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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요 잇 수다] ‘차트 프리징’ 말 많은 음원차트, 실시간차트 폐지가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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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각 음원사이트 로고)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한수진 기자] ‘차트 프리징’ 도입 일주일. 아직 시작 단계라지만 사재기, 음원 줄세우기 과열 등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될 수 없다는 평가가 흘러나온다.

지난 11일 국내 6개 음원서비스 사업자(네이버뮤직, 벅스, 멜론, 소리바다, 엠넷닷컴, 지니)가 실시간차트 새벽 1시부터 오전 7시까지 차트를 운영하지 않는 이른바 ‘차트 프리징(chart freezing)’을 적용했다. 음원 소비량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심야시간대를 노린 음원 사재기 시도를 차단하겠다는 목적이다.

하지만 ‘차트 프리징’이 사재기와 같은 문제의 직접적 대안은 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차트 프리징’ 시행 직후 가수 숀의 사재기 논란이 불거졌다. 더욱이 이번 일로 대중의 음원차트에 대한 신뢰도까지 하락한 모양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 관계자는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내부적으로 효과에 대한 결론을 내리긴 어렵다. 물론 미비한 부분은 있을 거라고 본다. ‘차트 프리징’을 완벽한 해결책으로 내놓은 건 아니다. 음악온라인서비스사업자(OSP)와 문화관광체육부(이하 문체부) 사이에서의 상호 협의 단계를 밟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추이를 지켜본 후 협의를 통해 보다 발전적인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사재기 규명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팬덤이 스트리밍 목록을 짜서 24시간 듣는 건 사재기라고 보기 어렵다. 특정 집단이 영리를 목적으로 스트리밍을 돌리는 걸 사재기라고 보는 거다. 하지만 이렇게 의도나 목적은 다를지라도 두 개의 스트리밍 방식이 기술적으로 봤을 땐 똑같다. 어떤 형식으로 스트리밍을 돌리는 지 가늠해내는 게 어렵다. 기술적 한계점이 있다. 게임의 경우 매크로를 잡아내는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음원사이트의 경우 위의 두 가지를 구분해내는 것 자체가 어렵고 그러한 기술도 자리 잡혀 있지 않다”고 현실적 어려움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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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멜론 어플리케이션 첫 화면 캡처)



■“차트 프리징, 근본적 해결책 못 돼”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차트 프리징은 당연히 (사재기, 줄세우기) 대안이 될 수 없다. 프리징 직전에 상위권에 올려놓으면 새벽 시간 내내 고정되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실시간차트 폐지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시간차트 자체가 팬덤 경쟁을 부추기고, 사재기와 같은 논란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음악 PD이자 가수인 윤종신과 박진영까지 나서서 음원차트에 대해 꼬집었다. 윤종신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 “차트는 현상의 반영인데 차트가 현상을 만드니 차트에 어떡하던 올리는 게 목표가 된 현실이다"며 "음원차트 톱100 전체재생 버튼을 없애면 어떨까 제안하고 싶다. 꽤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이 무취향적 재생 버튼을 누르고 시간을 보낸다. 차트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은 부가이익을 얻는다. 어떡하던 차트인 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박진영은 문체부, 공정거래위원회에 사재기 논란과 관련해 조사를 의뢰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처럼 다수의 음악 종사자들도 실시간차트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나선 상황. 이들이 내놓은 공통된 해결책은 실시간차트 폐지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와 문체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두고 논의 중이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 관계자는 “사업 이윤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없애라고 할 순 없다. 차트는 온라인음원서비스의 충성도를 강화시켜주는 도구이기 때문”이라며 “이들의 영업적 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단번에 없애라고 할 순 없다. 그래서 프리징을 먼저 시도해보고 추이를 지켜보자고 논의를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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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로, 숀(사진=리메즈엔터테인먼트, 디씨톰엔터테인먼트)



■사재기 논란에 도 넘은 인신공격…문제는 가수가 아니라 업계시스템

“닐로 먹다” “숀 안대고 닐로 먹기”. 최근 차트 관련 기사에 잦게 달리는 댓글이다. 가수 닐로와 숀이 멜론 실시간차트 1위에 오른 것을 두고 사재기 의혹을 제기하면서 나온 말장난이다. 듣는 당사자 입장에선 그리 달갑지 않은 표현이다. 급기야 숀은 억울함을 토로하며 경찰에 정식 수사 의뢰까지 한 상황이다.

사재기에 대한 합리적 의심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들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은 이미 도를 넘었다. 한 가요관계자는 “업계 종사하면서 가수가 사재기 한다는 소리는 못 들었다. 만약 주도를 해도 기획사에서 할 것이다"며 "가요팬들이 합리적 의심을 할 순 있다. 하지만 사재기라는 확증도 없을 뿐더러 사재기를 시도한다면 아티스트 본인이 아닌 소속사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아티스트에게 인신공격이 가해지는 현상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뮤지션을 사기꾼으로 몰아가는 비난 여론이 맞는 지 의문이 든다. 네임밸류가 없는 가수라고 해서 가치를 폄하하는 현상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음원료 중 가장 많은 배분을 차지하는 건 제작사다. 가창자의 배분이 가장 낮다. 특히 숀의 경우 앞서 닐로의 사재기 의혹에 대한 대중 반응을 지켜봤을 것이다. 밴드 칵스로 활동하며 이미 두터운 팬층을 쌓은 그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사재기를 시도할 이유가 없다.

아티스트인 한 사람이 아닌 뒷 배경인 구조를 봐야 한다는 말이다. 사재기까지 만들어 낸 업계의 음원차트에 대한 과잉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물론 음원차트가 가수의 인기를 방증하는 가장 큰 수단이 되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보다 성숙한 음원 소비를 위한 움직임은 필요하다. 하지만 실시간차트 등 순위를 가르는 시스템이 존재한다면 지금과 같은 문제는 뿌리 뽑지 못한다. 앞서 윤종신이 언급한 개인 큐레이팅 시스템도 좋은 대책이 될 수 있겠다. 보다 신중하고 현명한 해결책이 필요한 때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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