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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카라마조프’ 이정수 “내게 무대는 밥벌이”

  • 기사입력 2018-01-1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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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카라마조프 이정수(사진=PRM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제게 무대는 밥벌이에요. 이게 없으면 죽죠. 삶의 유일한 길이에요.”

뮤지컬 ‘카라마조프’에서 표도르 카라마조프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이정수에게 무대는 절대적이다. 관객들에겐 그저 소비되는 공연이 그에겐 삶의 이유이자 목적이다. 그는 연기에 굶주려있다. 스스로를 한 캐릭터로 녹여내는 일은 어렵지만 숨통이 트이는 일이다. 원작의 무게를 고려한다면 ‘카라마조프’는 범접하기조차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그는 삶의 활로를 열고자 무대 위로 발걸음을 옮긴다.

“안톤 체호프나 막심 고리키 등 걸출한 작가를 배출해낸 러시아 문학 자체를 좋아했어요. 그중 백미인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에 대해선 궁금증이 많았죠. 도스토예프스키는 한 문장을 설명하는데 열 문장을 부연하는 호흡이 긴 작가잖아요. 얼마나 생각이 깊고 하고 싶은 말이 많기에 이런 엄청난 작품을 써냈을까하며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도 남다를 거라 생각했죠.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도 이러한 궁금증에서 비롯됐어요. 마치 거대한 산을 올라가는 느낌이었죠”

고전 중에서도 손꼽히는 명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법정추리극이라는 장르로 재탄생됐다. ‘카라마조프’는 원작 내용 중 소도시 지주 집안 카라마조프가에서 일어난 존속살해 사건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욕망의 종착점에서 파멸하는 아버지 ‘표도르’와 그를 죽이고 싶어 하는 아들들의 이야기가 서사의 중심이다.

“처음에는 서사 한 가운데 있는 표도르가 부담됐어요. 배역 자체가 위악적인 인물이고 도덕적인 임계점을 수시로 넘는 차별화된 역할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었죠. 그렇지만 작품에서는 ‘누가 아버지를 죽였나’가 주제이기 때문에 방점이 찍히는 지점은 따로 있어요. 그래서 인물을 표현해내는 과정에서 다른 배우들을 어떻게 배려하는가를 중심에 놓고 연기했어요. 빠른 전개 안에서 표도르는 표도르대로 행동하되 기준치를 잡고 상대의 감정이 깨지지 않도록 호흡하는 게 중요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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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카라마조프 이정수(사진=PRM 제공)


■ 우리 안의 표도르

이정수가 연기한 표도르는 욕망의 대변자다. 약 150여 년 전 작품 속 인물이지만 현시대와 동일선상에 놓고 볼 때 별다른 낯섦이 느껴지지 않는다. 시대가 달라져도 욕망이라는 교집합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표도르 카라마조프는 욕망 그 자체에요. 그는 당시 금기시되고 위배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보여주죠. 현실에도 이런 사람들은 굉장히 많다고 봐요. 대다수 사람들이 일상에서 문제가 되는 사람들을 보고 ‘저 사람은 왜 저럴까’ 고민할 때가 많잖아요. 그런데 이런 행동의 이면을 살펴보면 사회적 도덕률을 벗어나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욕망에 대해 정직하다는 거죠.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이기적인 건데 그런 사람들한텐 나밖에 없다는 유아적인 측면이 상당히 강해요. 표도르도 사실 아이 같은 면이 크죠. 선과 악이라는 틀과는 별개로 인간 그 자체에 대해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니까 표도르가 현시대에 더 유의미할 수밖에 없어요”

표도르 같은 인물들은 곳곳에 산재해있다. 또 주변부가 아닌 자기 스스로가 욕망의 대변자도 될 수 있다. 이정수는 이를 경계한다. 작품은 현실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줘야 한다. 우리의 일상적 도덕률에 따르면 표도르는 악역이므로 이정수는 관객들로부터 실컷 욕을 먹으면 좋겠다고 한다. 관객들로 하여금 배우 스스로가 현실 상기의 매개자가 되겠다는 의지다.

“어렸을 때 원작을 읽고 최근에 작품을 위해 다시 읽었어요. 과거에는 몰랐는데 도스토예프스키가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신랄해요. 인간 내면의 어둠을 꿰뚫어보고 악인이 순진하거나 선할 수도 있다는 점을 말하더라고요. 오늘날에는 보통 타자의 시선을 통해 인간을 보잖아요. 타인을 판단하는 행위 자체가 그 사람을 겪어보지도 않고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을 통해 타자의 시선에 휘둘리는데 이게 정말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거죠. 한 사람의 소멸이 너무 간단하게 한 줄로 쉽게 설명되는 일은 비극적이에요. 이를 넘어서는 관점이 중요한 거죠. 그래서 작품 오프닝부터 첫 노래가 나와요. 표도르를 누가 죽였냐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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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카라마조프 이정수(사진=PRM 제공)


■ 사회를 바라보는 눈

‘카라마조프’의 작품성을 높여주는 것은 사회적인 문제와 결부되는 현실적인 이야깃거리다. 이정수는 사회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작품에 접근했다. ‘카라마조프’에서는 사회성 제로에 가까운 아버지 역할을 맡았으나, 공교롭게도 자신의 아버지를 통해 사회에 대한 시야를 길렀다.

“표도르와 아들들 같은 부자지간은 아니었어요. 아버지랑은 생긴 것도 닮았고 관심사도 비슷하죠. 대한민국 모든 아버지와 아들이 그렇듯 냉각기도 갖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 시기도 있었죠. 나이를 먹으면서는 아버지와 차를 마시며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게 됐어요. 아버지는 알아주는 한량이시지만 사회에 대해서는 항상 관심이 많으셨어요. 그 영향 덕에 사회에 대한 시야가 부쩍 넓어졌죠.”

‘카라마조프’는 존속살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통해 현대적 욕망의 민낯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관객들은 이야기에 젖어들며 현실을 대입해본다. 그러고는 일상과는 결코 멀리 떨어진 이야기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조카가 생기면서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공부도 많이 하고 있어요. 마찬가지로 나중에 아들을 낳게 된다면 어떻게 잘 살아갈 수 있게 할까 고민도 돼요. 자신의 주권을 침해받지 않으면서도 누군가의 혐오나 주체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길러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표도르처럼 자신의 욕망에 솔직할 수 있는가와 그 욕망이 남을 짓밟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이성을 갖췄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둘 중 하나라도 안 되면 남에게 해를 끼치는 삶을 살게 되겠죠. 진정한 삶의 완성은 나로 살아가며 같이 사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봐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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