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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LPGA 대기 선수 정혜원의 끝없는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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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원이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 개막 하루 전인 7일 연습라운드 도중 드라이버샷을 날리고 있다. 경산=윤영덕 기자


[헤럴드스포츠(경산)=최웅선 기자]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 개막 이틀전인 6일 오후 7시.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정혜원 프로죠. 내일 공식 연습은 할 수 있겠는데요” 하루 종일 연습볼을 때리면서 기다렸던 소식이다. 전화를 끊고 부랴부랴 짐을 꾸렸다. 그리고 잠시 눈을 붙였다.

7일 새벽 2시. 정혜원은 어둠 속에서 KLPGA투어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이 열리는 경북 경산의 인터불고 골프장으로 출발했다. 강한 빗줄기가 차창을 때리고 와이퍼가 바쁘게 빗물을 닦아 낸다. 운전하는 아빠가 오늘 따라 더 늙어 보이고 피곤해 보인다. “내가 조금만 더 노력했어도 아빠가 이 새벽에 고생을 하진 않았을 텐데...”

새벽 6시. 300km를 쉼 없이 달려 대회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아침 식사후 몸을 풀었다. 태풍 할롱의 영향으로 대회장은 짙은 안개와 굵은 빗줄기에 점령당했다. 연습 라운드를 돌아보니 샷감이 너무 좋다. 이 대회에 꼭 출전하고 싶다.

2014시드전이 생각났다. 최종라운드 18번홀 3m 거리의 버디 퍼트가 홀을 돌고 나왔다. 동타를 기록한 선수는 13명이었다. 백 카운트로 13명 중 4번째가 되어 시드순위 64번을 받았다.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엔 120명이 나가고 시드순위 63번까지 순서가 돌아갔다. 정혜원은 대기 1번. 다른 선수가 기권해야 나갈 수 있는 처지다. 대기선수의 신세가 너무 서럽다.

지난 2008년 프로 무대에 뛰어 들었지만 3년 차에 허리 부상을 당했다. 주치의로부터 ‘골프를 더 이상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을 받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이를 악물고 극복했다. 정혜원은 시드 순위가 밀리다 보니 올 시즌 6개 대회에 출전했다. 그리고 단 한번 컷을 통과했을 뿐이다. 지난 달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는 꼴찌로 예선탈락했다.

지난 3년간 스윙코치 없이 혼자 연습했지만 지금은 스윙 코치도 있고 전문 웨이트 트레이너도 있다. 그 덕분에 샷감도 좋고 거리도 늘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할 수만 있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연습 라운드를 끝냈지만 빗줄기가 거세 퍼트 연습을 할 수가 없다. 숙소로 돌아가 쉬고 싶지만 비가 그치면 퍼트 연습을 하려고 기다린다. 비는 그칠 줄 모른다. 할 수 있는 건 오직 기다리는 것 뿐이다.

올해는 어쩔 수 없지만 내년 시드전에서는 반드시 풀시드를 따겠다고 다짐한다. 대회 참가 여부는 1라운드가 열리는 8일 오후반 마지막 조가 출발할 때까지 기다려야 알 수 있다. 함께 대기해야 하는 아빠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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