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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소희의 끌려서] ‘라디오로맨스’ 윤박, 망나니도 ‘급’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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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박(사진=얼박웍스, 플러시스 미디어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배우 윤박의 연기는 신기하다. 그가 슈트를 입고 연기를 할 때는 한없이 젠틀하고 카리스마 넘친다. 하지만 자신을 내려놓고 후줄근한 체육복을 입으면 옆집에서 나올 법한 백수 아저씨 같다. 실제로 윤박이 그간 해왔던 작품을 보면 빈틈없는 대표님에서 뺀질거리는 의사까지 극과극 매력을 시도 때도 없이 넘나든다.

흔히 말하는 배우의 ‘변신’과는 사뭇 다르다. 원래 윤박이 지닌 성격을 캐릭터에 따라 하나씩 꺼내 쓰는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연기는 여유가 있다.

그간 보여줬던 양극의 성격이 공존하는 캐릭터는 최근 방영되고 있는 KBS2 ‘라디오 로맨스’에서 볼 수 있다. 윤박이 연기하는 이강은 충격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인도풍이라 읽고 거적때기 같은 옷을 입고 “나마스떼~”를 외친다. 바로 엄숙한 라디오국에서 말이다. 이강을 목격한 이들은 재빨리 숨거나 놀란 표정을 짓는다.

이강은 이를 본 시청자들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의 별명은 ‘망나니’다. 국장에게 거침없이 말을 내뱉으며, 톱스타 지수호(윤두준)의 차가운 철벽에도 굴하지 않고 소주잔을 건네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들이댄다.

이 과정은 참 재미있다. 딱히 개그를 하려고 욕심을 부리거나 유머러스한 대사를 던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윤박이 연기하는 능청스러운 이강을 보고 있으면 헝클어진 머리와 기른 수염과 어우러져 어딘가 웃기다. ‘자유로운 영혼’은 딱 그를 가리켜 하는 말이다. 내면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윤박의 코믹성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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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박(사진=얼박웍스, 플러시스 미디어 제공)



그러면서 동시에 이강은 자신감 넘치고 똑똑하다. 상대가 국장이든, 후배든 주장을 펼칠 줄 안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생각에 따르는 건 안하무인과 성숙 사이를 가르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이강의 시원시원하고 군더더기 없는 언행은 후자다.

언제 한 번은 자신과 경쟁하는 동기가 찾아와 “게스트와 선물로 10대 청취층도 유인하는 거다”라며 “라디오는 코너로 승부해야 한다”는 이강을 흔들어 놓는다. 이를 듣고 가만히 있던 이강은 “들어보니 그것도 맞는 말이다. 고맙다”고 응수한다. 송그림(김소현)이 선배에게 주눅 들어 작가로서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다그치는 사람도 그다.

또한 다른 작가들이 게스트와 선물 등을 이용해 잔꾀를 부릴 때, 이강은 라디오다운 라디오를 만들기 위해 고심한다. 지수호를 설득하기 위해서도 듣기 좋은 말로 구슬리는 게 아니라, 그 사람 자체를 알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 결과 이강은 지수호가 처음으로 술을 먹게 만들어 속내를 이끌어냈다. 심지어 취한 상태에서도 생방송을 하겠다는 지수호의 사인을 받아내는 임무를 완수한다.

이처럼 이강은 방송국을 헤집고 다니는 가벼운 사람 같은데 일에 있어서는 빈 틈 없는 프로다. 코믹한 행동으로 웃음을 자아내는가 하면, 한순간에 카리스마 넘치는 PD로 돌변한다. 결국 이강은 망나니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도 그렇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급이 다른 영리한 망나니다. 윤박은 이런 이강을 통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오른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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