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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요 잇 수다] 수신인 잃은 FROM Y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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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사진=YG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한수진 기자] FROM YG가 이어진다. 하지만 발신인은 있고 수신인은 없는 모양새다.

FROM YG는 양현석 대표의 오랜 소통의 창구다. 주로 중대한 사안을 이야기할 때만 사용됐다. 그런 만큼 FROM YG로 듣는 소식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양 대표의 FROM YG가 극성수기를 맞았다. 논란에 대한 해명부터 신인 보이그룹 데뷔 및 주요 아티스트 컴백 계획까지 하루 걸러 직접 입을 열었다. 그런데 모든 글마다 분량은 방대한데 핵심은 짧고 그마저도 알맹이가 없다. TO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뒤엉킨 문장만 나열된 모습이다.

최근 양 대표가 FROM YG로 언급한 소식은 빅뱅 멤버 승리의 클럽 버닝썬 논란에 대한 해명, 차기 보이그룹 트레저13의 데뷔 계획, 블랙핑크, 아이콘, 위너의 컴백 소식 등이다. 모두 YG엔터테인먼트에서 주력하고 있는 아티스트의 소식으로 회사의 사활이 걸린 사안이다. 당연히 핵심만 짚어낸 상황 설명이 이어져야 하는데 구구절절 논점 흐리는 말들만 가득하다.

승리 때는 YG와 해당 사건을 분리하려고 애쓴 티가 역력했다. “YG와 전혀 무관하게 진행되어온 일” “YG가 나서서 공식 입장을 발표하기도 참으로 애매한 상황”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아이러니한 건 YG와 무관하게 진행되어온 일이라면서 양 대표가 총대를 맨 것이다. 무관한 일이라 그랬을까. 이어진 설명은 대중에게 실망감만 더했다. 승리 사건의 핵심은 사실 관계 여부만큼 사과에 중점을 뒀어야 했던 사안이다. 하지만 양 대표의 글엔 사과가 빠졌다. 그 장황한 글 중 “팬들에게 너무나 죄송한 마음이 앞선다”라고 건넨 한 마디가 사과의 전부였다. 결국 글의 요지는 “승리는 죄가 없다”에 이른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양 대표는 시적인 비유까지 써가며 감정에 호소했다. 구설수를 맑은 하늘에 비유한 서두부터 그랬다. 논점에서 어긋난 해명만이 글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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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ROM YG 캡처)



신인 보이그룹 트레저13 소식을 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FROM YG를 “약속이라는 큰 기대보다는 친한 친구에게 전하는 귓속말 정보 정도로 생각해 달라”고 했다. 한 기획사의 수장이 뱉은 말은 팩트가 우선이어야 한다. 지키지 못할 계획들을 굳이 나서서 언급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양 대표는 자신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전례들을 저 한 마디에 정당화시키려 했다. 그리고 자신의 말들을 정말 귓속말 정보로 만드는 데 앞장섰다. 트레저에 대한 1차 FROM YG에서 5인조 가능성을 점쳤으나, 서바이벌 오디션을 진행하면서 최종 7인을 선발했다. 그리고 갑자기 추가 보이그룹을 만들겠다고 하더니 나중에서는 두 그룹을 합쳐 13인조로 활동시키겠다고 했다. 팬들을 의식한 듯 13인조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면서 “팬들에게 다소 충격적인 내용일 수 있겠으나”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럼에도 그는 “내가 원하는 최초의 조합은 13인”이라며 본인의 계획을 앞세웠다. 물론 엔터테인먼트에서 그룹을 론칭하는 건 운영진 뜻이 먼저다. 하지만 트레저는 서바이벌 오디션을 통해 팬들과 함께 만든 아이돌이다. 방송에서 약속한 룰인만큼 데뷔 인원은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 그런데 갑자기 13인조라니, 팬들 입장에선 황당할 수밖에 없다. 반발이 클 수밖에 없던 이유다.

위너와 아이콘의 컴백 소식을 전할 때도 반복됐다. 상반기의 마지막 FROM YG가 될 것 같다는 말로 시작한 글의 결론은 컴백이 미뤄졌다는 발표였다. 컴백이 밀린 이유에 대해선 또 다시 구구절절했다. 위너와 LA에서 저녁식사를 한 이야기까지 끄집어내며 멤버들이 직접 요청했다는 말을 부연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오히려 팬들의 반감을 샀다. “위너를 방패삼지 말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양현석 대표가 YG엔터테인먼트 앨범 발매의 주도권을 잡은 인물이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양 대표가 작업을 지시하면 아티스트들은 열심히 곡을 만들고, 최종 컨펌도 양 대표가 낸다. 당연히 컴백도 데뷔도 양 대표 손 안에 쥔 사안이다. 팬들도 이러한 속사정을 훤히 아는 데 양 대표는 눈 가리고 아웅하기 바쁘다. 지금의 FROM YG는 지키지 못한 약속의 해명 창구로 사용되는 모양새다. FROM도 TO도 결국 양 대표가 된 모습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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