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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김비서가 왜 그럴까’ 정경윤 작가 “박서준 박민영, 결혼까지 갔으면 했다”

  • 기사입력 2018-12-0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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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카카오페이지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성공 후 혹자는 작가의 화려한 인생을 떠올릴 것이다. 작가를 꿈꾸는 누군가는 그가 미치도록 부러울 수도 있다. 또 누군가는 그가 쓱쓱 마음 가는 대로 적은 글 한 편으로 작가란 칭호를 받는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경윤 작가는 그 어떤 선입견에도 사로잡혀 있지 않다. 작가를 그만둘까 깊이 고민했던 시절, 선물처럼 찾아온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대박 이후 그에게 달라진 것이라곤 ‘왜 글을 계속 써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은 것 뿐이다. 그는 여전히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며, 아이들이 깨어나기 전인 새벽 시간 글을 쓴다. 알아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을 뿐 그의 인생에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 행복한 정경윤 작가를 11월 30일 ‘2018 카카오 크리에이터스 데이’ 강연 후 만났다. 미래의 경쟁자들 앞에서 깊은 속까지 드러내며 자신의 진심을 전하려는 그의 모습은 악역 없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와 꼭 닮아 있다.

▲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카카오페이지의 대표적 밀리언 페이지입니다. 드라마 방영으로 인기가 뜨거웠던 시기, 독점한 덕이기도 한데 카카오에 감사 인사는 받으셨나요

“내가 감사하죠. 은퇴를 해야 하나 싶었던 시기에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사랑받으면서 다시 힘을 냈어요. 처음 생긴 웹소설 플랫폼에서 정식 연재를 한 적이 있는데 결과가 미적지근했어요. 그러고 나니 글쓰는 게 재밌지 않아졌어요. 종이책에서 모바일 환경으로 옮겨 오면서 마음으로 방황하게 됐고 설 자리가 없어졌다 싶었죠. 2년 정도 글을 쓰지 못할 정도로 슬럼프였어요. 어떻게 좋은 글을 쓸까 생각하면서도 은퇴해야 하나 싶었죠. 출판사 분이 달래서 근근히 글을 쓰던 중에 출판사 측에서 카카오페이지의 ‘기다리면 무료’에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들어간다고 연락이 온 거예요. 나온지 한참 된 구간을 넣어서 이번에도 실패하면 정말 낙동강에 가서 수온 재봐야 하는 것 아니냐 싶어서 말리고 싶었어요. 그런데 내 생각과 완전히 달랐고 말 그대로 조회수가 날아다니더라고요. 그 이후 드라마로도 만들어졌고요. 왜, 어느 유통업계 회장이 어렵게 일군 지점만 보면 눈물 난다고 하잖아요. 나도 그래요. 길 가다 노란색만 봐도 ‘심쿵’하고 카센터의 ‘카’만 봐도 절하고 싶은 심정이에요”

▲ 은퇴를 생각했는데 반전이 일어났군요. 거기다 드라마까지 만들어지며 큰 사랑을 받았고요

“카카오페이지에서 큰 사랑을 받고 이번 생에 이룰 거 다 이뤘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드라마까지. 설마 설마 했는데 정신 차려 보니 제작발표회더라고요(웃음). 가족들 다 모여 첫 회 첫 장면을 보는데 눈물 나더라고요. 내가 만들었던 가상인물들이 숨을 쉬며 걸어나오더라고요. 그때 ‘이거구나’ 했어요. 살다 보면 뭔가를 계산하고 따지고 하겠지만 정말 글 쓰는 데 있어선 그래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고 따지다 보니 중요한 걸 놓쳤던 거죠. ‘쓰는 내가 재밌어야 한다’는 것, 그걸 깨달았어요”

▲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처녀작인 줄 아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데뷔 10년차, 펴낸 책만 해도 십수 권이에요. 격변하는 업계를 몸소 겪으셨겠어요

“네. 올해로 딱 10주년입니다. 내가 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글쓰는 건데 날 가장 크게 변환 시킨 건 호칭이에요. 환경이 변해서 웹소설 작가로 불리고 있죠. 다만 성격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걸 좋아해요. 익숙지 않은 환경 속에서 성과를 내는 걸 좋아합니다. 로맨스 소설이 종이책에서 웹소설로 넘어오던 시절, 웹소설 플랫폼에 처음 도전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어요. 하지만 모바일에 최적화된 형식의 글을 쓰려 계산했고, 야심찬 도전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슬럼프에 빠졌던 거죠. 그래서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가장 애착도 가고 소중하고 의미 있는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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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카카오페이지 제공)



▲ 앞서 밝힌 것처럼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구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종이책 시절보다 더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왜일까요

“애장판 표지에 물음표가 그려져 있는데 그게 내 마음이에요.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생각하게 돼요(웃음).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쓰면서 로맨스에 남녀 간 롤이 정해져 있는 것을 탈피하고 싶었어요. 구상 단계에서는 독특한 비서물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전형적인 오너 남주와 수동적인 여자 주인공에서 벗어나고 싶었죠. ‘멋진 남주를 만들어주는 건 여자 주인공’이란 생각으로 썼어요. 여자 주인공에 초점을 맞추니 자료조사도 그쪽에 맞춰졌죠. 비서 지망생인 것처럼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질문을 던지고 비서들을 취재했어요. 판타지에 치중하기보다 현실을 적용하고 싶었죠. 나중에 독자 중 한 분이 현직비서라면서 현실적으로 그려줘 고맙다고 하는데 뿌듯하더라고요”

▲ 약사였다고 들었습니다. 일, 육아, 창작을 병행하다 그만둔 이유는 글에 매진하기 위해서였나요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면서 약사를 그만뒀어요. 글을 쓰겠다는 생각보다는 아이들을 제대로 키워내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그런데 ‘김비서가 왜 그럴까’ 당시 약사를 하고 큰 애를 키우고 둘째를 임신중이었는데 그때보다 더 안 써지더라고요. 오히려 일상에 쫓기며 쓸 때는 신이 났는데 애들 키우며 글만 써도 된다 하니 잘 안되더라고요. ‘이거 안하면 진짜 주부만 된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어요. 독자들이 질문하는 것 중 ‘글 쓰는 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이 가장 나를 자극해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거든요. 글 쓰는 동안은 살아있는 걸 느껴요”

▲ 남편분은 약사를 그만둘 때 아쉬워하셨다고요. 결국 대성하셨는데 가족들 반응이 궁금합니다

“남편은 약사 그만둘 때 무척 아쉬워했지만 지금은 응원해줘요. 드라마 한다니 방영 일주일전부터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웃음) 남편도 약사인데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난 죽으면 아무것도 안 남지만 넌 죽으면 이름이라도 남겠구나’라고요. 아이들은 일단 엄마가 집에 있으니 좋아하더라고요. 작은 애는 아직 어리고 큰 애는 초등학교 5학년인데 자랑도 하고 하는 모양이에요. 친구가 작가가 꿈이라 하니 ‘너 작가 하려면 우리 엄마처럼 손가락 안 보일 정도로 키보드 칠 수 있어야 해. 그럴 수 있어?’라고 하더라고요. 자꾸 자기 이름을 주인공으로 써달라는데 어휴, 못써요. 감정 이입해서 글을 쓰는 스타일인데 베드신이라도 나오면 어휴…(웃음)”

▲ 소설에 웹툰, 드라마까지 3연타를 하기가 흔치 않습니다. 더욱이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는 고구마, 악역이 없기로 유명하죠. 그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왜 그러죠? (웃음) 편하게 읽으실 수 있어서가 아닐까 싶어요. 오히려 자극적 요소들이 많지 않아서요. 사실 로맨스 소설 공식으로 보면 이성연으로 삼각관계가 진행됐어야 하는데 나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에요. 내가 원했던 이상적 연애의 모습을 그려가는 것이랄까요. 특히 모든 창작자가 책임감을 가지고 있겠지만 스스로 도덕적 기준이 매우 타이트합니다. 그래서 악역이 있는 게 힘들어요. 대부분 해피엔딩이기도 하고요. 내 표현에 너무 제한을 두려 하지는 않지만 나이를 먹어가며 더 공부하게 되고 더 조심스럽게 쓰게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 글쓰는 이들이 바라는 성공을 이뤘습니다.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준이 어디냐에 따라 다르겠죠. 나는 앞으로 글을 써나가는 게 진정한 성공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면 더 좋은 작품이 나올 수도 있겠죠. 늘 겸손한 마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 이 성공을 두고 혹자는 ‘안정된 직업이 있었다’고 치부하기도 합니다. 이런 시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변에서도 ‘나도 글이나 좀 써볼걸’ 이런 말씀들 많이 하세요. 10년 동안 얼마나 괴로웠는데요! 좋아하는 일도 하려 하고 일상도 지켜야 하고 애들 피해도 안 주려 노력하다 보니 정말 개인 시간이 너무 없었어요. 누구나 주어진 환경이 다르죠. 내게 돌파구는 글이었어요. 인생의 질이 윤택해지는 돌파구요.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운이 좋았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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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카카오페이지 제공)



▲ 2002년 처음 게시글을 올린 후 꾸준히 작가활동을 해왔는데 작가로서 본인의 최약점을 꼽자면요

“카카오페이지 이전까지는 베드신이 약하다는 소리 많이 들었는데 이 플랫폼은 평준화가 돼서 괜찮아졌어요. 사족으로 ‘김비서가 왜 그럴까’도 첫 베드신 전에 한번 기회가 있었는데 집필 며칠 전에 남편이랑 사소한 일로 조금 다퉜어요. 베드신이 안 써져서 그냥 넘어갔는데 계속 신경은 쓰이더라고요.(웃음) 또 스스로는 서사적 힘이 좀 약한 것 같아요. 내 안의 틀에 갇힌 것 같아서 똑같은 전개가 아닌 틀을 깨보려 하고 있어요.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경우도 영준과 미소가 사랑을 확인한 후 조금 늘어지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하고 반성하고 있어요”

▲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구간이 뒤늦게 빛을 본 케이스인데 혹시 본인 작품 중 ‘이 작품도 드마라화됐으면 좋겠다’ 싶은 작품 있을까요?

“웹툰으로 제작되는 작품이 두 편 있어요. ‘지나가는 비, 낮에 나온 달’과 ‘크리스마스의 남자’요. 권하고 싶은데 안 찾으시네요(웃음)”

▲ 또다른 작품이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원하는 배우가 있을까요?

“구관이 명관이라고 박서준 씨요! 박서준 씨는 처음 봤을 때 사람이 아니구나 생각했을 정도예요.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요. 사실 만나보기 전까진 우리 아들이 박서준 씨처럼 자라줬으면 했는데 실제로 보고 나서는 ‘넌 안되겠구나’ 냉정히 생각했습니다(웃음). 박민영 씨도 굉장히 소탈하고 예쁘고 겸손하신 분이라 감동했어요. 인격적으로 좋은 분이시더라고요. 그래서 두 분 열애설 났을 때는 ‘정말 잘 어울린다. 사실이라면 결혼까지 갔으면!’ 하고 생각하기도 했었습니다”

▲ 작가 환경이 바뀌면서 진입로가 다양해졌지만 그만큼 경쟁자도 많아졌습니다. 제 2의 정경윤을 꿈꾸는 창작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시장이 너무 커졌어요. 직업적으로 들어오려는 사람도 많고 점점 더 과열이 되는 것 같아요. 글을 쓰는 이들도 덩달아 조급한 것 같아요. 사실은 이게 좋아서 하는 일이잖아요. 즐기지 않는 한은 끝까지 가기 어려운 직업인데 너무 조급한 것 같아요. 여유를 좀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단, 즐기면서 쓰되 하루 중 일정시간이라도 정해두고 글을 쓰는 지속성이라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글쓰는 일이 생활 패턴으로 자리잡는 게 연재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보물입니다”

▲ 올해 말 신작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적 있는데 아직 무소식입니다

“사실 몇 번 엎었어요. 시놉시스 설정을 두어 번 바꾸기도 했는데 스스로 마음에 안들어서요. 재미도 재미지만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김비서가 왜 그럴까’ 영향이 아주 없진 않아요. ‘김비서가 왜 그럴까’도 내가 썼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기준을 거기에 맞추면 이후 작품활동을 못하겠거든요. 그런데 이 작품을 아주 버리고 다른 글을 쓰는 건 아직 안돼서 올해까지는 일단 머리를 비우자, 선을 그어둔 상태입니다. 알아보는 분도 많아지고 성공, 성공하니 일단 랜선부터 끊었는데 내 일상부터 지켜야 앞으로의 정경윤 작가가 이어져 나갈 것 같더라고요”

▲ 아무래도 독자분들은 새로운 작품으로 정경윤 작가를 만나고 싶을 것 같아요. 연말의 약속은 좀 더 멋진 작품을 위해 미뤄진 대신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큰 사랑 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보물이라 생각하고 좋은 작품으로 곧 찾아뵙겠습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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