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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뷰] 연극 ‘아마데우스’, 악의 평범성에 관한 통쾌한 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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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마데우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욕망을 주셨으면 재능도 주셨어야죠!”

평생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질투해온 살리에리는 말한다. 그는 평범한 이들의 수호자다. 방탕한 모차르트와 달리 살리에리는 평생을 근면과 금욕 속에 살아왔다. 그렇지만 애석하게도 신은 모차르트의 손을 들어준다. 천재를 쫓는 평범한 자의 발악은 제 삶을 하잘 것 없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결국 살리에리에게는 독해지는 길밖에 없다. 신조차 들어주지 않는 평범한 자의 절규란 그래서 더 처절한 얼굴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연극 ‘아마데우스’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조금 잔인한 헌사다. 뉘앙스는 다르지만 ‘악의 평범성’을 다룬다는 점에서 그렇다. 극 전반에 흐르는 살리에리의 질투는 모든 보통의 존재들이 품고 있는 지극히 당연한 감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음악가의 입장에서 살리에리가 본 모차르트의 악보는 수정된 곳이 하나도 없다. 모차르트는 머리로 완벽하게 음악을 만들어내 한 번에 악보로 옮겨놓는다. 그의 천재성이 확연히 드러나는 만큼 열등감에 휩싸인 살리에리는 속이 뒤틀릴 지경이 된다.

평범한 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재능 있는 자를 따라갈 수 없는 것일까. 천재가 노력까지 한다면 말 다했겠지만, 다행히도 모차르트는 방탕했기에 살리에리 입장에선 한 번 도전해볼 만했다. 스스로가 악독해져 상대방을 무너뜨리는 방법만이 그를 뛰어넘는 길이다. 보통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평범한 지점이기에 옳고 그름을 따질 겨를이 없다. 이 순간 평범한 사람은 악랄한 질투의 화신으로 환원된다. 마음의 울림을 따라 살더라도 악은 평범함 속에서 움튼다. ‘아마데우스’는 이러한 생의 원리를 화두로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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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마데우스


연극 ‘아마데우스’는 음악을 향한 갈망은 닮았지만 타고난 재능은 달랐던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이야기를 다룬다. 18세기 사회상을 철저하게 반영한 무대 위에서 모차르트를 시기하는 살리에리의 독백이 극의 흐름을 이끈다. 무엇보다 훌륭한 메시지를 품었음에도 극 전반에 녹아든 유머코드가 객석에 골고루 전달돼 결코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극은 한편의 뮤지컬이자 오페라처럼 생생하다. 20곡이 넘는 모차르트의 음악과 20인조 오케스트라의 MR을 사용하며, 실제 무대 위 6인조 오케스트라가 직접 연주해 원곡의 느낌을 보다 충실히 살린다.

무엇보다 출연배우 조정석과 한지상이 음표에 흠뻑 빠져 고뇌하는 인간을 수준급으로 묘사한다. 조정석이 순발력과 센스로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모차르트라면, 한지상은 극의 중심을 잡고 엄청난 대사량으로 무대를 홀리는 살리에리다. 이 둘의 익살맞은 호흡과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이 캐릭터에 입체감을 부여하고 작품에 대한 설득력까지 획득한다.

특히 극 전반에서 모차르트를 질투해온 살리에리는 욕망을 인위적으로 변주하지 않는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 분출하는 솔직한 면모가 돋보이고, 끝끝내 모차르트의 손을 들어준 신과 맞서 싸운다는 점에서 실존주의적이다. 그는 정녕 ‘신 앞에 선 단독자’이자 평범한 이들의 수호자다. 마침내 살리에리는 스스로에게 용서를 구하기까지 이른다.

“당신의 평범함을 용서합니다.”

연극 ‘아마데우스’는 오는 4월 29일까지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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