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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처받는 아이들] ③ 미디어 속 아동학대, 꾸준함의 의미
2019년, 정부가 ‘아동이 안전한 나라’ 실현을 위해 조직 개편에 나섰다. 바꿔 말하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아동에게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8월 사망한 학대 아동은 20명이었으며, 2017년에는 38명의 아동이 학대 끝에 이른 생을 마감하는 비극을 맞았다. 저출산 고령화 추세로 아동 감소 현상이 지속되는 반면 학대 피해 아동은 증가하고 있는 점은 분명 아이러니다. 사회 곳곳에 만연한 아동학대의 실태를 조명하고 더는 상처받는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가 해야할 일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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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아동학대를 다룬 작품이 꾸준히 탄생하고 있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JTBC ‘SKY 캐슬’(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이 가장 최근의 예다. 대한민국 입시 전쟁 이면의 어른들의 추악한 욕심을 그리는 ‘SKY 캐슬’은 이로 인해 고통받는 자녀들의 모습을 통해 신체적인 폭력만 아동학대에 해당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런가 하면 지난 16일 호평 속에 막을 내린 MBC ‘붉은 달 푸른 해’(극본 도현정, 연출 최정규)는 아동학대를 전면에 내세우며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이 드라마는 여러 유형의 아동학대 사례를 에피소드로 재구성해 아이들이 고통받는 현실을 고발했다. 또 과거에 당한 학대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주인공들의 그려내며 아동학대가 개인의 인생에 미치는 여파를 나타냈다.

여기서 ‘붉은 달 푸른 해’는 한 발 더 나아갔다. 단순히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에 충격받고 분노하는 데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는 최종회에 등장한 형사 강지헌(이이경)의 대사에서 드러났다.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이 무거운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무거워서 피하고 싶은 게 아니라 기꺼이 안고 가고 싶은, 뜨겁게 벅차는 책임감… 이래서 사람들이 아이를 갖는구나 처음 느꼈죠” 사각지대에서 학대받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모두의 관심이며, 그러므로 ‘아이들에 대한 뜨겁게 벅차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간 방영된 아동학대 관련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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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미쓰백' 스틸컷)



일본의 동명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tvN ‘마더’(극본 정서경, 연출 김철규, 2018)도 마찬가지다. ‘마더’는 친부모에게 버림받은 주인공 수진(이보영)이 친모에게 학대당하는 소녀 혜나(허율)의 엄마가 되기를 자처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마더’ 방영 이후 같은 해 10월 개봉한 영화 ‘미쓰백’(감독 이지원)도 비슷한 관점을 보였다. ‘미쓰백’의 주인공 백상아(한지민)는 아동학대 피해자로,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다 전과자가 된다. 영화는 내면의 상처를 품고 살아가던 상아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소녀 김지은(김시아)에게 강한 동질감을 느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들 두 작품은 아동학대로부터의 구원이 같은 슬픔을 공유한 자들끼리의 연대로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는 점에서 공통됐다. 사회 문제에 무관심한 우리의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또한 지난해 방송한 KBS2 ‘오늘의 탐정’은 사람들을 조종해 범죄를 일으키는 악귀 선우혜(이지아)의 사연을 통해 아동학대를 언급했다. 우혜는 어린 시절 친부에 의해 ‘동반자살’ 당할 뻔했던 인물이다. 여기서 ‘오늘의 탐정’이 말하고자 한 것은 결국 ‘동반자살’ 역시 아동학대의 일종이라는 점이다. 정확히는 ‘자녀 살해 후 자살’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으며, 살인죄로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극 중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우혜는 훗날 이 기억이 한으로 남아 악귀가 되고 만다. 귀신이 된 우혜는 어린 날의 자신을 방임했던 사회에 복수의 화살을 돌린다.

그런 한편 과거의 미디어가 아동학대를 그린 방식과 비교하면 사회적인 인식이 변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례로 2000년대 초반 방송한 SBS ‘천국의 계단’은 여자 주인공이 어린 시절 계모에게 괴롭힘 당하는 장면을 수차례 내보냈다. 당시에는 이 같은 설정이 주인공의 비극적인 서사를 강조하는 용도로만 소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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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방송화면)



하지만 오늘날의 미디어는 아동학대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만들어진 시대의 가장 ‘현실적인’ 모습을 기록하는 것이 대중문화다. 아동학대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작품이 반복해 출현한다는 것은 이 사안이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상처받는 아이들] ① 아동이 위험한 대한민국, 반복되는 학대 왜 못 막나
[상처받는 아이들] ② “성적 떨어졌으니 잠 자지 마!”… ‘SKY 캐슬’ 영재母, 학대가해자일까?
[상처받는 아이들] ③ 미디어 속 아동학대 작품의 꾸준한 탄생이 의미하는 것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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