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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뷰] 스타강사→엄마들의 엄마로…'김미경 패션쇼' 특별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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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헤이스스튜디오(Hayes studio))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성공이란 무대 위에서 화형당하는 사람이 많아요. 매 순간을 스타강사, TV에 나오는 사람으로 살았으면 불에 타 죽었을 거예요. 미혼모를 돕는 지금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성공한 여자로 살면서 내 운값을 지불하는 느낌? 밸런스가 잡혀가는 느낌이에요”

지난해 김미경은 ‘엄마의 자존감 공부’ 출간 기념 인터뷰 중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의 건물 1층이 미혼모들의 식사와 수다를 위한 장소로 쓰여진다고 자랑하며 기자에게 “나를 돕는 삶은 충분히 살았으니 베푸는 삶을 살겠다”고 남다른 포부를 밝혔던 터다.

김미경의 꿈이 이뤄졌다. 김미경은 6개월여 전 예고한 대로 지난 22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백화점 문화홀에서 자신의 첫 패션쇼를 열었다. 모친이 50여 년간 운영한 ‘리리 양장점’ 리리와 자신의 이니셜을 딴 MK를 붙여 MK&LILY란 브랜드로 나섰다. 여기까지라면 유명인의 깜짝 이벤트에 그쳤겠지만 이날 런웨이에는 미혼모들이 오르면서 김미경의 인생철학을 고스란히 드러나게 했다. 스타강사란 수식어를 달고 살았던 김미경은 디자이너이자 ‘엄마들의 엄마’란 수식어로 인생 제 2막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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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헤이스스튜디오(Hayes studio))


■ 편견에 대한 극복과 치유의 장이 되다

이날 패션쇼 타이틀은 ‘Brave women(용기있는 여자들)’. 편견에 맞서는 당당한 미혼모들과 함께 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이 땅의 미혼모들을 응원하기 위해 많은 이가 함께 했다. 런웨이에 오른 8명의 미혼모는 물론이고 개그우먼 박지선, 정주리, 방송인 안선영 최은경, 연기자 조향기, 정가은, 김민희 등 17명의 연예인이 자발적으로 나섰다. 두 달여 간 미혼모들의 워킹 멘토로 나선 박둘선도 무대에 올라 자신의 멘티들을 응원했다.

설렘, 기회, 극복, 그리고 치유. 8명의 미혼모들은 김미경이 마련한 기회의 장에 오르며 이날 패션쇼의 의미를 이같이 밝혔다. 말 그대로 자신의 삶에 닥친 어려움을 헤쳐가는 도중 만난 김미경이란 사람, 그리고 그가 마련한 무대는 미혼모들에게 기회이자 치유의 동기가 됐다. 한 미혼모는 “누구보다 열심히 아이를 키워왔다. 하지만 편견과 무시는 극복할 수 없었다. 학부모 모임에도 떳떳하게 나가지 못했다”면서 누구보다 아이에게 당당한 엄마로 거듭나고자 무대에 오른다고 설명했다.

“사회가 용기 있고 당당한 여성으로 봐줘야 그들도 멋지게 성장할 수 있다”며 패션쇼를 기획한 김미경의 마음을 아는 듯 이날 객석을 꽉 채운 관객들은 큰 환호성과 박수로 미혼모들을 응원했다. 일시적인 눈길과 함성은 연예인들에게 향했지만 뜨거운 박수와 응원은 오롯이 미혼모들의 것이었다. 일부 미혼모들의 가족은 무대 위에 올라 어느 때보다 당당한 ‘여자’의 모습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 응원에 보답하는 듯 미혼모들은 고스란히 느껴지는 떨림과 긴장 속에 당당한 미소와 워킹으로 무대 위를 활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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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미경 인스타그램)


■ 김미경 진심이 느껴진 무대

무엇보다 이날 인상 깊었던 점은 김미경의 진심이었다. 김미경은 지인들을 초대하며 어떤 행사인지도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디자이너 스스로의 성과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의미있는 발자취를 남기는 행사임이 분명했지만 구구절절 “도와달라”거나 “꼭 와달라”는 청을 하지 않았다. 김미경과 오랜 친분을 쌓아 온 뮤지컬 배우 남경주는 이날 조용히 행사장에 들어와 맨 뒷줄에서 패션쇼를 관람하며 미혼모들을 응원했다. 남경주는 기자에게 “오늘 무슨 행사인 줄도 모르고 왔다”면서 “김미경은 늘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다. 오늘도 너무 놀랐다. 미혼모들의 아이들이 입양되는 비율이 높다고 들었다. 그만큼 현실이 어렵고 힘들다는 것 아니겠나. 이 행사를 통해 미혼모들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길 바라며, 미혼모들에 대한 사회의 인식도 조금이나마 바뀌길 바란다. 이 행사가 그러한 변화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날 축하공연을 위해 참석한 팝핀현준 역시 전혀 몰랐다고 당황해했다. 김미경 강의에 자주 깜짝 게스트로 등장한다는 팝핀현준은 이날도 강연장에서의 깜짝 이벤트 공연인 줄 알고 편안한 옷차림으로 왔다며 민망해했다. 팝핀현준은 “(김미경)누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여기 와서 보고 깜짝 놀랐다. 패션쇼인 줄 알았으면 좀 더 신경써서 입고 왔을 것”이라면서 “김미경이란 사람은 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고야 마는 사람이다. 대단하다. 나 역시도 내 인생의 멘토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팝핀현준 역시 자녀를 둔 아버지로서 미혼모 행사에 남다른 인상을 받았다고. 그는 “보통의 부모도 아이를 키우며 힘든 순간들이 많다. 미혼모들은 더할 텐데 이런 행사를 통해 그들을 도우려 하는 김미경 강사가 대단하다”면서 “나 역시 편견을 받으며 걸어온 인생이다. 비보이에 덧씌워지는 편견의 시각들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비보이의 길이든 미혼모의 길이든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 뿐이다. 괜한 자격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미혼모들에게 힘내시라고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패션쇼 입장료를 비롯해 옷 판매금, 자선경매 등으로 모은 모든 수익금은 김미경이 이끌고 있는 (사)그루맘에 기부돼 미혼모들을 위해 쓰인다. 김미경은 이를 일찌감치 밝혔고 그 덕에 이날 관객들로부터 더욱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패션쇼 후 김미경은 “오늘 쇼는 용기 있는 미혼 엄마들과 함께 하는 수많은 후원자와 후원기업, 자원봉사자들 덕에 가능할 수 있었다”며 “이 쇼를 계기로 더 많은 미혼 엄마들이 세상에 당당히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패션쇼에 참가한 한 미혼모 모델도 “패션쇼를 통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예전의 당차고 활기찬 모습을 되찾았다”며 “나도 괜찮은 사람이고, 쓸모있는 사람이라는 자존감을 패션쇼를 통해 찾을 수 있었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이날 패션쇼는 미혼모들을 위한 것이었지만 김미경에게도 행복한 행사였던 것으로 보인다. 무대 위에서나 무대 밑에서나 그의 만면에 웃음이 떠날 줄 몰랐다. 그 모습이 여느 때보다 아름다웠던 건 선행을 셈하지 않은 진심 때문이었을 터다. 어쩌면 그의 저서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란 제목처럼, 김미경도 꿈이 있어 늙지 않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미혼모들과 함께 꾸는 꿈이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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