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독전’은 독하다. 누구 하나 쉬운 캐릭터가 없고 마약 범죄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가지고 끝까지 몰아붙이니 독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러니 결말이 허무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허무한 감정이 주는 여운 또한 짙다.

‘독전’은 아시아 최대 마약 조직의 실체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의문의 폭발사고가 일어나고 조직의 후견인인 오연옥(김성령)과 조직에서 버림 받은 락(류준열)이 오랫동안 마약 조직을 추적해 온 형사 원호(조진웅) 앞에 나타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간 마약 조직과 형사가 등장하는 범죄 영화는 많이 봐왔다. 전형적인 마초적인 느와르가 아닐까 예상했지만 ‘독전’은 예상을 비껴간다. ‘천하장사 마돈나’ 등을 연출한 이해영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도 반전이다. 쉴 틈 없는 전개는 쾌감을 주고 노르웨이, 염전 등의 배경, 강렬한 비트의 음악은 영화의 미장센을 살려 비주얼버스터라는 홍보 문구에 수긍하게 만든다.


원호와 락은 조직의 중심인 이선생을 추적해가면서 다양한 인물들과 만난다. ‘독전’의 강점이 이 지점에서 터진다. ‘독전’은 그야말로 화려한 멀티캐스팅을 자랑하는데 원호와 락이 만나는 인물들은 범죄 영화의 전형성을 거부하고 변주한다.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오연옥부터 진하림(故김주혁), 선창(박해준), 농아남매(김동영, 이주영), 브라이언(차승원)까지 하나같이 존재감이 만만치 않다.

형사 원호로 분한 조진웅은 한 작품이지만 여러 가지 얼굴을 보여주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류준열은 그 자체만으로 락이 됐다. 대사가 많지 않음에도 락의 외로움과 공허함이 전달된다.

이선생을 미친 듯이 쫓는 원호의 서사는 약하다. 이선생을 잡고 싶다는 욕망은 드러나지만 ‘왜’라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그 부분이 ‘독전’의 짙은 여운을 주는 결말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불친절한 결말에 대한 관객들의 호불호는 갈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15세 이상 관람가이지만 수위가 꽤 세다. 노출, 신체가 절단되는 폭력신부터 마약을 흡입하는 장면까지 그대로 보여지는데 상당히 자극적이다. 그리고 故김주혁의 유작이라는 점도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김주혁은 지금껏 보지 못했던 얼굴을 보여준다. 그 강렬함이 영화가 끝난 후에도 잔상처럼 남는다. 22일 개봉.

cultur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