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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매치] ‘가버나움’ VS ‘플로리다 프로젝트’ 부모의 자격에 대하여
매주 신작들이 쏟아지는 가운데에서도 어딘가 기시감이 드는 작품들이 있다. 비슷한 소재에 제작진, 배우들까지 같은 경우 그런 분위기가 더욱 감지된다. 비슷하다고 해서 모두 모방했다고 볼 필요는 없다.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요리하는지에 따라서 맛이 다르다. ‘빅매치’에선 어딘가 비슷한 두 작품을 비교해 진짜 매력을 찾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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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낳기만 했다고 다 부모일까? 아이들의 일갈이 꽤 아프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영화 ‘가버나움’이 꾸준히 관객들을 모으고 있다. 부모를 세상에 고발한 소년의 이야기는 6만 관객을 돌파했다. 당차면서도 슬픈 눈을 가진 이 소년을 보고 있자니 한 소녀가 떠오른다. 지난해 여럿 관객을 울린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무니다. 영화의 배경은 다르지만 어른의 보호 없이 살아가는 두 아이의 사정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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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빛 ‘가버나움’ VS 핑크빛 ‘플로리다 프로젝트’


레바논을 배경으로 하는 ‘가버나움’은 출생기록조차 없이 살아온 소년 자인(자인 알 라피아)이 부모를 고소하면서 시작된다. 자인이 부모를 고소한 이유는 자신을 낳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자인이 이 법정에 서기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되새긴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자인의 일상은 마약성분이 있는 약을 약사들을 속여 타오고 줄줄이 딸린 동생들을 데리고 길거리에서 주스를 파는 일이다. 약을 빻은 다음엔 판매에 나서서 돈벌이를 한다. 아이를 키울 능력이 없는 부모는 자인의 여동생을 매매혼 시킨다. 이를 막으려던 자인은 결국 가출까지 한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미국 플로리다 디즈니월드 건너편 싸구려 모텔 매직 캐슬에 사는 꼬마 무니(브루클린 프린스)와 그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무니에겐 미혼모인 엄마 헬리(브리아 비나이트)가 있다. 두 사람은 모녀지만 친구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길만 건너면 꿈과 희망의 장소인 디즈니월드지만 무니의 삶은 그곳에 놀러오는 아이들과 전혀 다르다. 제대로 된 양육 환경이 주어지지 않다보니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 국가가 무니를 보호하겠다고 나서면서 무니는 엄마와 생이별을 할 위기에 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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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버나움’과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이는 차이는 색감이다.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다. ‘가버나움’의 배경은 오랫동안 전쟁에 시달려 온 레바논이다. 곳곳에 전쟁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레바논의 어린 아이들은 나무로 만든 총을 가지고 과격하게 놀이를 하고 그 머리 위 하늘엔 전투용 헬기가 떠 있다. 영화 전체가 마치 흙탕물을 보는 듯 뿌옇다. 그런 배경 속에서 자인에게 아이 특유의 해맑음은 찾기 어렵다. 잘 웃지도 않고 냉소적인 표정만 지을 뿐이다. 자인에게 웃음이 나올만한 환경 자체가 아니다. 그래서 뒤늦게 딱 한번 웃는 자인의 모습이 뇌리에 남을 수밖에 없다.

‘가버나움’은 자인의 상황을 통해서 레바논 사회의 현실을 꼬집는다. 가난에 허덕이는 자인과 같은 아이들이 널렸고 레바논을 덮친 시리아 난민과 불법체류자가 넘쳐난다. 당연 수순처럼 범죄가 따라온다. 마약은 돈벌이가 되고 성매매, 신분세탁 등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차라리 국제 사회의 도움이라도 받는 시리아 난민의 삶이 더 나아 보일 정도다. ‘가버나움’은 자인이 속한 현실을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준다. 동정을 요구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읊는다.

반면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핑크색, 하늘색, 보라색 등 파스텔톤이 영화를 뒤덮는다. 플로리다의 따뜻한 햇살과 만나니 색감은 더욱 빛난다. 하지만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이런 예쁜 모습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오히려 반어적 표현이라고 보는 게 적합하다. 무니가 살고 있는 모텔은 눈에 확 띄는 보랏빛이다. 디즈니 월드에 오는 가족 관광객을 겨냥한 것이나 정작 이곳에 사는 이들은 홈리스들이다. 현실은 동화가 아니라는 걸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자인과 마찬가지로 무니도 마냥 착하기만 한 아이는 아니다. 범법 행위에 뛰어든 자인에 비하면 약과이나 악동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다. 깨끗하게 새차한 차에 침을 뱉는가 하면 장난으로 방화를 저지르기도 한다. 그렇지만 표정을 찾기 어려웠던 자인과 달리 아직까지 무니는 해맑다. 아직까지 현실을 모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영화는 아이들의 해맑음과 지독한 현실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대비 효과가 확실하니 현실이 더 씁쓸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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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를 구원하는 아이들


두 영화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장소가 있다. 바로 놀이동산이다. 매매혼에 동생을 떠나보낸 후 가출을 한 자인이 찾은 장소도, 아동보호국의 눈을 피해서 무니가 도망을 간 곳도 놀이동산이다. 대표적인 꿈과 희망의 장소인 놀이동산은 아이들에게 도피의 장소가 되었다.

두 영화에서 부모는 아이를 낳기만 했지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 그런 환경 속에서 자랐지만 아이들은 서로를 구원한다. ‘가버나움’ 속의 또 다른 주인공은 라힐(요르다노스 시프로우)과 그의 아이 요나스(보루와티프 트레저 반콜)다. 미혼모의 몸으로 아이를 낳은 라힐은 불법체류자다. 놀이동산에서 라힐을 만난 자인은 그의 집에 머물며 요나스를 돌본다. 라힐이 사정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 됐지만 자인은 최선을 다해서 요나스를 돌본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무니도 마찬가지다. 새롭게 매직 캐슬로 온 젠시의 친구가 되어 주고 할머니와 살고 있는 젠시의 외로움을 채워준다. 엄마, 친구와 헤어질 상황에 눈물을 쏟는 무니에게 손을 잡아주는 것은 젠시다. 그는 아동보호국 직원을 피해서 무니의 손을 잡아끌어 디즈니 월드로 도망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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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두 작품은 가난에 처한 여성이 벼랑 끝까지 내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가버나움’과 ‘플로리다 프로젝트’엔 두 명의 미혼모가 나온다. 라힐과 핼리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아이를 키우려고 애를 쓴다. 물론 그 방법이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되는 건 아니다. 불법체류자인 라힐은 나라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 가짜 신분증을 만들어야 하고 요나스를 가방 속에 숨기고 다닌다. 어린 나이에 미혼모가 된 핼리는 돈을 벌기 위해서 끝내 매춘까지 나선다. 방법이 틀리고 아이를 제대로 클 수 없는 환경이 아닐 수는 있으나 두 엄마는 아이와 헤어지지 않기 위해 이같은 선택을 했다. 하지만 아이의 아버지들은 책임지지 않는다. 요나스의 생물학적 아버지는 라힐이 찾아오자 기함을 하고 무니의 아버지는 영화에 등장하지도 않는다.

두 작품의 주인공 자인과 무니 역을 맡은 배우들도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천재 아역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연기를 선보인다는 것이다. 자인 역의 자인 알 라피아와 무니 역의 브루클린 프린스는 심지어 첫 작품이다. 연기인지 실제인지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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