이유는 없었다”며 “그냥 하고 싶어졌고 프로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골프를 시작한지 2년 만인 2008년 정회원이 됐다. 초고속으로 프로자격을 획득했지만 가정 형편상 아마추어 골퍼들을 대상으로 레슨을 병행했다. 돈이 모이자 레슨을 접고 연습에 매진했다. 그리고 3부 투어에서 뛰었다. 비록 3부 투어지만 2009년 우승의 달콤함도 맛봤다. 그리고 2부 투어로 한 계단 업그레이드 했다. 하지만 성적은 하위권이었다.

이아정은 돈이 없었다. 부모님께 손을 벌릴까도 고민했지만 스스로 해결하고 싶었다. 그래서 골프장 캐디를 하면서 연습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때 같은 스윙코치 밑에서 연습하던 친구가 자신의 캐디가 되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아정은 돈도 벌고 1부 투어도 경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받아 들였다.

이아정은 친구의 캐디를 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틈틈이 연습한 결과 58등으로 시드전을 통과했다. 함께 시드전에 출전했던 친구는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이아정은 “친구가 시드전에서 떨어진 것을 알고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런데 친구가 먼저 전화를 해 축하해 줬다. 괜히 미안했다”고 돌아봤다.

58등은 메이저 대회를 제외하곤 모두 나갈 수 있는 시드 순번이었지만 이아정에겐 스폰서가 없었다. 매 대회 입고 나갈 경기복이 가장 큰 문제였다. 투어 경비 조차 빠듯한 상황에서 새 옷을 사 입을 순 없었다. 그래서 경기가 끝나고 나면 서둘러 숙소로 돌아가 빨래를 했다. 이런 생활은 시즌 하반기에 접어 들었지만 변함이 없다. 그래도 이아정은 당당하다. 다른 선수들과 투어를 뛸 수 있다는 게 행복할 뿐이다.

이아정은 지난달 열린 제주 삼다수 마스터즈에서 생애 처음으로 우승을 넘봤지만 최종라운드에서 몇 홀을 남기고 스스로 무너져 공동 18위를 했다. 시즌 최고성적이었지만 아쉬움이 짙은 대회였다.

이아정은 29일 강원도 정선의 하이원CC에서 막을 올린 2014 채리티 하이원리조트 오픈을 단단히 벼렀다. 이 대회는 총상금 8억원에 우승상금 1억 6000만원이 걸려 있다. 상위권에 오르면 투어 카드를 유지할 수 있다. 샷감도 좋아 자신도 있었다. 그러나 1라운드에서 버디는 1개에 그치고 더블보기 2개와 보기 4개를 범해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아정은 “샷이 너무 잘 돼서 스코어에 상관없이 오늘 경기에 만족한다”며 “코스 매니지먼트를 잘못한 것이 나쁜 스코어로 이어졌다. 샷감이 좋기 때문에 내일 타수를 줄여 본선에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아정은 역경을 딛고 스스로 자립해 투어 프로가 됐다. 그 사이 웬만한 어려움은 쉽사리 넘길 수 있는 내성을 키웠다. 그래서인지 이아정은 “어려운 상황 속에 놓여 있다고 포기하지 않는다. 항상 길은 있다”는 말을 남기고 연습장으로 총총걸음을 옮겼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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