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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 젠더리스] ②김기수 인터뷰 “남자화장, 내가 뭇매 피하면 계속 힘들어져”
남자는 파랑, 여자는 핑크와 같은 색깔 구분처럼, 우리 사회엔 남녀를 구분 짓는 정형화된 이미지가 있다. 남녀의 성질을 구분 짓고 교육한다. 긴 머리카락, 화장, 치마 등이 여성의 전유물이 된 것처럼 말이다. 최근 들어 남녀를 구분 짓던 전유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젠더리스’(genderless)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한 마디로 성별이 없는, 즉 성별의 구분을 짓지 않는 것을 말한다. 남성이 화장을 하고, 여성이 군화를 신는 것이 그 예다. 몇 년 사이 뷰티 업계부터 미디어까지 이 같은 변화가 확대되고 있다. 달라지고 있는 현 사회의 ‘젠더’ 정의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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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한수진 기자] 아직 한국사회에선 화장하는 남자를 낯선 타자로 여긴다. 화장은 오랜 기간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개그맨 출신 뷰티크리에이터이자 젠더리스 화장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김기수의 행보는 신기함과 동시에 질타의 대상이 된다. 그가 하는 눈화장과 립 메이크업은 누가 봐도 여성적이다. 길게 빠진 아이라이너와 붉은 빛을 띠는 입술은 멋있기보다 예쁘다.

김기수는 국내 젠더리스 화장의 상징적 인물이다. 젠더리스를 검색하면 그의 이름 따라 나올 정도다. 하지만 새로운 트렌드의 상징이 된다는 건 그만큼 표적의 대상이 되기 쉽다. 실제로 그는 자신을 둘러싼 온갖 루머에 휩싸였다. 그는 “여성이 되고 싶지도, 게이도 아니다”고 확실히 밝혔다.

그는 ‘댄서 킴’에서 ‘뷰티크리에이터 킴’이 되기까지 결코 적지 않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직접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수십 만 명의 구독자를 만들어 낸 것이 이 같은 노력을 입증한다. ‘젠더리스 화장’의 선두를 이끌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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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사진=연합뉴스)


▲젠더리스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뜨는 게 김기수에요. 그만큼 관련 분야에서 영향력이 상당해요

“퀘스천(question)으로 다가왔다가 느낌표로 정착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걸 보면 ‘잘해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엔 신기해서 보던 사람들이 점차 정보력으로 믿고 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거든요. 팬들도 신기한 시선으로 찾아 봤다가 진짜로 적용 가능한 꿀팁을 얻고 팬(fan)에서 팸(fam)이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요. 남자 팬들을 꼬요(꼬마요정)라고 하는데 남자 꼬요도 늘어나고 있고요”

젠더리스 화장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아역배우 출신이라 어릴 때부터 중년 배우들이 메이크업을 하는 모습을 자주 접했어요. 메이크업을 하고 나온 걸 보는데 정말 예쁘더라고요. ‘메이크업이 사람을 바꾸는 힘이 크구나’라고 어릴 때부터 느꼈어요. 또 이후엔 연극 무대에 섰고, 개그맨으로 활동하면서 무대에 올랐죠. 무대에 섰던 사람이기 때문에 메이크업을 되게 쉽게 접했어요”

인스타그램 라이브나 유튜브 채널 영상을 보니 화장에 대해 실제적인 체험 위주의 조언이 많아요

“‘메이크업은 이기적인 거다’라는 거죠. 매일 매일 나오는 새로운 브랜드를 새로 써봐야 하는 위치잖아요. 어떻게 더 예쁘게 설명을 해줄까에 대한 생각이 많아요. 패션쇼 런웨이의 뒤편에 있는 백그라운드 메이크업을 많이 봐요. 거기에서 영감을 많이 얻어요. 그리고 제품을 많이 써보기도 해요. 3일 동안 여섯 개의 영상을 찍었는데 다 버렸어요. 그 만큼 시도를 많이 해요. 앞에서 이기주의라고 이야기한 이유는 내가 발랐을 때 예쁘면 소개시켜주고 싶은데 발랐을 때 안 예쁜데도 버리기 싫으면 계속 예뻐질 때까지 발라요. 그런 팁을 알려주는 거죠. 이런 노하우가 하나씩 생기면 금손이 된다는 주의거든요. 화장은 계속적인 도전이자 나한테 늘 새로운 국면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아직 한국사회에선 젠더리스 화장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아요

“사실 지금도 많이 부딪히는 중이죠. 난 젠더리스 화장을 ‘메이크업 웨이크업’이라고 불러요. 잠자고 있던 사람들이 깨어나는 게 메이크업이라고 생각하죠. 색조 화장들은 여자의 전뮤물이 맞아요. 여자들이 선호하고 제품들로 그들의 피부에 맞게 나온 게 화장이라고 봐요. 그런데 메이크업은 기술이라고 봐요. 분명히 구분 되는 개념이죠.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걸 통합적으로 봐서 성적 이분법적 잣대로 봐요. 그런 생각은 안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나처럼 색조화장을 하라는 것도 아니에요. 남녀를 떠나 인간으로서 그루밍(grooming)적인걸 보여줘야 한다는 거죠. 한 인간을 봐야지 ‘화장품 쓰는 남자 난 이해가 안가’라고 치부할 게 아닌 거예요. 세계적인 트렌드가 젠더리스로 바뀌고 있어요. 언제까지 우물 안 개구리가 돼야 하냐는 거죠. 독일, 싱가폴, 말레이시아 등 외국에선 날 취재하러 와서 아름답다고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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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사진=연합뉴스)


▲화장 때문에 악플에 시달리기도 했어요

“우리나라만 남자가 화장을 하는 걸 극단적으로는 역겹다고까지 말해요. 젠더리스 뷰티나 룩이 세계적으로 성황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따라가질 못하고 있어요. 젠더에 대한 인식 자체가 안 좋기 때문이죠. 과거 유니섹스라는 단어를 등장했어요. 그 다음 트렌드가 바로 젠더리스에요. 유니섹스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사람들의 거부감이 상당했어요. 그런데 10년 뒤에 보편적으로 쓰였죠. 지금 젠더리스가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 어감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요. 또 ‘굳이 저걸 왜 따라해냐’는 사람도 있어요. 내가 정글을 칼로 가지를 쳐가면 앞장서 가고 있는 거예요. 메이크업은 날 표현할 수 있는 것 중 하나지 전체의 나를 설명하지 못해요. 모두의 이해를 바라진 않지만 직업에 귀천은 없잖아요. 요새 여성들의 탈코르셋 바람이 크잖아요. 나도 탈코르셋을 하고 있는 거예요. 남성들이 요구받던 남성다움의 코르셋을 벗어 던진 거죠. 남자 화장품 구매율이 상승하고 있는 걸 보면 나와 같은 남자들이 암암리에 많은 거예요. 하지만 시선 때문에 숨기고 있는 거죠”

▲화장에 대한 남성들의 인식이 변화하는 걸 목격한 적이 있나요

“내가 드러냄으로써 남자들도 화장에 대해 조금은 보편성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다 처음이 두려운 거거든요. 메이크업 관련 남성들의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어요. 콘텐츠에 대한 요구도 많고요. 남자들이 비비 바르는 법, 눈썹 다듬는 법을 가르쳐주죠.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봐요. 주말에 관악산 앞의 지하철 화장실에 가면 아버님들이 산에 오르기 전에 쿠션을 바르고 있어요. 실제로 목격했어요. 어떤 아버님은 심지어 나한테 ‘쿠션 뭐 쓰냐’고 물어보기 까지 했어요. 멋있어 보이기 위해 바르는 거였죠. 유튜브 운영 중에도 60대 남성들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쿠션이나 스킨로션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다면 소개팅이나 중요한 만남을 앞둔 남성들에게 메이크업 ‘꿀팁’을 알려 줄 수 있을까요

“리퀴드 타입의 컨실러를 사서 눈 밑에만 살짝 발라보세요. 눈 밑만 밝혀도 사람이 달라 보여요. 인상 자체가 온화하고 부드러워 보여요. 제품은 피부에 맞는 걸 직접 가서 테스트해봐야 해요. 딱 기본적인 걸 말하자면 눈썹 다듬기, 눈 밑 컨실러, 립밤 세 가지를 추천해요. 나 역시 남자들이 전체적으로 비비 바르고 하얗게 뜬 얼굴을 보면 좀 그렇더라고요. ‘논투어링’이라고 있어요. 남자의 문제점이 턱까지 쿠션을 다 바르는 거죠. 얼굴 삼각형만 바르고 나머지 여분으로 밀어서 발라줘야 해요. 남자들이 그런데 이런 걸 모르니까 다 바르다가 하얗게 뜨는 거죠”

▲지금하고 있는 활동들로 이루고 싶은 목적이나 앞으로 계획이 있나요

“우선적으로 화장을 잘하고 더 많은 팁을 알려주고 싶어요. 많은 분들에게 더 사랑받기 위해서 노력하고 고개를 숙여야겠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죠. 내게 이분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들도 이해하게끔 만들어주는 게 내 일인 것 같아요. 내가 뭇매 맞는 걸 피하면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이 힘들잖아요. 또 해외 진출을 꼭 하고 싶어요. 이미 했지만 좀 더 왕성하게요. 그리고 앞으로 당부할 것도 있어요. 그간은 악플들을 무시했었는데 그런 악플들로 인해서 하고 있는 일들이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어요. 연예인이나 뷰티크레이터를 떠나서 한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챙기기 위한 조치에 최선을 다할 거예요. 법적인 고소 절차에 나설 겁니다. 남의 인생 좌지우지 할 시간에 스스로의 인생을 아름답게 꾸미셨으면 좋겠어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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