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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검법남녀'] "시즌2 가자" 정재영X정유미의 인간미, 그리고 열린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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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방송화면)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노윤정 기자] “시즌1 대단원의 피날레를 궁금하게 만들어 놓고 끝내는 게 목표다”

‘검법남녀’를 연출한 노도철 PD가 자신의 공약대로 시즌2를 기다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엔딩을 선보였다.

17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연출 노도철·극본 민지은, 원영실) 최종회에서 백범(정재영)은 10년 간 죽은 줄 알고 살아왔던 연인 한소희(이언정)를 다시 만나고 과거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조금씩 자신을 치유해간다.

백범은 강현(박은석)을 통해 한소희가 살아있고 아버지 백호철(최종률)이 그동안 한소희의 생존을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백범은 10년 전 진실과 마주한다. 사고 당시 한소희의 뱃속에서 죽은 아이는 강용(고세원)이 아니라 백범의 아이였다. 그렇게 백범은 10년 만에 함께 미래를 꿈꿀 정도로 사랑했던 연인을 다시 만난다. 하지만 지난 10년 간 자신의 감정을 죽이고 살아온 백범은 “아무 느낌 없었다. 소희를 다시 만났는데”라고 말한다. 그런 백범에게 은솔(정유미)은 “피하지 마라. 끝까지 가보라. 이게 선생님이 나한테 가르쳐준 거다”라고 말하며 백범이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한다. 한소희는 백범이 병실을 다녀간 뒤 10년 만에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났고, 백범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눈을 감았다.

그 사이 또 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은솔은 피해자가 오만상(김도현)의 변호인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챘다. 오만상은 아내에게 끔찍한 폭력을 휘둘러 죽음에 이르게 만든 인물이며, 변호인이 자신의 또 다른 범죄 사실을 밝히려하자 살해한 것. 오만상은 자신의 알리바이를 꾸미고 시체에서 자신과 연관 지을 수 있는 흔적까지 완벽히 지웠다. 하지만 다시 평소 모습으로 돌아온 백범은 결정적 증거를 찾아내 오만상의 범죄 사실을 증명해낸다. 하지만 오만상은 죽음을 위장해 다시 한 번 법망을 빠져나가려 하고 백범은 부검을 통해 진실을 밝히려 하며 극은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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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방송화면)



‘검법남녀’는 극 초반부터 사건 중심으로 흘러가는 장르물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을 배경으로 매회 주인공들 앞에는 해결해야 할 강력사건이 놓였다. 큰 틀 안에서 개별적인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스토리가 속도감 있게 전개돼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또한 개별 사건 간 연속성이 크지 않다보니 시청자들의 진입 장벽도 낮았다. 월화극 1위를 굳건히 지키던 경쟁작이 종영한 후 시청자들은 입소문을 듣고 채널을 돌렸고, ‘검법남녀’는 빠른 전개와 중간 유입이 쉬운 스토리를 강점으로 내세워 시청자들을 붙들었다.

극이 다루는 사건의 성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죽음’을 다루니 당연히 무거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이 인간적이었다.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아내의 이야기부터 공부를 잘하기 위해 먹었던 약물에 취해 환각 속에 투신한 어린 학생 이야기, 자식들의 홀대 속에 쓸쓸히 죽어간 노인의 이야기 등은 보는 이들에게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하지만 피해자의 사연에 가슴 아파하고 가해자를 단죄해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려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따뜻하고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특히 열정과 의욕만 가득했던 초짜 검사 은솔이 성장해 가는 과정은 실수하고 깨지기 일쑤인 우리네 모습과 겹쳐지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 안에서 무게 중심을 잡은 건 역시 정재영이었다. ‘명품 배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정재영은 ‘검법남녀’의 흥행을 이끈 일등 공신이라 할 만하다. 극 중 정재영은 까칠하고 극도의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법의관 백범으로 분했다. 그렇다고 완벽한 인물은 아니다. 가장 친한 친구와 사랑하는 연인, 직업을 한 순간에 버려야했던 아픈 과거를 안고 있다. 곧잘 버럭버럭 소리 지르기는 하지만 정작 제 감정을 드러내는 인물은 아니다. 결코 표현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였지만 정재영은 이 복잡한 인물의 감정을 미세한 눈빛 변화와 표정 변화만으로 완벽히 표현했고, 등장하는 장면마다 압도적 존재감을 발산해 극에 개연성을 더하고 몰입도를 높였다.

‘검법남녀’는 전작이 부진한 시청률을 기록했기에 후광 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다. 소위 ‘스타 캐스팅’ 면에서도 경쟁작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예비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크지 않았고 때문에 극은 동시간대 시청률 3위라는 성적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검법남녀’의 최저 시청률은 첫 회에서 기록한 4.5%(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이하 동일 기준)다. 첫 방송 이후 꾸준히 시청률이 올라갔다는 뜻이다. 실제로 ‘검법남녀’는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시청률을 높여갔고 한 번 보기 시작한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으면서 더 많은 시청자들을 끌어당겼다.

이처럼 ‘검법남녀’는 오직 이야기의 힘으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오르는 유쾌한 반전을 이뤘다.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중계 등으로 결방이 잦아지며 극의 흐름이 끊기는 악재가 있기도 했으나 쉽게 월화극 왕좌를 내어주지 않았다. 최종회 역시 극의 처음과 끝을 긴장감 있게 만든 악역 오만상의 단죄 여부를 열린 결말로 남겨두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가는 백범과 은솔의 모습을 그리며 시즌2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노도철 PD는 제작발표회 자리에서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히며 ‘MBC 최초의 시즌물’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어쩌면 당시에는 다소 막연한 바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검법남녀’ 최종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지금 노도철 PD의 바람이 그저 소망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목표가 됐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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