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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로사회] ①“비혼·비연애 선언” 우리는 ‘안’ 하는 거라고요

“당신은 솔로입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아마 대부분 ‘애인의 유무’를 묻는 의도로 해석해 받아들일 것이다.하지만 ‘솔로’의 폭을 넓힌다면 홀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 즉 1인가구도 포함한다. 이처럼 여러 각도의 솔로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가리켜 우리는 ‘솔로사회’라고 말한다. 그 과정에는 ‘연애 혹은 결혼하지 않을 자유’가 새롭게 등장했다. 앞으로 풀어나갈 글은 “솔로들이여, 일어나라!”와 같은 찬양이 아니다. 단지 솔로(싱글)이라 불리는 이들이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현상의 재확인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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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어떤 단어는 세상의 흐름과 변화에 의해 의미가 확장되거나 축소된다. 그런 측면에서 요즘의 ‘솔로’는 모호하다. 통상적으로 ‘현재 연애를 하고 있지 않은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엄밀히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포함해야 한다. 이 범위에는 미혼인 상태부터 이혼, 사별, 이별, 졸혼 등을 겪은 이들 모두 들어간다.

이렇게 확장된 의미는 1인 가구로까지 이어진다. 현재 연애 혹은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혼자 살고 있을 확률은 높다. 반대로 혼자 사는 사람들 중에서는 연애를 하더라도 결혼은 하지 않은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비연애·비혼이 1인가구 증가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말이다.

2016년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미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은 10명중 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실제로 결혼 건수는 2015년 30만2828건에서 2016년 28만1635건으로 감소했다. 2017년에는 전년보다 6.1% 감소한 26만4500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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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제공)



또한 스마트인사이트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조사한 결과, 2017년 상반기 ‘비혼’을 언급한 온라인 버즈량은 2015년 상반기 대비 약 20배가 증가했다. SNS 채널에서는 평균 70%가 비혼에 공감하는 점유율을 보였다.

1인 가구 증가율도 이에 비례한다. 통계청 조사 결과 국내 1인 가구는 2000년 222만4433명에서 2016년 539만7615명으로 늘어났다. 16년 만에 317만3182명이 증가한 수치다. 전체 가구 대비로는 2000년 15.5%에서 2016년 27.8%로 12.3%가 늘어났다. 더 나아가 통계청은 늘어나는 비혼족으로 인해 2020년이면 1인 가구가 전체가구의 30%, 2045년에는 35%까지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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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제공)



■ 내 의지로 연애·결혼을 ‘안’ 하는 젊은 세대들

솔로의 범위가 넓어진 만큼 연령층 또한 다양하다. 혼자 살고 있는 중년층 혹은 노년층도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의든 타의든 ‘나홀로’를 선언하는 젊은이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통계청은 1인 가구의 35%(2017년 기준)는 2039세대라고 밝혔다.

2, 30대는 왜 비연애·비혼의 길을 선택할까? 그 이유는 특히 결혼에 대한 생각에서 읽을 수 있다. 결혼이 연애와 달리 오래 전부터 내려오던 관습인 만큼, 변화가 뚜렷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스마트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자유(38.6%)’가 비혼을 선택하는 이유 1위로 꼽혔다. 그 다음으로는 인식변화(28.1%), 육아 및 가사(15.2%), 커리어(9.48%), 경제력(8.53%) 순이다. 정신적인 가치를 논하는 1, 2위가 66.7%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그 가운데 경제력은 10%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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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제공)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지금의 청춘들이 말하는 비혼의 배경에는 정신적인 가치의 측면이 중심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지금 가진 재산을 결혼과 육아에 쏟아 부으면 부족하니, 대신 개인에게 투자해 여유롭게 자신의 생활을 즐기는 것이다. 최근 생겨난 신조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시발비용(스트레스를 받아 지출하게 된 비용)’ 등 방향도 살펴보면 자기 자신을 향해 있다.

아울러 페미니즘과 여성혐오를 주제로 한 논쟁이 화두에 오르면서 결혼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더욱 빠르게 바뀌는 중이다. 그간 당연시 여겨왔던 성차별적인 문제와 고정된 성역할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덕분에 여성들은 독박육아와 그로 인한 경력단절을 책임지지 않을 자유를 주장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비혼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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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번 생은 처음이라' 화면 캡처)



■ 미디어에서 비추는 비혼주의

미디어에서도 달라진 양상을 찾아볼 수 있다. 드라마는 비혼주의를 다루기 시작했다. MBC 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 주인공 한승주(유이)와 SBS 드라마 ‘착한마녀전’ 송우진(류수영)은 비혼주의 설정으로 등장한다. 오는 5월 방송되는 SBS 드라마 ‘훈남정음’ 주인공 훈남(남궁민) 역시 연애고수이지만 비혼주의를 선언한 인물이다.

다른 작품들이 비혼주의 설정만 가져왔다면,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결혼을 둘러싼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는 대표 드라마다. 남세희(이민기)는 혼자서 안정적으로 살 궁리를 하고, 윤지호(정소민)는 생계형 연애포기자다. 불안한 미래 탓에 계약결혼을 하지만, 연애 혹은 결혼에서 오는 불평등함에 대한 문제의식은 뚜렷한 인물이다.

특히 윤지호가 ‘결혼하면 집은 남자가 해오고 여자는 아기를 낳고 살림하는 것이 당연하다’ 식의 시아버지의 말에 납득하지 못하는 모습, 시어머니에게 “세희씨와 부모님의 중간자 역할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장면은 사회적 제도의 압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고자하는 요즘 청춘을 대변한다.



[솔로사회①] “비혼·비연애 선언” 우리는 ‘안’ 하는 거라고요
[솔로사회②] 일코노미부터 비혼식까지...세상을 바꾸는 솔로들
[솔로사회③] 삼포세대가 ‘혼자인 삶’을 바라보는 시선
[솔로사회④] 당신은 ‘홀로 살아갈 자유’에 간섭할 수 없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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