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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소희의 끌려서] 감우성, 흐트러져서 더 빠져드는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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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우성(사진=SBS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헝클어진 머리가,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운 말투가, 올곧고 따뜻한 눈빛이 이렇게 매력적인 줄 새삼 깨닫게 된다. SBS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로 4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배우 감우성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녹이고 있는 중이다.

‘키스 먼저 할까요’ 손정현 PD는 경기도 양평에서 자연인으로 초야에 묻혀있던 감우성을 이끌어냈다고 했다. 감우성을 설득한 말은 “멜로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손 PD는 마지막 기회를 감우성에게 제안했고, 감우성은 그 기회를 시작으로 뒤바꾸어 놓았다. 그는 손무한을 연기하며 ‘어른 멜로’의 또 다른 장을 펼치는 중이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그를 멜로로 이끌어낸 PD에게 절을 하고 싶은 심정이 됐다.

손무한은 한때 잘나갔던 카피라이터이자 재벌 사위였지만 현재는 고독하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어떻게 보면 스스로 고독을 자처한 것이기도 하다. 외부와의 소통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 더욱 강해졌기 때문이다.

손무한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요즘 말로 ‘예민보스’다. 사람들에게는 독설을 날리고 자신의 일 외에는 무관심하다. 회사 직원들이 자신에게 대놓고 뭐라고 하면 상관하지 않는 척 하면서 일일이 다 맞받아친다. 까탈스러운 성격에 냉장고 반찬 하나하나 라벨링을 해 놓을 정도로 꼼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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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M C&C 제공)



그야말로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상이다. 그렇지만 손무한은 뒤에서 혼자 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붙이는 인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손무한의 매력은 여기서 온다. 자기표현을 하나도 하지 않을 것 같은 이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툭툭 감정을 흘리며 때로는 모성애를 자극하고, 때로는 안기고 싶은 포근함을 선사한다.

손무한은 은근히 마음이 여리고 허점이 많다. 강아지 때부터 함께 세월을 보낸 반려견 별이가 세상을 떠나려고 할 때 그는 만사 제쳐두고 간호에 몰두한다. 우연히 볼 때마다 울고 있는 모습으로 마주하는 안순진(김선아)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껴 몰래 챙겨주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렇게 딸 손이든(정다빈)에게 모진 말로 상처를 줘 울리기까지 하더니, 실제로는 사진을 찾아보고 그가 묵는 호텔을 알아보기까지 했다. 집에 찾아온 딸을 택시에 태워 보내는 매정한 모습 뒤로 눈물을 글썽이는 아버지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욕실에 갇혀 온갖 상상을 하며 바닥에 대고 SOS를 청하는 모습, 호텔에서 판매하는 목줄을 찼다가 열쇠를 찾지 못해 한동안 묶여있던(?) 모습은 지금까지 보여줬던 완벽한 손무한이 있었기에 더욱 웃겼다. 감우성은 손무한의 이런 흐트러진 모습을 신선한 반전매력으로 소화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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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M C&C 제공)



게다가 안순진이 자신을 유혹하려는 행동을 할 때마다 무표정으로 무장한 채 속으론 어쩔 줄 몰라하는 손무한의 심정은 귀엽기까지 하다. 온갖 풍파를 다 겪은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랑에 있어 틀이 허물어지는 순간 순수함은 극대화된다. 안순진이 보낸 문자 하나를 두고 답장을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하던 장면이 이를 잘 보여준다.

여기에 더, 사랑에 빠진 손무한을 그리는 감우성의 눈빛은 또 그렇게 달콤하다. 시선만으로도 등을 토닥여주고 꼭 안아주는 위로를 해준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일까. 안순진이 손무한에게 “고맙다, 나를 바라보는 그 시선”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린 이유는 분명 따뜻하고 진실한 눈동자에 있다. 손 PD가 제작발표회 당시 “감우성의 눈빛이 너무 좋아서 성정체성에 혼란을 느낄 정도”라고 말한 심정이 몸소 느껴지는 대목이다. 완벽함과 흐트러짐 사이에 놓여 있는 손무한의 매력은 감우성의 설레는 연기로 더욱 무르익고 있다.

'키스 먼저 할까요'는 16회에서 손무한의 시한부 인생을 밝히며 반환점을 돌았다. 여기에 자신의 부를 노리고 접근한 거란 오해 속에 안순진에게 한 청혼까지, 손무한의 매력은 지금부터다.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눈빛 하나에 담아낼 감우성의 진짜 매력도 지금부터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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