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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진정한 ‘나’로 살기로 했다” 제비 더 블루의 마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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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비 더 블루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짙은 바다 속으로 잠수하겠다”는 말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보통 사람들은 무언가를 포기하고 싶거나 외면하고 싶을 때 '잠수하고 싶다'고 말한다. 보통 어두운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이다. 가수 제비 더 블루(Jebi The Blue, 차상윤)도 그랬다. 그는 아직 출발도 안 했는데 넘어진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모든 것을 외면하고 저 깊은 곳으로 빠져들고 싶어 시린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러자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자신의 모습을 대면하고 난 뒤에 자유를 얻었다. 이 자유는 스스로가 좋아하는 ‘나’를 찾아갈 수 있는 용기이기도 했다. 세상을 외면하고자 푸르른 바다로 뛰어든 제비 더 블루는 그렇게 자신의 세상과 마주했다. 그렇게 탄생한 곡이 바로 ‘다이브 인투 유(Dive into you)’다.

▲ 밝고 위트 있던 노래를 하던 이전과 확연히 다른 장르네요

“그때그때 듣는 음악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다이브 인투 유’를 만들 당시 대니얼 시저(Daniel Caesar) 같은 가수들의 노래를 주로 들었거든요. 또 원래는 정규앨범에 넣으려던 곡이었어요. 그런데 정규는 삼바, 브라질 느낌인데 이 곡은 피비알앤비 장르가 돼서 따로 발표해야겠다고 생각했죠”

▲ 짙은 바다가 떠오르는 노래에요. 원래는 서핑과 관련한 주제를 떠올렸다던데 어떻게 ‘잠수’라는 소재를 택하게 됐나요

“풍경, 그 중에서도 바다를 떠올릴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어요. 여름을 좋아하거든요. 파도에 꽂힌 지라 서핑과 관련해 쓰고 싶었는데 한 번도 안 해봐서 어떤 느낌인지 상상이 잘 안 되더라고요. 아무리 써도 거짓으로 나오고요. 그러다가 조지(Joji)의 ‘인 텅스(In Tongues)’ 앨범 커버를 보고 ‘아, 이거다!’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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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Dive into you' 커버, 'In Tongues' 커버



▲ ‘인 텅스’의 커버에는 물에 잠수하는 사람의 모습이 담겨 있죠. 빈티지한 색감이 입혀진 파란색이 돋보이고요. 제비 더 블루의 ‘다이브 인투 유’ 역시 파란색과 파도가 치는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어요

“딥블루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심해로 내려가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요. 살다보면 잠수하고 싶을 때 많잖아요. 나도 원래 낯도 많이 가리고 소심하고 사실 친구가 필요 없는 성격이거든요. 그런데 음악을 하다 보니 자꾸 밖으로 돌아다니게 되더라고요. 성격이 변했죠. 그러다 보니 내가 아닌 내가 되려고 노력하면서 산 것 같아요. 음악하면 왠지 잘 놀아야 할 것 같고 술도 잘 마셔야 할 것 같고, 또 원래는 힙합을 했으니 더 거칠어야 할 것 같고. 그런데 나이가 드니 점점 원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더라고요. 올해 목표도 ‘인간관계 줄이기’에요”

▲ 그럼 지금 보고 있는 제비 더 블루는 예전과 달라졌다고 해야 맞는 걸까요. 아니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해야 할까요

“엄청 바뀌었죠. (웃음) 그런데 이건 원래 내 모습이기도 해요. 내가 알고 있는 나와 사람들과 부딪히며 만들어진 나 중 어떤 게 진짜인지 고민했는데, 중요한 건 내가 좋아하는 나를 택하는 것이더라고요. 난 지금의 내가 마음에 들어요”

▲ 최근에는 변화도 겪었죠. 밴드였던 이전과 달리 지금은 1인 체제로 움직여요

“지난해 밴드가 해체됐어요. 밴드를 하다 보니 혼자 작업하는 방식이 더 잘 맞는다는 걸 깨달은 거죠. 예를 들어 어떤 곡을 발라드 장르로 생각하고 만들었는데 멤버들을 거쳐 록으로 변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물론 이런 점이 밴드의 재미이긴 해요. 그런데 내가 그 사이에서 무게중심을 못 잡은 것 같아요. 원래는 이게 좋았는데 들어보니 이 장르도 좋다든가. 노래가 나오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것도 있고요. 나이가 어린 것도 아니니 원하는 색깔의 정규앨범을 빨리 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멤버들도 자주 바뀌면서 서로 힘이 빠진 것 같아요. 함께 고생한 친구들에게 미안하고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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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비 더 블루 제공)



▲ ‘다이브 인투 유’는 밴드 해체 이후 혼자서 내는 첫 번째 곡이네요. 의미가 남다르겠어요. 이 곡이 앞으로의 제비 더 블루가 나아갈 방향성이라고 보면 될까요

“물론 장르적으로는 다르긴 한데요. 마치 ‘신호탄’ 같은 느낌의 곡이랄까요. 목적이 없으면 길을 잃기 쉬운데 나아갈 방향이 설정된 듯해요. 어떻게 보면 날 위한 노래 같기도 하고요. 밴드가 해체되고 무기력하게 있을 수 있는데 이 곡을 통해 스스로에게 ‘그럴 때가 아니야’라고 말해줄 수 있었어요. 이제 앞으로 준비하는 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부끄럽지 않을 듯해요. ‘이걸로 성공해야지’ 그런 생각들을 버리고 하고 싶은 것들에만 집중할 생각이에요”

▲ 올 여름에 나올 정규앨범에는 제비 더 블루의 진짜 모습이 더 적극적으로 담기겠네요. 어떤 것들을 말하고 싶나요

“언젠가 뉴스를 보면서 울었던 적이 있어요. 무너진 건물에 깔린 생존자를 인터뷰한 내용인데 그 사람이 ‘내 꿈은 아내와 딸과 행복하게 사는 거였다’고 말했어요. 그 당시 나는 꿈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시기였거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성공을 바라던 내 꿈이 허황되어 보이더라고요. 생각해보면 나는 진짜 별 거 아니에요. 생각해보면 음악을 할 수 있는 것도 모두가 기여해주신 덕분이죠. 부모님부터 영감을 준 사람들, 친구들, 하물며 나를 둘러싼 환경까지요. 음악을 하는 이유가 내 존재를 남기고 싶어서인데, 그 음악에는 나뿐만 아니라 이들 역시 들어가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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