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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기묘한 가족’, 지금까지 이런 ‘좀비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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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좀비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좀비에게 물리지 않기 위해 인간들은 도망을 가고 공포에 질려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기묘한 가족’에선 사람들이 좀비에게 물리기 위해 줄을 선다. 이 기묘한 비틀기가 이 영화의 웃음 포인트들이다.

‘기묘한 가족’은 한 마을을 뒤흔든 멍 때리는 좀비와 골 때리는 가족의 상상초월 패밀리 비즈니스를 그린 코믹 좀비 블록버스터다. 인간의 욕망에 이용당했던 쫑비(정가람)은 풍산리로 도망을 치고 이곳에서 준걸(정재영)네 가족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곳에서도 쫑비는 인간의 욕망을 채워줄 도구가 된다.

스토리만 보면 심각해 보이지만 ‘기묘한 가족’은 이 설정을 B급 유머로 녹여냈다. 보통 좀비에게 물리면 인간으로서의 삶이 끝나는 걸 떠올리나 ‘기묘한 가족’은 ‘회춘’이라는 설정을 끼워 넣었다. 좀비에게 물리고 젊어진 준걸의 아버지 만덕(박인환)의 모습을 보고 농촌 마을 남자들은 좀비에게 물리기 위해서 줄을 선다. 기존의 좀비물과는 결 자체가 다르다.

가족의 일원이 좀비에게 물리면 자연스럽게 걱정을 하는 것이 당연하나 ‘기묘한 가족’에서 좀비에게 물린 만덕은 둘째 아들 민재(김남길)에겐 그저 좀비, 공격 대상이 된다. 사람을 물어 뜯는 좀비가 채식주의자라는 설정도 신선하다. 좀비에게 물리는 것을 막기 위해 냄비를 쓰고 오리털 점퍼를 입는 설정도 어떻게 보면 현실적이다. ‘기묘한 가족’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장르의 설정과 도덕적 관념을 조금씩 뒤틀어 새로운 시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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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설정은 신선하다. 어떻게 보면 시기적으로도 맞아 떨어지기도 하다. ‘부산행’ 이후로 좀비물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좀비 작품이 대중적으로 익숙해진 순간이기 때문에 ‘기묘한 가족’같은 변형이 등장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다만 신선하기 때문에 낯설 수 있다. 중요 틀을 빼고 영화 속 세세한 설정은 이전 코미디 장르에서 차용해 온 부분이 많다. 하지만 기존의 코미디 문법으로 보기엔 ‘기묘한 가족’은 엇박자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의 호불호가 확연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등장한 B급 유머가 반가웠다. 초반엔 이게 웃기는 건지 아닌 건지 헷갈리는 상황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축적이 되다 보니 어이없어서 터졌던 웃음이 후반부엔 증폭 작용을 한 것처럼 터진다.

영화의 중심이 되는 준걸네 가족을 연기한 배우들은 누구 하나 튀는 사람 없이 조화를 이뤄낸다. 농촌 캐릭터에 최적화 된 정재영이나 가족들에게 좀비 정보를 전달하고 쫑비를 이용해 먹는 민재 역의 김남길은 코미디 작품에서 오랜만인데 제 역할을 충분히 해준다. 준걸의 아내 남주(엄지원), 해걸(이수경)은 남자들보다 더 센 캐릭터다. 좀비의 등장에도 무서움 따윈 없고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 지켜낸다.

좀비물 하면 컬트적 요소가 다분에 일부 마니아만 즐긴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좀비물은 킬러 콘텐츠가 됐다. ‘기묘한 가족’은 대중성을 얻은 좀비물의 문턱을 좀 더 낮췄다. 장르적으로 확산시킨 것은 물론 좀비물로서는 드물게 12세 관람가다. 이 시도가 관객들에게 먹힐 지는 미지수다. 그저 ‘기묘한 가족’과 코드가 비슷한 관객이 많기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13일 개봉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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