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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로 보는 스포츠](2)알거지의 몰락과 독수리 사관학교

짧은 사설 하나. 이 기사에도 당근 댓글이 붙었다. 좋다는 반응도 있지만 ‘이런 식의 기사도 있나’ 하며 생뚱맞아 하는 사람도 있다. 사랑에 정답이 없듯 기사도 정답이 없다. 그래서 “이것도 기사냐?”고 물으신다면 답은 ‘이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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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뚱이 이기면 댓글이 터진다. 류현진의 역투 모습.

음메, 기죽네 알리그

*김형준 칼럼 [오늘의MLB] (8.8) 류현진 7이닝 무실점 '시즌 13승'(8월 8일)

두 말이 필요 없는 류현진의 13승 쾌거! 그것도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강하다는 핵타선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7이닝 4K 무실점(2안타 1볼넷)이었으니 그날 최고의 스포츠뉴스였다. 기사가 올라오자마자 댓글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수 시간 만에 400개가 넘었다(최종적으로 4000개 육박. 역시 류뚱 파워!)
흥미로운 건 댓글의 내용. 단순히 기뻐하는 것만이 아니라 ‘알리그 빠돌이’에 대한 거침없는 공세가 이어졌다.

‘샌디에이고 상대로 7이닝 무실점한 류현진보다 천사네 상대해서 7이닝 1실점한 다나카나 7이닝 2실점한 달빛이 훨씬 어렵고 대단한 거라고 류현진 까내리던 매국노들 다 어디갔냐??’(영원한친구) *달빛은 다르비슈

‘알리그 타격최강 laa를 개털어 버렸으니 알리그 빠돌이들은 다쌰따 마우스하는 건가? 속시원하다.’(sh9****) *‘다쌰따 마우스’ 때문에 한참 고민했는데 ‘다 Shut the mouse’ 한영짬뽕표현ㅜㅜ.

좀 점잖게 정리된 버전은

‘이번 시즌 류현진은 에인절스전 1경기 출전 7이닝 무실점, 다나카는 에인절스전 1경기 출전 6.1이닝 2실점 홈런 1방 허용, 다르빗슈 2경기 출전 12.1이닝 8실점 홈런 4방 허용, 류현진이 다나카, 다르빗슈보다 에인절스전 성적이 좋군.’

이렇게 ‘알거지들 사망(현수막)’ 축포가 봇물 터지듯 나오는 걸 보니 과거 우리 류뚱의 기량과 관련해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의 덕을 본다’는 폄하론이 제법 제기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늦었지만, 그리고 이제는 해명이 됐지만 알거지들 사망해서 덩달아 기분이 좋다.

부록은 역시 류현진의 영원한 고향팀 한화에 견준 송곳댓글.

‘류현진13승 = 앨버스4승+이태양4승+유창식3승+타투스코1승+송창현1승(supremer)’

그리고 ‘류현진 싸게 팔았다고 보라스 호구라니.. 텍사스가면 전기톱 맞을 놈인데 보라스(탁뉨 )’도 표현력이 참 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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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하면 누구는 괴롭다. '한신의 수호신' 오승환.

현해탄 사이로 댓글

*‘1⅓이닝 퍼펙트’ 오승환, 히로시마전서 26세이브(같은 날 저녁, 마이데일리, 김진성 기자)
이것도 설명이 필요 없다. 마치 류현진의 MLB선전을 축하하듯 일본에서는 한신의 수호신 오승환이 퍼펙트 세이브를 올렸다.

‘오뚜기케찹’님의 댓글이 베이스볼 코리아 만세를 잘 압축한다.

‘류현진 13승, 이대호 2안타 1타점 결승타, 오승환 26세이브. 오늘 해외파들 모두 흥하는구나ㅋㅋㅋㅋ.’

그런데 이 기사 댓글에도 살짝 디스가 끼어든다.

‘임창용 보다 오승환 보니 눈 정화되네.(수연)’
‘삼)우리형 보고싶어ㅠㅠ 요즘 9회 삼성 보면 암 생기겠다.(교땡)’

마무리 수난시대를 맞은 국내 프로야구가 빠질 리 없었다. 더 극적인 것은 현장성까지 가미된 것.

‘삼성은 지금 8회에 5점 상납하고 역전 당함ㅋㅋㅋ(우맨피)’

생중계 댓글! 펄떡펄떡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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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사관학교의 입학시험 1번 문제. 이들 4명의 공통점은?

공포의 독수리

*한화는 MLB 사관학교? 웃을 수 없는 농담(8월 11일, OSEN 이상학 기자)

이 부인할 수 없는 분석기사는 올해 한화에서 외국인 투수로 뛴 케일럽 클레이가 11일 LA 에인절스로부터 빅리그 콜업을 받고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등록됐다는 사실에서 비롯됐다. 아무리 팀사정이 특별하다지만 클레이의 야구 인생에 있어 메이저리그 첫 콜업이라고.

그런데 클레이뿐이 아니다. 한화가 자랑하는 한국인 빅리거 류현진(LA 다저스)을 비롯해 대나 이브랜드(뉴욕 메츠), 프랜시슬리 부에노(캔자스시티)도 이미 현역 메이저리거로 활약 중이다. 클레이까지 한화 출신 MLB선수가 무려 4명! 딱 하루 등록된 바 있는 볼티모어 산하의 훌리오 데폴라까지 포함하면 5명이란다. 시간을 거슬러 역대로 올라가면 구대성을 포함해 호세 파라, 세드릭 바워스, 브래드 토마스, 션 헨 등 10명으로 국내 프로야구팀 중 단연 최다다.

물론 이건 자랑거리가 아니다. 불명예다. 지금 한화 성적이 뭐 같으니 말이다. ‘언빌리버블 한화’를 우리의 댓글파워가 그냥 둘 리 없다.

‘투수가 수비를 믿어선 안 된다는 걸, 정신상태가 해이한 외국인들에게 각인시켜주지.(du73****)’
‘메이저관계자ㅡ"한국리그는 얼마나 대단한 슈퍼리그이면 류현진이 10승도 하기 어렵고 박찬호도 5승하기 어렵나?" "한국화약이란 팀은 얼마나 대단한 팀이면 메이저급선수들을 방출시키나? 그렇다면 남아있는 선수들은 얼마나 대단한 슈퍼급 선수들인가??(아조가지보)"’
‘한화연고지가 충청도라 다행인 줄 아쇼. 경상ㆍ 전라도여 봐라 이렇게 만년꼴찌하면 거기 팬들 폭동 일어난다.(콩 기부)’
‘피에 선수 미리 축하드려요!!!!(daga****)’
‘영감님. 한화에서 많이 배우고 가는 것이 아니라, MLB에서도 잘 할 수 있는 선수를 잘못 활용할 것일 수도 있습니다.(strider)’ *영감은 누구?
‘김광현도 한화로 트레이드 ㄱㄱ(미라지)’

아주 자근자근 씹어버리는 조롱이 쏟아졌다. 필자도 본적이 충청도에, 현재도 세종시에 살고 있는데...

조인성이 조인성에게
*[이영미의 생생톡톡] 조인성, 배우 조인성에게 시구 약속 받았다!(8월 11일, 헤럴드스포츠)

이래서는 안 된다. 한화도 좋은 얘기 하나 해야겠다. 헤럴드스포츠의 이영미 대표기자가 한화 이적 후 맹활약하고 있는 노포수 조인성을 집중 인터뷰했다. 동영상이 첨부된 이 기사는 인터뷰 중 동명이인인 배우 조인성에게 보내는 영상편지를 담았다. 잘생긴 조인성은 열혈 한화팬이란다(얼마나 맘고생이 심할까?).

구구절절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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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올시즌 마지막 흥행카드?

“정확히 언제부터 친해졌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인성이랑 몇 차례 만나 식사도 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가까운 형 동생 사이가 되었다. 내가 LG에 있을 당시 잠실 경기에서 시구를 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 인성이의 반응이 재미있었다. 자신은 한화 팬이라 LG 마운드에 오를 수 없다는 거다. 그래서 이번에 한화로 옮기며 다시 시구 얘기를 꺼냈었다. 한화전에 시구자로 나오면 내가 인성이의 공을 받고 싶다고 했다. 흔쾌히 하겠다고 했는데, 아직 구단에 정식으로 얘기해보진 않았다.”

내용이 진솔한 탓일까? 모처럼 한화 관련해 훈훈한 댓글이 붙었다.

‘대전구장 한번 뒤집어지겠네 기대된다! 조인성 대 조인성^^(이글스야 노올자)’
‘캐스터 "오늘의 시구자는 배우 조인성 씨, 포수는 조인성 선수입니다. 말 그대로 조인성이 던지고 조인성이 받겠습니다. 영혼의 배터리인가요. 말씀드리는 순간, 조인성, 조인성과 사인을 나누고~ 조인성 와인드업~ 조인성 받았습니다.(Forever41)"’,
‘컬투 김태균이 던지고 환화 김태균이 쳐도 좋을 듯(GLE)’ *댓글의 상상력은 무한하다~
‘기사까지 나왔는데 이거 안 해주면 ㅋㅋㅋ(l마족l엘지트윈스)’

이왕 분위기 좋은 김에 아직 공개되지 않은 뒷담화까지 살포. 이 기사가 나온 직후 한화 홍보팀장이 이영미 대표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조인성 주고받고 시구’를 당장 추진하겠다고 밝혔단다. 조금이나 한화팬들에게 위로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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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룡의 포스.

이것이 진정 빅뉴스

*영국 빅클럽 “정성룡 오라!”(8월 11일, 스포츠동아, 남장현 기자)
프리미어리그의 풀럼·QPR·셀틱 등이 우리의 국대 골키퍼 정성룡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 아직도 브라질의 민망함(2경기 5실점)이 생생한데... 이건 뭐 기사의 진위 여부를 떠나 댓글테러에게 핵폭탄을 건네는 셈이었다. 순식간에 댓글이 4자릿수로 폭증했다.

‘내가 웬만하면 아침에 기사보고 볼 안 꼬집어보는데 진짜 해봤다(천화원).’
‘이게 사실이면 아시아 축구역사상 희대의 미스터리 no.1 이다(이인범).’
‘홍명보가 영국클럽 산 거야?(동글이생글이love)’
‘김승규로 잘못안 거 아니심??(Dookie)’

이런 항의성 내용은 물론 아예 ‘월욜 아침부터 큰 웃음 주셔서 감사합니다(PERFECTMAN)’라는 자기위로로 승화되기도 했다.

댓글의 순기능과 난독증의 원인
*한국 언론, 소트니코바에 혐오증?(8월 9일, 오마이뉴스, 장달영 변호사)
스포츠기사를 오마이뉴스에서 읽기도 쉽지 않을 터. 그리고 괜스레 현역 법조인의 글에 이러쿵저러쿵 토를 달 의사도 없다. 이 기사를 택한 이유는 두 가지. 댓글의 역사성(?과거 스토리에 강하다)과 단문의 효율성, 이 두 가지를 언급하고 싶어서다.

기사는 어찌됐건 우리네가 보기에 확실히 김연아의 금메달을 앗아간 러시아 소트니코바와 한국언론의 태도를 다뤘다. 쉽게 말해 국내 언론보도가 무지하게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것이 클릭에 대한 강박관념이든, 뭐 다른 이유에서든 말이다.

그런데 댓글은 기사에 나오지 않는 정보까지 알려주며 이 기사를 헐뜯었다.

‘장달영 검색해보니 옛날부터 김연아 꼬아보던 사람이었구나ㅋㅋ(913s****)’
‘장달영!!(중략) 이번 김연아 심판판정 제소 패소한 담당변호사. 하물며 손연재 소속사인 아이비스포츠 소속변호사. 소트니 금이 정당하다며 어부지리로 김연아 변호해서 패소하신 그 분!(후략)(바나나)’
‘자기소개에 변호사라고 쓸려면 이번에 제소 맡았던 것까지 써야지 이건 왜 빼먹었나요?(snu10)’

아, 그렇구나. 댓글을 보니, 글을 쓴 변호사가 예전 김연아와 관련해 에이전트 등 뭔가 관련이 깊었고, ‘연아빠’들이 보기에는 실망스러운 말을 한 적이 있고, 심지어 소송까지 담당했단다. 네티즌수사대, 당신들 인정한다! 기사 하나에 얽힌 과거 스토리까지 다 알려주니 말이다.

파트 투. 개인적으로는 글을 읽으면서 ‘문장 하나하나를 왜 이리 길게 쓸까? 이러니 판결문, 공소장, 변론서 등 법조인들이 쓰는 글은 텍스트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는 엉터리라는 말을 듣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댓글도 있었다.

‘글 좀 읽기 편하게 써라. 쓰잘데기 없는 말만 주저리주저리.(andylove)’

현재 우리나라 스포츠기사의 평균 문장길이는 60자 정도다. 정치, 경제 기사보다는 훨씬 짧고, 사설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 이 기사(칼럼)는 가장 긴 문장이 무려 180자(한 문장이 말이다)나 됐다. 평균이 120자는 훌쩍 넘는다. 제발 문장을 좀 짧게 쓰자! 댓글이 화난다. [헤럴드스포츠=한일남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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