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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양준모의 프라이드 “23살 ‘명성황후’ 韓 뮤지컬의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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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쇼온 컴퍼니)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양준모는 오페라 가수가 되기 위해 성악을 전공했다가 우연한 기회로 뮤지컬 배우가 됐다. 덕분에 탄탄한 발성과 쩌렁쩌렁한 성량이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지 오래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면 시간을 거스르는 놀라운 외모 변화다. 그는 20대에는 자타공인 노안 배우였으나 지금은 동안이다. 세월이 흘러 나이보다 앳되어 보이는 동안처럼 무대를 향한 그의 열정도 나날이 커져만 가고 있다.

■ 양준모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이미 2006년에도 참여한 ‘명성황후’에 다시 출연합니다. 한국 창작뮤지컬에 대한 자부심 때문이었어요. 스스로도 그런 걸 느끼지만 작품 안에서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컸죠”

양준모는 2006년 20대의 나이로 고종의 아버지 대원군을 맡고, 2018년 같은 작품에서 고종을 연기한다.

“이 작품에선 모든 인물들이 주인공 명성황후의 감정들을 살려주기 위해 존재해요. 어떻게 연기해야 명성황후의 감정을 잘 살릴 수 있을까 고민했죠. 딱히 욕심을 부리진 않았어요. 조연으로서 해야 하는 의무이기도 했죠. 내 역할을 확실히 알았기 때문에 비중 면에서도 아쉬움은 없어요”

그는 세력 다툼 속 왕실을 지키기 위해 고뇌하는 고종을 연기한다. 그러나 작품 속 고종은 크게 튀어 보이는 캐릭터는 아니다.

“별다른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지만 고종 역할에 욕심이 났어요. 20년 전 작품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고종과 실제 캐릭터는 약간 다를 수 있잖아요. 이번 시즌 고종은 캐릭터가 명확해서 좀 더 살려보고 싶었죠. 매년 똑같은 작품을 올리진 않잖아요. 공연을 올리며 수정하는 가운데 각각 인물들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노력들을 많이 하죠. 올해 버전만의 색깔이 있어요”

이번 시즌 고종 역할은 트리플 캐스팅이다. 양준모를 비롯해 박완, 손준호까지 실력파 배우들이 같은 배역을 연기한다.

“연습할 때 어떻게 하면 '명성황후'를 잘 도울 수 있을까 셋이서 얘기를 많이 했어요. 주어진 캐릭터 안에서 고종을 표현하는 방식이나 가사 전달 부분도 많이 고민했죠. 세 명의 고종이 모두 달라요. 박완은 이 캐릭터를 오래 전부터 해왔기 때문에 가장 많이 알고 있죠. 손준호는 원래 본인이 갖고 있는 모습과 캐릭터가 어울려요. 양준모의 고종은 인간적인 면에 집중하죠”

그동안 작품 속 캐릭터들은 거듭 발전해왔다. 이 가운데 2018년 ‘명성황후’의 고종은 지난 시즌들과 비교해 한층 더 깊고 인간적인 얼굴을 한다.

“연기를 하다보면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게 가장 힘들어요. 주어진 가사와 동선으로 표현하되 양준모가 아닌 고종이 무대에서 보여야 하잖아요. 관객 분들이 볼 때 고종이 약하고 우유부단하다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 표현하려 했죠. 직접 고종의 입장이 돼 보는 거예요. ‘나도 정치를 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고 그래서 답답하다’는 면을 보여주고 싶었죠. 어떤 장면에선 웃고 있지만 슬픔에 잠겨있는 모습으로 표현해 관객 분들과 더 깊이 있게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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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쇼온 컴퍼니)


■ 역사와 자부심 사이

“작품을 볼 땐 노래를 가장 먼저 봐요. 나만의 스타일로 소화할 수 있을지를 보는 거죠. 창작일 땐 곡이 늦게 나오는 경우도 있어 캐릭터를 보기도 해요. 이해가 되고 공감이 가는 인간적인 인물을 표현하고 싶죠. 그동안 강한 배역을 많이 해왔는데 지금 하는 역할들은 만족하며 임하고 있어요. 다음에도 참여한다면 각각 인물들이 더 잘 보이도록 새로운 인물들을 만들어보고 싶죠”

‘명성황후’는 한국 창작뮤지컬이라는 독보적인 타이틀만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긴 시간 동안 모든 창작진이 필사적으로 노력해온 덕분이다.

“한 25주년 정도가 지나면 세트부터 의상 등 모든 연출적인 면들을 바꿔 공연해봤으면 좋겠어요. ‘레미제라블’도 작년에 30주년을 맞았는데, 이미 20주년 때부터 새로운 연출 버전을 준비해 25주년 땐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탈바꿈됐죠. 물론 옛날 버전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이런 노력을 많이 하고 있죠. ‘명성황후’도 정말 훌륭한 작품이고 매년 똑같이 공연하진 않지만, 앞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더 큰 작품이 되기 위해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같지만 다른 작품처럼 느껴지도록 말이죠”

누구나 ‘명성황후’를 보고 나면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역사를 알게 된다. 이와 동시에 나라에 대한 자부심까지 느낀다.

“‘명성황후’는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메시지가 동일해요. ‘영웅’이란 작품과 마찬가지로 역사적으로 누군가를 탓하고 이런 차원에서 끝나는 게 아니죠. 우리나라 역사를 똑바로 알게 되고 자부심을 갖게 돼요. ‘백성이여 일어나라’에 담긴 메시지만 봐도 작품이 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감동이 되잖아요. 국가에 도움이 되고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에 20년 넘게 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하죠. 뮤지컬에 관심 없는 사람도 ‘명성황후’란 작품을 알듯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뮤지컬의 상징성이 되고 있는 작품이에요”

이쯤 되면 ‘명성황후’에 푹 빠졌다. 그는 외국 공연에서도 ‘명성황후’를 자랑한다.

“우리나라 창작뮤지컬 중 20년 넘은 작품이 있다는 건 큰 자부심이에요. 애착이 가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어릴 때 교육용으로도 꼭 보여주는 작품이에요. ‘명성황후’는 우리나라 창작뮤지컬의 자존심과 타이틀을 지녔죠. 역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일본 공연에서 많은 배우들이 작품을 보러 왔는데 역사적인 부분에선 민감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현지 사람들이 하는 얘기는 달랐죠. 일본에서는 배울 수 없는 역사였다고 서로 추천하기도 했어요. 국내외에서 누군가에게 이 작품을 소개하고 배우의 꿈을 심어줄 수도 있겠죠. ‘명성황후’는 한국뮤지컬의 보물이자 자랑거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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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쇼온 컴퍼니)


■ 도움이 되는 배우를 꿈꾸다

“‘명성황후’는 그동안 해온 작품과는 다른 프라이드가 있어요. 무대에 등장하지 않을 땐 다른 배우들을 위해 합창을 해주죠. 주로 앙상블이 많이 하고 주연들은 보통 다른 장면을 준비하는데 우리는 다 같이 하고 있어요. 특히 커튼콜을 준비하며 모든 배우가 명성황후의 감정을 서포트하죠. 매회 공연 온 맘을 하나로 모으고 있어요”

물론 작품을 위해 발로 뛰는 배우들의 노력과는 별개로 공연에 대한 평가는 온전히 관객들의 몫이다. 그날 관객의 기분이나 컨디션에 따라서도 평가는 달라질 수 있지만, 배우로서 좋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열심히 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각자가 역량을 넓혀 공통분모를 크게 만드는 게 중요해요. 사실 공연은 초반이 중요하잖아요. 입소문을 타야죠. 두 달 이상 가는 공연은 처음에 잘돼도 중간에 떨어졌다가 다시 붙기도 해요. 또 처음에 잘 안 돼도 더 열심히 해서 입소문을 타면 잘되는 경우도 있죠. 물론 오랜 기간 지속되는 공연에서 매번 관객을 채우는 건 힘들어요. 그저 관객 분들이 공연장에 와주시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죠”

그는 이번 작품뿐만 아니라 ‘영웅’, ‘레미제라블’ 등 굵직굵직한 작품을 거치며 역사적이고 인간적인 지점에 깊은 애착을 느껴왔다.

“2010년 ‘영웅’ 재연 땐 내 나이와 안중근 의사가 거사하셨던 나이가 똑같았어요. 과연 나라가 어려움에 빠진다면 나도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하는 특별한 감정이 들었죠. 캐릭터에 대한 연구를 깊게 안 해도 와 닿을 수밖에 없었어요. ‘레미제라블’ 땐 여태껏 소화해온 모든 캐릭터들이 장발장을 연기하기 위해 훈련했다고 느껴질 정도였죠. 장발장에게는 모든 캐릭터의 감정이 다 들어있어요. 그래도 많은 경험을 한 뒤 작품에 들어가니까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죠. 특히 인간적인 표현에 있어 내 모토와 잘 맞았어요”

그는 유명 대작들은 이것저것 다 거쳐 왔다. 더 하고 싶은 역할이 없을 정도로 다 소화해온 그다.

“이젠 창작 신작들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구멍가게 아저씨부터 세탁소 주인 같이 현실적인 작품의 인물들을 연기하고 싶죠. 사실 이런 걸 연기하는 게 더 힘들기도 해요. 물론 더 하고 싶은 게 없을 정도로 다 해봐서 감사한 맘이 크죠. 그래서 앞으로는 관객 분들이나 뮤지컬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배우이고 싶어요”

이미 도움으로 세상에 베푸는 중이다. 그는 2년 전부터 동아시아에서 마스터클래스(음악 분야에서 유명한 전문가가 재능이 뛰어난 학생들을 가르치는 수업)를 하고, 잠깐 여유가 날 땐 앙상블 배우들과 보컬 스터디를 하기도 한다. 노력하는 이들을 보면 열정이 꿈틀댄다는 그는 동종업계에서도, 관객에게도 참배우다.

“지금은 오페라 무대를 다시 서기 위해 준비하고 있어요. 5, 6년 전부터 성악 훈련을 계속 하고 있는데 만 나이로 마흔 전을 목표로 하고 있죠. 꾸준히 공부하면 느끼는 게 많고 퀄리티 면에서도 발전해요. 물론 뮤지컬은 내 업이기에 어떻게든 몸담고 있으며 계속 해야죠. 그리고 나중에는 후배 배우들이나 후학 양성을 생각하고 있어요. 열심히 배우려는 친구들을 보면 가만히 못 있죠. 그들이 고생하는 걸 보면 항상 도와주고 싶고 응원해주고 싶어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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