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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페전쟁②] “아인슈페너랑 까눌레 주세요” 요즘 카페를 즐기는 법

“오늘은 식사를 거르고 카페투어를 해야겠다. 스크랩해둔 리스트를 살펴볼까? 신상카페도 검색해봐야겠다. 메뉴는 아인슈페너 혹은 플랫화이트, 베이커리는 까눌레나 스콘, 토스트 중 하나. 포토존에서 사진 찍고 인스타그램에 올려야지. 채도와 대비를 최대한 낮춰 분위기를 더하는 보정은 필수다.” 우리가 ‘프로카페러’가 되어가는 과정은 아마 이런 모습이 아닐까. 카페는 더 이상 커피만 마시는 곳이 아니다. 우리는 새로운 공간을 경험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인생카페’를 찾아다닌다. -편집자주

* 이하 모든 사진은 내용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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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카페 골목(사진=독자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감성’이라는 말은 마치 투명한 그릇 같아서, 어느 것을 담아도 되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즉, 트렌드에 따라 ‘감성’의 내용이 바뀌는 것이다. 우리는 그 예를 카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 익숙해져버린 표현이자 유행을 주도하는 ‘인스타그램 감성 카페’가 이를 알려준다.

■ “이런 곳에 카페가?” 위치 상관없이 뜰 곳은 뜬다

예전 개인카페 붐이 일어났을 때도 골목골목에 위치해 있는 곳들이 많았다. 홍대와 합정, 연남동부터 시작해 망원동, 경리단길, 한남동, 성수동 등이 그랬다. 요즘에는 여기서 더 나아갔다. “이런 곳에 카페가 있다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뜬금없이 위치한 경우가 흔해지고 있다. 그래서 요즘의 카페는 동네에 따라 각기 다른 분위기를 뿜어내고, 그 동네의 분위기를 형성하기도 한다.

생각지도 못한 대표적인 카페거리는 을지로다. 여전히 인쇄골목이 남아있는 이곳에는 비밀스런 공간들이 자리하고 있다. 카페 잔, 분카샤, 호텔 수선화, 4F, 쎄투, 투피스 등이 그 예다. 대부분 별다른 간판이 없다. 다른 상가 간판이 놓여있는 건물을 기준으로 길을 찾아야 작은 입간판 정도를 발견할 수 있다. 여기에서 더, 낡은 시멘트 계단을 숨이 찰 때까지 올라가야 비로소 신세계를 맞이할 수 있다.

언급된 곳들은 아는 사람들만 갈 법한 히든 플레이스이면서, 이제는 많이 알려져 평일에도 웨이팅이 있는 핫플레이스인 곳들이다. 마치 어르신들이 주로 다니는 동묘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를 찾아다니는 젊은이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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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서 핫한 카페(사진=이소희 기자)



때가이르매, 후디구디, tmO 등이 있는 숙대입구 부근도 마찬가지다. 또 일명 ‘송리단길’이라고 불리는 송파 지역은 롯데월드타워나 석촌호수 등이 대표적 방문지였는데, 이제는 주택가 사이에 위치한 카페들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크럼브, 마달, 얼터너티브, 가배도, 어퍼사이드, 어나더선데이, 오린지 등 요즘 새롭게 떠오른 카페들은 모두 송파에 있다. 특히 가배도는 한 번에 가기 힘든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실제로 평일 이른 오후에 방문했는데 마지막 한 자리만 남아 있었고, 이후로 계속해서 대기 팀이 늘어났다. 송파 지역의 카페들은 옛날 감성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을지로의 공간과 달리 한적한 동네 분위기를 머금은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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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한 멋이 돋보이는 카페(사진=이소희 기자)



■ ‘빈티지’에 빠진 카페들

몇 년 전만해도 카페의 성공 공식은 하얀색 혹은 분홍색의 벽면에 대리석 테이블이었다. 화사한 분위기로 셀카가 잘 나오는 명당이 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노출 인테리어, 플랜테리어로 꾸며진 카페도 꾸준히 인기를 얻어왔다. 플랜테리어는 식물(Plant)과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로, 화분 한두 개가 놓여 있는 정도가 아니라 공간을 가득히 메워 마치 자연 속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인테리어 콘셉트는 ‘빈티지’다. 소품으로는 짙은 나무 색 가구와 하얀 천이나 샤막, 옛 정취가 풍기는 컵, 녹아서 흘러내린 초와 금색 촛대 등이 주로 활용된다. 마샬 스피커, 라마르조꼬 에스프레소 머신 등도 마찬가지다. 베이커리가 진열되어 있는 쇼케이스 유리에는 하얀색 마카로 흘겨 쓴 영어이름과 가격이 적혀있다.

테이블의 모양은 극과 극이다. 커다란 커뮤널테이블 혹은 커피잔 정도만 올려놓을 수 있는 작고 낮은 테이블로 공간의 여백을 살린다. 테이블 없이 긴 의자만 놓여 있는 경우도 있다. 요즘의 카페들은 크기가 작아도 공간을 넓게 활용한다. 최대한 많은 손님을 받으려하기보다 시각적으로 트여 있고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꾸미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구조는 손님과 손님 사이의 거리에 경계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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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의 음료들(사진=이소희 기자)



■ 프랑스 디저트와 감각적인 플레이팅의 부상

각 카페의 개성이 담긴 시그니처 메뉴가 꾸준히 활성화되고 있다. 시즌과일을 이용한 차나 에이드, 요거트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밀크티도 붐이 일었는데, 최근 주춤하긴 해도 여전히 많은 카페들이 빼놓지 않는 필수 메뉴 중 하나다. 밀크티는 일반 잔이 아닌 디자인된 예쁜 보틀에 남겨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커피의 변형 역시 눈에 띈다. 커피에 아몬드우유나 오렌지 등을 첨가한 색다른 커피도 인기가 좋지만, 많은 카페들이 커피의 ‘맛’에 차별화를 두고자 한다. 더치커피가 급속도로 떠올랐던 것처럼, 같은 커피여도 추출 방식이나 제조 방법이 달라 생소했던 커피가 각광받는다.

그 증명으로 유행처럼 번져나간 메뉴가 아인슈페너와 플랫화이트다. 아인슈페너는 물을 적게 넣은 에스프레소 커피에 크림을 얹은 음료다. 플랫화이트는 카페라떼에 비해 우유와 밀크폼의 양이 적은 음료로, 부드럽고 세밀한 입자의 폼이 특징이다. 두 커피는 기본적인 베리에이션 커피에 비해 높은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카페마다 맛이 천지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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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베이커리들(사진=이소희 기자)



베이커리 메뉴는 보통 조각 케이크나 베이글, 브라우니 정도만 마련하고, 동물성 생크림을 사용한 딸기케이크 등이 유행을 탔던 이전에 비해 폭이 넓어졌다. 스콘은 디저트로 즐길 수 있는 초코칩, 딸기 등 토핑과 더불어 바질, 베이컨, 햄치즈 등 식사용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

까눌레, 피낭시에, 마들렌, 크로와상 등 프랑스 베이커리도 강세를 보이는 중이다. 또 토스트가 유행의 대열에 합류했다. 토스트에 형형색색의 크림치즈를 얹거나, 각종 과일과 크림을 뿌리는 형태다. 오픈 샌드위치도 여기에 포함되는데, 아보카도와 무화과 등은 필수 재료가 됐다.

메뉴 변화의 공통점은 한층 더 강조된 디자인이다. 한때 큐브라떼(커피 얼음에 우유를 부어 만드는 음료)가 유행했던 것처럼, 많은 이들이 커피 메뉴 역시 시럽이 담긴 잔에 우유를 붓거나 커피잔에 크림을 담는 모습 등을 영상으로 담아내며 음료를 즐긴다. 일부러 컵과 소서 주변에 초콜릿과 크림을 흘러내리게 만든, 일명 ‘더티커피’라 불리는 음료나, 아이스 음료를 종이컵에 내는 발상도 같은 맥락이다. 베이커리는 로즈마리로 장식하거나 크림으로 비주얼을 더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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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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