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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로사회] ②일코노미부터 비혼식까지, 세상을 바꾸는 솔로들

“당신은 솔로입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아마 대부분 ‘애인의 유무’를 묻는 의도로 해석해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솔로’의 폭을 넓힌다면 홀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 즉 1인가구도 포함한다. 이처럼 여러 각도의 솔로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가리켜 우리는 ‘솔로사회’라고 말한다. 그 과정에는 ‘연애 혹은 결혼하지 않을 자유’가 새롭게 등장했다. 앞으로 풀어나갈 글은 “솔로들이여, 일어나라!”와 같은 찬양이 아니다. 단지, 솔로(싱글)이라 불리는 이들이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현상의 재확인이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어느 순간부터 당연하게 받아들게 된 1인 가구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상당하다. 이 말은 곧 비연애·비혼주의의 힘을 일컫는다. ‘홀로’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흔적은 의식주를 비롯한 생활부터 우리의 무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까지 곳곳으로 파고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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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제공)



■ ‘일코노미’가 생활반경에 끼치는 영향

‘일코노미’는 ‘1+Economy’의 합성어다. 1인 가구에 경제를 뜻하는 영단어 ‘이코노미’를 더한 말이다.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1인 가구는 이미 하나의 범주가 됐다. 업계들이 이에 발 맞춰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한 건 이미 오래 전 일이다.

우선 1인 가구의 대표적인 짝꿍은 편의점과 배달음식 등 간편식과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2017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혼밥족 중 집에서 밥을 해먹는 경우는 45.1%에 불과하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오픈서베이 조사 결과 1인 가구가 주로 소비하는 간편식은 김밥, 떡볶이, 햄버거 등으로 나타났다. ‘편세권(편의점이 주변에 있는 집)’이라는 말도 생겼다.

나아가 3월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가 많이 먹는 김밥, 떡볶이, 햄버거 등의 가격이 각각 전년 대비 5.4%, 4.0%, 2.2%가 올랐다. 가격 상승은 그만큼 높은 수요를 말한다.

또한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족단위가 주로 가는 대형마트의 최근 5년간 카드 사용액은 0%에서 2.2%로 올랐으나, 편의점에서는 20.5%에서 24.2%로 고공행진을 보였다.

1인 가구의 생활을 대표하는 배달 어플리케이션도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배달의 민족 관계자는 "1인 가구 증가로 '혼밥' '혼술' 등의 외식 트렌드가 확산하고 치킨, 피자, 짜장면 등으로 국한돼 있던 배달음식 메뉴도 고급 레스토랑이나 동네 맛집 음식 등으로 다양화됐다. 이런 현상이 시장 확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금융업계에도 두드러진다. 금융사들은 1인 가구가 편의점 구매를 비롯한 외식비, 인터넷 쇼핑 등에 지출을 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에 우리은행, 롯데카드, 삼성카드 등은 해당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혜택의 카드를 내놨다. KB국민은 아예 ‘KB1코노미 청춘패키지’ 등을 제공하며 보험과 카드, 증권까지 한데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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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기획전(사진=11번가 제공)



■ 소형가구부터 비혼식까지...업계의 변화

요식업체들은 1인 손님을 위한 메뉴와 자리 배치 등을 늘리고 있다. 혼자 찾기 쉬운 카페 창업 또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더 나아가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외식 비율 증가가 수세미의 저조한 판매를 야기했다는 재미있는 결과(헤럴드경제 기사 참조)도 있다.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자사가 론칭한 무인택배함 스마일박스는 20~40대 1인 가구가 주로 사용했다. 조사 결과 무인택배함을 원하는 이유로는 ‘빌라 원룸 기숙사 등에 거주해 낮에 물건을 받아줄 사람이 없다’가 압도적인 1위(1710건)를 차지했다. 홈 보안 서비스도 강화됐다. 에스원, ADT캡스, KT텔레캅, NSOK 등 보안업체는 1인 가구를 위한 서비스 제공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2017 서울 디자인페스티벌에서는 ‘일코노미’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다양한 시각을 보여줬다. 가전업계도 소형냉장고나 세탁기는 물론 미니 밥솥, 미니 가습기 등 소형화된 제품을 내놓고 있다. 특허청 조사 결과로는 2016년 1인 가구를 위한 생활용기 디자인은 113건으로, 2007년 11건에 비해 10배 이상 상승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결혼식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비혼식’을 열어 자발적 솔로를 공표하는 문화도 생겨났다. 이에 따라 웨딩 스튜디오 업체들은 ‘싱글웨딩’이라고 불리는 일감을 늘리는 세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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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SBS, MBN 제공)



■ 관찰 프로그램 유행의 주동자, 솔로

우리가 즐겨보는 예능프로그램에서도 비연애·비혼을 비롯한 1인 가구의 형태를 만날 수 있다. 이미 유행한지 한참인 관찰 형태 포맷은 이 같은 트렌드가 반영돼 더욱 인기를 끈 대표적인 예다.

MBC ‘나 혼자 산다’와 SBS ‘미운 우리 새끼’가 그렇다. 두 프로그램은 미혼인 남녀, 1인 가구의 생활상을 그린다. ‘나 혼자 산다’가 다양한 나이와 직업군의 싱글라이프로 다양함을 추구했다면, ‘미운 우리 새끼’는 결혼적령기가 지난 남성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담았다.

특히 MBN ‘비행소녀’는 ‘미혼 아니고 비혼입니다’라는 슬로건을 토대로 방송한다.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한 비혼주의자들의 생활을 보여준다. 남성보다 높은 비율로 비혼을 추구하는 여성들을 한데 모아놓았다는 점만으로도 프로그램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이를 보면 방송가가 싱글을 다루는 방식, 받아들이는 시청자의 반응의 변화를 알 수 있다. 이제 방송은 싱글인 사람들이 모여 저마다의 관계를 지속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생활상을 보며 공감을 얻고, 다르게 살아가는 일상을 보며 즐거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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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채널A 제공)



■ 짝짓기 프로그램이 몰락한 이유

남녀가 만나 무조건 사랑의 감정을 그리는 시대는 갔다. 러브라인에 치중한 MBC ‘우리 결혼했어요’의 인기는 지고, 친구 같은 이들의 결혼생활을 다룬 JTBC ‘님과 함께’는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MBC ‘발칙한 동거’ ‘불타는 청춘’ 또한 마찬가지다.

더 나아가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저렇기 때문에 연애 혹은 결혼을 해야 한다는 고정된 성역할도 파괴되고 있다. 시청자들은 ‘얼른 결혼해야 한다’ ‘아들을 챙겨줄 며느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어머니들의 시선(‘미운 우리 새끼’)을 보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이러한 추세는 짝짓기 프로그램의 몰락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짝’ 이후 대중적으로 사랑 받은 작품이 없다. 최근 방송된 JTBC ‘이론상 완벽한 남자’, xtvN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등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은 작품으로는 채널A ‘하트시그널’, SBS ‘로맨스 패키지’ 정도다. 관계 형성에서 오는 심리에 집중한다는 차별점 덕분이다. 하지만 여전히 ‘남자는 능력, 여자는 외모’로 평가하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은근히 남자의 좋은 차, 여자가 대학 시절 ‘여신’으로 불린 일화가 부각된다. 이에 맞장구치는 패널들의 대화 수준 역시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음은 변함이 없다.


[솔로사회①] “비혼·비연애 선언” 우리는 ‘안’ 하는 거라고요
[솔로사회②] 일코노미부터 비혼식까지...세상을 바꾸는 솔로들
[솔로사회③] 삼포세대가 ‘혼자인 삶’을 바라보는 시선
[솔로사회④] 당신은 ‘홀로 살아갈 자유’에 간섭할 수 없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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