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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김선호 “10년째 재밌는 연기, 10년 더 재미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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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백일의 낭군님' 정제윤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선호(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tvN ‘백일의 낭군님’을 끝나고 만난 김선호는 “인터뷰가 적성에 맞는다”고 했다. 앞서 이미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한 뒤였다. 이후에도 다음 날까지 인터뷰 일정이 있다고 들었는데 오히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게 재밌다”고 웃었다. 작품에 관해 비슷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자리가 반복되는 것에 지칠 법도 한데 김선호에게서 그런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화를 나누며 알게 됐다. 김선호에게 올해 데뷔 10년 차에 접어든 소감을 묻자 “단 한 번도 연기가 재미없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다”는 답이 돌아왔을 때다. 김선호의 모토는 ‘즐기는 것’이다. 그래서 연극 무대나 드라마 촬영장, 심지어는 인터뷰 자리까지 자신이 존재하는 모든 공간이 ‘일터’로만 남지 않기를 바란다. 대신 자유롭게 소통하고 친밀하게 교감하며 다함께 즐길 수 있는 장(場)이 되도록 앞장서 노력한다.

김선호의 즐기고자 하는 마음은 나비효과처럼 되돌아왔다. 그가 지난 2년 출연한 KBS2 ‘김과장’ ‘최강배달꾼’ MBC ‘투깝스’ ‘미치겠다 너땜에’, ‘백일의 낭군님’까지 모두 흥행에 성공하거나 호평받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본인은 “행운”이라며 겸손히 고개 숙였으나 김선호가 갖고 있는, 또 주위에 전하고자 하는 긍정적인 기운이 작품에도 분명 영향을 끼쳤을 게다. “앞으로의 10년도 즐겁게 하고 싶다”는 김선호의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 지난해 ‘김과장’부터 올해 ‘백일의 낭군님’까지 연달아 5개 드라마에 출연했어요

“예전에는 체력이 너무 좋아서 몰랐는데 이제는 (활동을) 쉬지 않고 했더니 몸이 힘들다고 말하더라고요. 안 먹던 비타민도 챙겨먹고 운동도 하면서 체력을 관리하게 됐습니다”

▲ 공연계와 다른 방송가 환경에 적응은 했나요?

“현장 분위기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어요. ‘김과장’ 끝나고 (방송 활동을) 그만둘까 생각했을 정도로요. 연극 현장이 숲이라면 드라마 현장은 사막 같았거든요. 모두가 각자 할 ‘일’에만 신경쓰는 느낌이었죠. 시간이 흐르고 나서 알았어요. 드라마 현장이 워낙 빠르게 돌아가는데다 스태프들도 여러 사람을 겪다 보니 굳이 나서지 않게 됐을 뿐이라고요. 그래서 나중에는 내가 먼저 스태프들에게 말을 걸었어요. 공연하던 때처럼 편해지더라고요. 스태프들과 따로 연락도 주고받게 됐고요”

▲ TV 속 자신의 모습을 보는 일도 익숙해졌나요?

“아직 힘들어요. 공연할 때는 몰랐거든요. 처음 TV 화면에서 나를 마주하고 살을 빼야겠다고 생각했죠. 무대에 설 때는 에너지 소비량이 크다 보니 살이 잘 안 쪘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지 이제 먹으면 먹는대로 찌더라고요(웃음) 원래는 로션도 잘 안 바르고 다녔는데 이제는 조금씩 관리하고 있어요. 특히 ‘백일의 낭군님’을 모니터할 때는 갓이 신경쓰였어요. 촬영할 때 너무 더워서 벗었다 썼다 했더니 컷마다 갓이 조금씩 비뚤어져 있더라고요. 게다가 자다 일어난 얼굴, 먹다 나온 얼굴, 졸다 촬영한 얼굴… 나는 보면 다 알잖아요. 불편했죠. 하하. 자기 얼굴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겠어요. 물론 스스로 사랑해주려고 노력은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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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 작품 활동 중간에 쉬는 시간도 필요했을 텐데요

“‘백일의 낭군님’ 촬영이 끝나고 친구들과 현장에 다시 갔어요. 경기도 이천·전남 순천·경북 문경·경주에서 숙소생활하며 촬영했거든요. 그렇게 예쁜 곳을 훅 지나가 버린 게 아쉬워서 놀러 간 거죠. 경주의 한옥들이 좋았습니다. 내가 알던 수학여행지가 아니라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특히 ‘백일의 낭군님’ 촬영하면서 가장 부러웠던 (관광용) 스쿠터도 탔고요”

▲ 일을 하러 갔을 때와 놀러 갔을 때의 느낌이 달랐겠어요

“실은 ‘백일의 낭군님’ 촬영 내내 자책을 많이 했어요. 사전제작도, 사극도 처음이어서요. 말투부터 신경쓰였죠. PD님, 작가님과 톤을 잡고 들어갔는데도 괜히 불안하더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끝내면 ‘백일의 낭군님’에 대한 기억이 안 좋게 남을 것 같아서 털어버리려고 일부러 촬영지에 여행을 간 것도 있어요”

▲ 의도한대로 훌훌 털고 왔나요?

“문경에서 촬영할 때 종종 더덕구이를 먹었는데요. 놀러 가서 먹으니까 더 맛있더라고요(웃음)”

▲ 원래 걱정이 많아요?

“쫄보에 겁쟁이에요(웃음) 공연할 때부터 발전해야 한다는 강박을 느낀 것 같아요. 그러려면 내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보고 체크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백일의 낭군님’은 사전제작이라 모니터가 안 됐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스스로 부족한 점을 부풀려 생각했던 것 같아요. 또 촬영 막바지에는 숙소에서 자고 일어나 현장 갔다가 퇴근해서 다시 자는 패턴이 반복되니까 어느날부터인가 내가 직장인이 된 기분이 들더라고요. 연기가 즐겁지 않은 거예요. 망치로 한 대 맞은 기분이었어요. 다행히 ‘백일의 낭군님’의 결과가 좋았던 덕분에 ‘내 연기를 보면서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으니 나를 너무 가둬놓고 채찍질하지 말자’고 생각하게 됐죠. 반성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 ‘백일의 낭군님’ 촬영 현장은 유쾌하기로 소문났던데요

“웃음이 끊이지 않았죠. 극 중 송주현 촬영에서는 특히 (이)준혁(아전 역) 선배가 많이 웃겨주셨어요. 한번은 스태프들이 ‘준혁 선배 본인도 덥고 힘들텐데 현장을 재미있게 만들어주시는 게 존경스럽다’고 얘기하는 걸 들었어요. 준혁 선배한테 직접 전해드리진 않았어요. 원래 미담이라는 게 구전되는 거잖아요?(웃음) 또 궁궐 촬영은 조성하(김차언 역) 선배가 재밌으셨어요. 아이스크림도 자주 사주시고요. 후배들을 만나면 한 명 한 명 손을 잡고 ‘네가 이 드라마의 주역’이라고 말씀해주세요. 그런데 막상 드라마를 보면 금방 누구라도 죽일 것처럼 연기하시는 걸 보고 감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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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의 낭군님' 김선호 스틸컷(사진=tvN)



▲ ‘백일의 낭군님’까지 드라마 출연작 모두 흥행에 성공했어요

“처음에 ‘백일의 낭군님’ 시청률이 5.0% 나왔다길래 생각했어요. 엑소?(웃음) 촬영 끝날 때쯤 PD님이 ‘우리 드라마 잘 될 것 같냐’고 물으시기에 ‘5%만 넘어도 대박 아닐까요?’라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시청률이 유지되는 것을 넘어서 계속 오르기까지 하니까 너무 고맙더라고요. 작품의 밸런스가 좋았던 것 같아요.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게 흘렀죠. 궁궐의 이야기로 무게를 잡으면 송주현 이야기로 환기시키면서요. 또 선배 배우들을 필두로 두 배우(남지현·도경수)도 잘 해줬고요. 작품성과 시청률이 항상 비례하는 건 아니잖아요. 타이밍이 중요한데 나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인복도 있고요. MBC ‘투깝스’ 찍고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 같다고 했었는데 이제는 그중에서도 더 큰 나라를 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 작품의 흥행에는 김선호가 연기한 정제윤의 매력도 작용했을 거예요

“제윤이는 너무 용감해요. 칼이 앞에 있어도 헛소리하고 사랑에 있어서도 솔직하죠. 나는 그렇게까지 능글맞지는 못해요. 처음 대본에서 제윤이 홍심을 만난 지 이틀 만에 ‘보고 싶었소’하는 걸 보고 ‘이게 되나?’ 싶기도 했어요(웃음) 그래서 스스로를 이해시키려고 제윤의 대사들을 현대어로 풀어서 읽어봤죠. 특히 ‘마음은 주는 것이지 받는 게 아니다’라거나 ‘꼭 한 번 더 보고 싶었다’는 대사를 해야할 때에는 대본에 없는 인물의 전사를 세웠죠”

▲ 전사의 내용이 궁금하네요

“일단은 대본에 의거했어요. 제윤이가 사연이 많잖아요. 서자이고 어머니는 돌아가신데다 배다른 형이 있어요. 게다가 안면소실증을 앓고 있고요. 그런 제윤이 홍심이만 알아보는 이유가 필요했어요. 제윤의 입장에서 ‘홍심이가 내가 가장 좋아했던, 그리워 하는 사람을 닮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홍심이만큼 아름다운 어머니를 떠올렸어요. 이런 식으로 자꾸 이유를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흔들리거든요”

▲ 무대 출신의 배우들이 캐릭터의 전사를 스스로 설정하는 데 익숙한 것 같아요

“같은 공연을 반복하다 보면 매너리즘이 올 때가 있어요. 틀이 없으면 훅 무너지죠. 나 역시 공연을 통해서 캐릭터의 기본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특히 드라마는 처음부터 대본이 끝까지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한치 앞을 모르고 촬영해야 하죠. 촬영 전날 대본이 나올 때도 있어요. 그러면 순발력과 센스로 연기해야 합니다. 이때 그 전의 연기와 다르게 보이지 않으려면 인물이 바로 서야 하고요”

▲ 공연을 주로 하는 배우들은 일상적인 캐릭터나 연기에 갈증을 느끼기도 하던에 어떤가요?

“MBC 단막극 ‘미치겠다 너땜에’로 일상 연기를 하고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좋아하는 친구에게 고백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굉장히 소소한 이야기거든요. 이 작품을 하고 나서 친구 때문에 웃고 사랑 때문에 아파하고 가족 때문에 슬퍼하는, 평범하지만 주위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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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 극 중 맡은 래완이 은성(이유영)에 대한 마음을 깨닫고 가만히 바라보던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그 장면에서 나오는 노래가 래완이의 상황과 너무 닮아있었죠. 당시에 PD님이 ‘많이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촬영에 들어갔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한 방을 똑 떨어지더라고요. 그랬더니 PD님이 ‘진짜 미안한데 다른 방향에서 한 번 더 눈물을 흘려줄 수 있냐’고 하시는 거예요. 다들 ‘미안하면 시키지 말라’고 했죠(웃음) 웃긴 건, 다시 촬영했는데 또 눈물이 PD님이 원하는대로 나왔어요. 그만큼 래완이의 마음이 나에게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실은 1회 촬영까지만 해도 스스로 계속 의심했거든요. 다행히 2회에 이런 장면들이 나오면서 래완이의 선택에 공감하게 됐습니다”

▲ 로맨스 연기의 매력을 느꼈나요?

“원래 크게 욕심이 없었어요. ‘미치겠다 너땜에’ 이후로 또 이런 작품에 출연할 수 있다면 큰 행운이겠다고 생각했어요. 연기하면서 느낀 게 있거든요. 자꾸 내 기억을 끄집어 내게 되더라고요. ‘나는 이때 어땠지?’하면서요. 래완이도 마찬가지였어요. 은성이에게 고백할 때 대본에는 ‘사실 너 좋아해’라는 말을 어렵게 꺼내는 것으로 되어 있었어요. 혹시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아세요? 거기 보면 남자가 좋아하는 친구에게 갑자기 ‘사랑해’라고 말해요. 그게 현실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PD님에게 말씀드렸고 다행히 재밌겠다고 해주셔서 뉘앙스를 바꿔 연기했죠. 모든 연기가 나의 선택이었어요. 그래서 더 설레는 작업이었습니다”

▲ 최근 소속사를 이적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원래 소속됐던 악어컴퍼니가 연극 제작사였어요. 배우는 나 혼자였죠. 그래서 지난해 ‘김과장’ 오디션에 붙었을 때도 매니지먼트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그때 임시로 다른 기획사에 부탁을 드렸었고요. 올해 악어컴퍼니 대표님이 은퇴하면서 계약을 파기해주셨어요. ‘네 갈 길 가라’고요(웃음) 그러다 지금 KBS2 ‘김과장’ 프로듀서였던 이은진 PD님을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솔트엔터테인먼트를 추천받았어요. 대표님을 만났는데 ‘김과장’ 때부터 같이 일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해주셨죠. 더 고민하지 않고 (계약을) 결정했습니다”

▲ 앞으로도 무대 위의 김선호를 만날 수 있을까요?

“그럼요. 싶은 출연하고 싶은 무대작이 있긴 해요. 작품이 너무 좋아서 꼭 참여하고 싶은데 아직 말할 수 없는 단계예요(웃음) 실제로 공연을 보는 것도 좋아하고요. 기회가 닿는대로 병행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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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 공연 보러 다니면 알아보는 시민이 많아졌죠?

“대학로에 공연 보러 가면 팬들이 인사를 해요. 그럼 대화를 나누기도 해요. 시민들이 아는 체 해주시면 고맙다고 하고요. 아직 누가 알아보는 것을 신경쓸 정도는 아니에요. 지하철도 잘 타고 다닙니다. 경수 정도 돼야 힘들지 않을까요?(웃음)”

▲ 내년이면 데뷔 10주년입니다. 지난 시간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연기가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10년 가까이 하는 동안 ‘재미없다’거나 ‘더 이상 발전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이렇게 말하면 ‘언젠가 재미없으면 그만두겠네’라고 하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10년 재밌었으니 앞으로의 10년도 재미있지 않을까요?(웃음) 특히 내년에는 10주년이 되는 만큼 더 발전적인 한 해가 됐으면 좋겠고요. 이제 대중이 김선호라는 배우가 있는지 알게 되었잖아요. 이제 김선호 하면 ‘사람냄새 난다’ ‘신뢰가 간다’는 말을 듣는 배우가 되기를 바랍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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