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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소희의 B레이더] 섬머소울, 투명해서 더 아름답다
저 멀리서 보았을 때는 그토록 어렵게 느껴집니다. 막상 다가서니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음악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낯선 가수였는데 그들에게 다가설수록 오히려 ‘알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죠. [B레이더]는 놓치기 아까운 이들과 거리를 조금씩 좁혀나갑니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65. 금주의 가수는 섬머소울(Summer soul)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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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섬머소울 제공)



■ 100m 앞, ‘섬머소울’을 만나기 전

이름: 섬머소울

데뷔: 2018년 3월 30일 싱글 ‘하우 뷰티풀(How Beautiful)’

대표곡: 데뷔곡 ‘하우 뷰티풀’

디스코그래피 요약: 컬래버레이션 싱글 ‘킬 유어 달링(Kill your darling)’(2018), 싱글 ‘아이 필 러브(I feel love)’(2018), ‘베어풋(Barefoot)’(2018)

특이점: ▲2018년 11월 네이버 히든트랙 넘버브이에서 키맨 비투비 임현식과 정일훈의 라커로 선정 ▲공중도둑 정규 2집 앨범 ‘무너지기’ 보컬 참여 ▲데뷔 전인 2017년 차밍 립스(Charming Lips), 캐시(K.vsh), 그리즐리 등의 앨범에 참여

해시태그: #순수함 #아름다움 #깨끗한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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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하우 뷰티풀' MV (아래) '킬 유어 달링' MV



■ 70m 앞, 미리 보는 비디오

섬머소울이 지금까지 낸 뮤직비디오는 데뷔곡 ‘하우 뷰티풀’과 프로듀서 차밍 립스와 함께한 ‘킬 유어 달링’으로 두 개다. 두 영상은 상반된 분위기를 갖고 있다. ‘하우 뷰티풀’의 영상은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 색감이 돋보인다. 심플한 선으로 이루어진 일러스트들과 부드러운 느낌의 핑크색과 청량한 푸른색은 섬머소울의 편안하고 깔끔한 음악을 잘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킬 유어 달링’은 레트로한 느낌이 가득한 한 편의 영화 같다. 영상 속 풍경들에는 빈티지한 효과를 입혀 섬머소울의 톤을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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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섬머소울 제공)



■ 40m 앞, 순수해서 아름다운 음악

말레이시아에서 유학을 하다가 지난해 한국으로 온 섬머소울은 ‘좋은 음악의 힘’을 보여주는 가수다. 그는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음원으로 팬덤을 형성했다. 공식적인 데뷔는 지난해에 했지만 섬머소울의 음악을 따르는 이들은 벌써 상당하다. 이런 섬머소울의 음악은 업계에서도 알아줬다. 그는 어떤 정보도 없이 오로지 음악만 발매한 공중도덕의 앨범에 참여했고, 또 SNS로만 아는 사이였던 그리즐리의 곡에 참여하기도 했다.

섬머소울의 음악을 얼핏 들으면 몽환적인 느낌의 알앤비(R&B) 싱어송라이터인가 싶다. 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이와 같은 수식어가 오히려 방해가 된다. 그의 노래는 한껏 치장한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리스너들은 힘을 빼고 느껴지는 대로 부르는 듯한 보컬과 미니멀하게 더해지는 연주를 그저 있는 그대로 따라가면 된다. 섬머소울도 있는 그대로를 음악으로 표현한다. 꾸민 듯 꾸미지 않은 깔끔한 음악이 지니는 힘의 원천은 ‘순수함’이다.

순수함은 곧 깨끗한 시선이다. 섬머소울은 일부러 무언가를 착하게, 예쁘게 바라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저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고 그것을 간직하려는 움직임, 받은 영감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태도를 지니고 있을 뿐이다. 그는 보통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을 따르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본인의 생각대로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그런 섬머소울이라면 살아가면서 겪는 힘든 일을 풀어내더라도 투명하게 바라보고 이야기할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더 많은 이들이 이 아름다운 ‘소울’을 느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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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섬머소울 제공)



■ 드디어 만났다, 섬머소울
(이하 인터뷰는 반말로 재구성됐습니다)

▲ 안녕, 은근한 듯 다른 장르의 노래들 너무 좋다. 이렇게 다양한 변화 속에도 섬머소울만의 일관된 매력은 있을 것 같은데 뭐라고 생각해? 섬머소울이 어떤 가수인지 아직 모르는 사람들에게 본인 소개를 부탁해

“노래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거겠지만 나는 내 목소리가 나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해. 내 목소리는 나만 낼 수 있는 고유의 색깔이잖아. 다양한 변화 속에서도 내 목소리를 들으면 ‘아 섬머소울이구나’ 알 수 있게끔 말이야. 음악을 만들 때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안식처가 되어야지’하고 만든 음악은 없지만 주위에서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 내 음악을 들으면서 큰 힘이 되었고 덕분에 일도 잘 풀리고 기분도 한결 나아졌다고.

여태까지 낸 음악을 살펴보자면 대중에게 나를 ‘가장 가까운 친구 같은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라고 소개하고 싶어. 자기의 이야기들을 방구석에서 조용히 들어주는 것 같은 느낌 있잖아. 사실 아직 내 매력 발산을 완벽하게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그래서 이 인터뷰를 통해 나를 새로 알게 됐다 하더라도 오늘 알게 된 매력은 내 매력 중에 지극히 조그만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

▲ 주로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뭐랄까, 보통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을 따르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본인의 생각대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것 같은 느낌? 섬머소울에게 ‘아름답다’는 기준은 어떤 거야?

“내 노래를 듣다 보면 살면서 한번도 부정적인 생각은 안 하고 살았던 사람의 것처럼 들릴 거야. 기분이 좋을 때 곡 쓰는 걸 좋아하거든. 행복이 벅찰 정도로 차오르면 ‘그걸 어떻게 보존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해. 행복은 오래가지 않거든. 그래서 그걸 곡으로라도 보존해서 나중에 다시 상기시키고 싶었어. 물론 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게 어떤 행복이었는지 감이 잘 안 잡히지만 그래도 그런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 다른 사람들도 이 행복이 뭔지 간접적으로나마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만들었지.

그래서 이번엔 좀 나의 어두운 면도 보여 주고 싶어. 사람이라면 항상 기분 좋은 일만 겪을 수는 없으니까. 분명 나의 어두운 면에도 공감하는 이들이 많을 거고 그것을 통해서 인간 장은성(본명)의 모습도 많이 보여 주고 싶어. 물론 강박적으로 누군가의 아름다움을 찾진 않아. 누군가와 같이 지내다 보면 그 사람의 좋은 면이든 나쁜 면이든 자연스럽게 나오는 그 사람의 모습들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거지. 조금 다른 얘기지만 예를 들자면 어떤 사람이 짝사랑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사랑은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혼자 사랑하고 있는 모습조차 너무 사랑스러워 보였어. 물론 당사자에겐 고통스러운 일이었겠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정말 사랑은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예술이라고 생각을 했지. 그래서 나도 올해는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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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머소울의 앨범 커버들



▲ 그래서인지 멜로디나 가사를 들여다보면 뭘 꾸미려고 하기보다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고, 또 그 모습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아. 장르적으로는 자유로운 시도를 하는데 어딘가 모르게 순수한 느낌이랄까. 그런 무드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야?

“맞아. 나는 노래를 만들 때 멜로디를 미니멀하게 가는 편이야. 화려하지 않고 꽉 차지 않았다고 해서 나쁜 건 아니거든. 미니멀리즘만의 매력이 충분히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억지로 무언가를 꾸미거나 채우려고 하지 않아. 그럴 때야말로 내 매력이 나오는 것 같거든. 노래를 부르는 창법도 마찬가지야. 아마 내 목소리에서 순수한 느낌을 많이 받았을 거야. 웬만해서는 기교를 부리지 않거든. 테크니컬한 보컬도 좋지만 내가 이렇게 노래를 부를 때 나의 감정에 더 집중하기 쉬운 것 같아. 음악에서는 옳고 그름이 특히나 없기 때문에 내가 나의 단점까지 사랑한다면 그게 분명 장점이 되더라고”

▲ 그렇구나. 그런 순수함이 있어서 더 아름다운 음악 같아. 요즘에는 어떤 곡들에 꽂혀 있어?

“계절이 지날 때마다 플레이리스트가 바뀌어. 한번 꽂히면 지겹도록 듣거든. 그런가 하면 전체적으로는 장르에 많은 변화가 있는데 그래서 내 음악이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은 것 같아. 그런데 이번 플레이리스트들은 꽤 오래 가고 있는 것 같아. 오랫동안 얼터너티브 장르를 즐겨 듣고 있어. 홈셰이크(Homeshake)의 ‘에브리 싱글 씽(Every Single Thing)’, 그리즐리 베어(Grizzly Bear)의 ‘리틀 브라더(Little Brother)’, 소프트 헤어(Soft Hair)의 ‘라잉 해즈 투 스톱(Lying Has To Stop)’, 제이콥 오가와(Jakob Ozawa)의 ‘렛 잇 패스(Let It Pass)’ 등을 들어”

▲ 미니, 정규앨범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담길까 얼른 듣고 싶다. 올해 기대해도 될까? 2019년에는 어떤 계획들이 있는지 궁금해

“지난해 해외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공연을 다니느라 바빴어. 적어도 올해 중순까지는 공연 계획은 없고 앨범 작업에 집중할 것 같아. 지금 준비 중인 앨범이 미니가 될지 정규가 될진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타이밍만 잘 맞는다면 올해 차밍 립스와 컬래버레이션 앨범 하나랑 개인 앨범이 나올 거야. 항상 싱글만 내다가 여러 곡이 들어 있는 앨범을 처음으로 내려고 하다 보니 보여 주고 싶은 게 너무 많아져서 내 개인 앨범은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아. 이번 앨범에는 그냥 음악만 하는 아티스트가 아닌 현실을 기반으로 한 픽션을 쓰는 ‘내 앨범의 작가’가 되어 보려고. 많은 기대 가져 줬으면 좋겠어. 올해는 배움의 해, 발전의 해, 그리고 결정적으로 Summer Soul이 어떤 아티스트인지 사람들에게 인상을 남기는 해가 될 거야”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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