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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 잇 수다] '수미네 반찬' 김수미가 만드는 情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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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노윤정 기자] tvN 예능 프로그램 ‘수미네 반찬’이 18일 정규 편성을 확정지었다. 지난 6월 6일 첫 선을 보인 이후 방송 7주 만에 이룬 성과다. 일견 당연한 수순으로 보이기도 한다. ‘수미네 반찬’은 평균 3~4%대 시청률(닐슨코리아 유료 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을 유지하며 순항 중이다. 한 회 방송이 끝나고 나면 주요 포털 사이트에 프로그램 이름이 상위권에 오르내리고, 프로그램 내에서 소개된 메뉴까지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관심을 받는다. 쿡방의 전성기가 한 풀 꺾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시기에 ‘수미네 반찬’은 방송사 입장에서도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매력적인 콘텐츠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수미네 반찬’은 신선함을 잃은 쿡방 포맷으로 어떻게 시청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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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 스타 셰프 3인, 김수미의 제자가 되다


‘수미네 반찬’은 여타의 쿡방처럼 ‘레시피 전수’가 프로그램의 기본 틀이다. 이것만 보면 그리 특별할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수미네 반찬’은 ‘요리’라는 분야의 비전문가인 김수미가 여경래, 최현석, 미카엘 등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는 전문 셰프들에게 요리 비법을 전수한다는 콘셉트로 신선함을 꾀한다.

여경래, 최현석, 미카엘 셰프는 각각 중식과 이탈리안 요리, 불가리안 요리 전문가로 요리 경력도 상당하고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오너 셰프이기도 하다. 그만큼 자신의 분야에서 베테랑들이다. 하지만 ‘수미네 반찬’에 오는 순간 권위를 내려놓고 김수미를 스승으로 모시며 요리 비법을 배우길 청한다. 43년 요리 경력을 자랑하는 여경래 셰프가 계란말이, 오징어채 간장볶음 등을 처음 만들어 본다고 고백하며 눈과 손으로 김수미의 요리법을 좇는 모습은 ‘수미네 반찬’만이 가진 특별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김수미는 호통을 치기도 하고 옆에서 살뜰히 챙기기도 하면서 셰프들에게 자신의 손맛을 전수한다. 여경래 셰프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배운 그대로 요리를 하며 김수미의 칭찬을 받는다. 최현석 셰프는 김수미의 애정을 받기 위해 자신을 어필하고 애교를 부리는 모습으로 웃음을 유발하고, 다른 셰프들보다 한식이 조금 서툰 미카엘 셰프는 김수미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늘 전문가의 입장에서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던 세 사람이 제자가 되고 배우는 입장이 된다는 역발상이 신선하다. 또한 다른 곳에서라면 주방을 휘어잡을 전문 셰프들이 손이 빠른 김수미의 속도를 따라가느라 진땀을 흘리고 “더럽게 맛없다”(김수미), “옆에서 보고 다 똑같이 따라했는데 알 만한 양반들이…”(장동민)라는 장난스러운 타박에도 그저 멋쩍게 웃는 모습으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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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 정겹고 푸짐한 한 상


‘수미네 반찬’은 프로그램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동안 쿡방에서 조연으로 여겨졌던 ‘반찬’에 집중한다. 비주얼이 화려하지는 않다. 대신 맛깔스럽고 우리 눈에 익숙한 만큼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게 만든다. 고사리 굴비 조림, 연근전, 소라 강된장, 가지김치 등 소박하지만 정겨운 반찬들의 향연은 물론 예고편만으로 시청자들의 큰 기대를 모았던 묵은지 목살찜, 김수미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사업을 했을 정도로 자신하는 메뉴인 간장 게장 등 ‘밥도둑’ 메뉴들이 무더운 날씨에 잃었던 입맛까지 되찾아준다.

김수미의 레시피는 전문적이지 않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낸다. 전문 셰프들이 중심이 되는 쿡방처럼 화려한 요리 기술이나 플레이팅이 나오진 않는다. 계량화된 레시피도 없다. 하지만 ‘자박자박’ ‘간은 삼삼하게’ ‘간장이 들어갔구나 싶을 정도로’ ‘생후 2개월 된 강아지 먹이 양 만큼’ 등 친숙하고 유쾌한 표현들이 가득하다. 정확한 계량대신 수많은 경험으로 터득한 눈대중과 손맛으로 요리를 만드는 것이다. 세련된 요리법은 아니지만 여느 가정집의 주방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친근한 모습이다. “네 엄마, 할머니가 자격증 가지고 너 밥 해먹였느냐”는 김수미의 말처럼 우리네 부모님이 가족들에게 한 끼 먹이기 위해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우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처럼 대중에게 익숙한 음식을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김수미의 모습은 우리네 일상을 떠올리게 해 정겹다.

한 가지 더. 방송에서 김수미가 만드는 음식의 양은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음식 하나를 하더라도 한 솥 가득 만든다. 그리고 그 음식을 기꺼이 여러 사람들과 나눠 먹는다. 지난 4회 방송에는 김수미가 닭볶음탕, 간장게장, 묵은지볶음, 계란장조림, 풀치조림, 고구마순 김치, 막김치, 열무얼갈이 김치 등의 반찬을 집에서 직접 만들어 와 70여 명의 스태프들에게 대접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함께 일하면서도 정작 음식을 맛보지 못했던 스태프들을 위한 배려와 한 사람이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김수미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처럼 ‘수미네 반찬’은 바쁜 일상 속에서 점점 잊혀져가는 집밥의 따뜻함과 푸근함을 되새기며 인기를 얻고 있다. 김수미는 제작발표회에서 “배우가 본업이라 (출연을) 고민을 하는데 점점 마음이 내키더라. 내 세대가 끝나면 정말 우리 할머니, 엄마가 해주던 반찬은 영원히 맛보지 못할 것 같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김수미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만든 반찬들을 한 상 가득 차린다. 그 안엔 만들기는 쉽지만 손이 많이 가기에 정성이 필요한 메뉴들이 놓인다. 이를 보고 있노라면 가족들의 한 끼를 위해 몇 시간씩 주방에 서 있어야 하는 부모님과 그렇게 만든 음식을 앞에 두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함께 밥을 먹는 가족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게 바로 프로그램의 가장 큰 인기 요인이 아닐까. ‘수미네 반찬’에는 투박한 정과 그리움의 맛이 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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