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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 잇 수다] ‘댄싱하이’가 보여주는 진정한 ‘10대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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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요즘 콘텐츠 시장에서 가장 핫한 타깃층은 10대다.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생산과 소비가 활발해진 가운데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연령층이 바로 10대이기 때문이다.

이에 공영방송 KBS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지난 7일 처음 방송한 ‘댄싱하이’(연출 이승건)다. ‘댄싱하이’는 10대 댄서들의 서바이벌을 표방한다. 이승건 PD는 글로벌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10대들의 춤 영상이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보고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요즘 댄서들 사이에서는 10대로만 이뤄진 개인 크루나 학교 소속 댄스부 등이 교내외 각종 행사에 참여하며 또 다른 시장을 형성한 상태다.

이렇게 탄생한 ‘댄싱하이’는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왔다. 하지만 포맷 자체에서 신선함을 느끼기는 어렵다. 그간 춤을 소재로 하거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서바이벌이 많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두 요소가 결합됐다는 것만으로 ‘댄싱하이’를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므로 관건은 ‘댄싱하이’ 제작진은 자신들이 강조한 ‘10대들의, 10대들에 의한, 10대들을 위한 서바이벌’을 어떻게 실현하느냐였다.

첫 방송만 놓고 보자면 기획의도대로 이뤄졌다. ‘댄싱하이’는 여태 방송된 청소년 서바이벌 중 ‘10대다움’을 가장 잘 나타낸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분명히 해야할 게 ‘10대다움’의 정의다. 10대 하면 순수, 미숙, 패기, 교복, 꿈과 미래 등의 단어가 떠오른다. 그간 방송한 대다수의 청소년 서바이벌이 강조해온 키워드이기도 하다.

일례로 가장 인기 있는 청소년 서바이벌로 여겨지는 Mnet의 ‘고등래퍼’ 시리즈는 첫 방송 때마다 참가자들에게 교복을 입혔다. 미션으로는 교과서에 나오는 시와 소설을 주제로 랩을 만들라고 제시했다. 이에 따라 신동엽 시인의 시 ‘껍데기는 가라’나 고려가요 ‘청산별곡’을 재해석한 10대 래퍼들의 가사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 SBS에서 파일럿으로 내보낸 ‘방과 후 힙합’은 10대 래퍼 지망생들이 기성 래퍼에게 수업을 듣는 콘셉트였다. 이 과정에서 10대 출연자들이 학교에서 겪는 고민을 랩 가사에 녹이게 했다. 방영 후 감동적인 청소년물이 탄생했다며 언론과 평단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정작 10대 시청률은 0.1%를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어른의 시점에서 기대하는 10대의 이미지가 실제 10대들의 정서와 맞지 않음을 극명히 보여준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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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방송화면)



요즘 10대들은 어른들의 생각만큼 어리지 않다. 물론 순수하지만 동시에 현실적이다. 정서적으로는 덜 성숙했을지언정 자신이 관심을 둔 분야에서는 그 숙련도가 성인에 버금가는 경우도 많다. ‘댄싱하이’는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댄싱하이’ 첫 방송에서는 민소매 톱과 핫팬츠를 입은 소녀가 몸의 선을 강조하며 보깅 댄스를 선보였고, 귀걸이를 한 소년이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와 함께 왁킹을 췄다. 또 대다수 참가자가 짙은 화장과 독특한 염색으로 개성을 드러내는가 하면 단정함보다는 퍼포먼스와의 어울림을 추구한 스타일링으로 무대에 섰다.

이들이 외양만 성숙해 보이도록 꾸민 게 아니기에 더 의미있었다. 앞서 언급한 보깅과 왁킹부터 팝핀·로킹·비보잉 등 다양한 장르의 춤을 소화했다. 학교 장기자랑을 위해 아이돌 춤을 커버하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뜻이다.

전문 댄서 리아킴·저스트절크와 아이돌 가수 이기광·호야·이승훈 등 심사위원들이 참가자들을 대하는 태도도 인상적이었다. 이들은 참가자들에게 장래희망이나 학교 성적, 교우관계와 관련한 고민이 있는지 묻지 않았다. 그저 참가자들의 춤을 면밀히 관찰하고 평가할 뿐이었다. 참가자들을 ‘10대 청소년’이 아니라 댄서 혹은 지망생 그 자체로서 존중해준 것이다.

‘댄싱하이’의 의미가 남다른 이유다. 이에 시청자들의 반응도 기대 이상이다. 방송 첫 주 만에 콘텐츠영향력지수(CPI)와 TV화제성 비드라마 부문 차트 7위에 각각 이름을 올리며 유쾌한 출발을 알렸다. 이제 막 첫 발을 뗀 ‘댄싱하이’가 앞으로도 10대 스스로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10대다움’을 지향하며 순항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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