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배우 김성규는 작품이나 캐릭터를 가리기보다는 주어진 것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다. 같은 악역이라도 피하지 않고 도전하겠다는 신인다운 패기는 김성규의 다음 작품을 기대케 했다.

김성규는 ‘악인전’에서 왜소하지만 살아있는 눈빛만으로 상대를 얼어붙게 만드는 잔혹한 살인마 K를 연기했다.

영화 ‘범죄도시’ 속 거친 조선족 양태부터 ‘킹덤’의 미스터리한 남자 영신에 이르기까지. 작품 수는 많지 않지만 늘 살아있는 연기로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김성규는 주어진 것에 집중하며 꾸준히 경험을 쌓겠다는 말로 신뢰를 더했다.

▲ 마동석, 김무열 등 선배들과의 작업. 부담감은 없었나?

“아무래도 살인마 K는 영화 안에서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마동석이나 김무열의 에너지가 센 만큼 K도 에너지를 잘 맞춰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보시는 분들이 논리적으로는 의문이 남을 수는 있지만, 그런 생각이 들지 않고 진짜 같은 살인마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 체중 감량을 한 이유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상태나 과거들을 봤을 때, 그는 이미 극단까지 가 있는 완성형의 인물이었다. 그래서 그 인물의 정신상태가 최악일 것이라 생각해 살을 많이 빼는 게 맞다고 생각을 했다. 지금은 많이 돌아왔다. 당시 56kg까지 살을 뺐었다.”

사진제공=키위미디어그룹

▲ 참고한 캐릭터나 작품은 있는지?

“감독님께서 ‘마인드 헌터’라는 미드를 보여주셨다. FBI 요원이 연쇄살인마들을 만나 유형을 나누는 내용이다. 매회 범죄자들이 나오는데 그걸 추천해주셔서 봤다. 다큐멘터리 중에서 여성 연쇄살인마가 나온 것을 보기도 했다. 세기의 연쇄살인마 같은 서적도 봤다. 다만 그런 것들을 보면서 하나의 특정 인물을 가지고 오지는 않았다. 보게 된 이유는 시나리오 상 인물의 동기가 드러나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의 마음을 알고 싶어서였다. 그들 대부분이 논리적으로 말은 안 되지만 믿음을 가지고 말을 할 때가 있다. 그걸 좀 가지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불안하고 위태로운 살인마 캐릭터. 일상 생활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나?

“큰 영향을 받은 건 아니지만 살도 빼고 그래서 기분 자체가 다운이 됐다. 예민해질 때도 있었지만 다행히 혼자 살고 있어서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 음악을 듣고, 걷기를 많이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 마동석과는 ‘범죄도시’ 이후 두 번째 만남. 호흡이 어땠나?

“분명히 도움은 많이 받았다. 이번에 촬영 하면서 더 편하다는 걸 느끼기도 했다. 당시에는 주요 장면에서는 많이 못 만났기 때문에 마냥 좋은 선배님, 잘 챙겨주는 분이라는 생각만 했다. 이번에 어떻게 보면 내가 못 미더울 수 있는데, 자유롭게 하시는 스타일이라 그런지 나를 믿고 불편함이 없도록 도와주셨다. 연기를 하면서 생각보다 정말 편하게 했다.”

사진제공=키위미디어그룹

▲ ‘범죄도시’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때는 장첸 패밀리로 나왔고, 무리에 속해있었던 인물이라 주변인들의 도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혼자서 뭔가를 하느라 괜히 더 외로웠다. 같이 고민하고, 장난을 치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혼자서 이렇게 하는 게 쉽지는 않구나 싶었다. 그래서 마동석 선배님이나 김무열 선배님을 만나서 하는 장면에서 훨씬 편하게 했던 것 같다.”

▲ 세 작품 연속 악역, 이미지 변신에 대한 의지는 있나?

“분류를 하자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은 없다. 다 악역이지만 결은 분명 달랐다. 출발 지점이 다 달랐다. 악역이라도 다양한 장르와 작품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 다양한 면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악역이라고 안 할 생각은 없다.”

▲ 두 번째 상업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소화. 어떤 것들이 남았나?

“이번에는 고민의 가지들이 끝까지 남아있었던 것 같다. ‘이게 맞을까’라는 고민도 많이 했다. 비어있는 것들이 많아 의문이 남는 것들이 많았다. 돌이켜 보면 내가 명쾌하게 선택을 했어도 됐는데 그러지 못했다. 쉽지는 않은 작품이었다. 앞으로는 ‘효과적인 접근이 필요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심플해질 필요가 있겠다는 느낌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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