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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기자 Pick] 사실과 거짓이 뒤섞인 문학의 쫄깃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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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알제리의 유령들' 책표지)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기억은 서로에게 다르게 읽힌다. 삼자대면이라는 말은 그래서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기억의 맹점이 문학으로 넘어오면 그 흥미와 긴장감은 배가 된다.

문학동네소설상의 스물세 번째 수상작 '알제리의 유령들'은 그런 책이다. 황여정 작가의 '알제리의 유령들'은 서로 다른 인물들의 시선을 엮어 빈칸으로 남아 있던 삶의 풍경들을 희미하게 그려나가고, 그렇게 채워진 풍경 위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애틋한 관계들을 아슬아슬하게 연결해낸 작품이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작품은 각 부마다 서로 다른 서술자가 등장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가운데서 누가 언제 어떻게 썼는지 알 수 없는 희곡 '알제리의 유령들'을 둘러싼 비밀이 조금씩 밝혀진다.

이야기는 어느 여름날 벽지 위에 핀 곰팡이에서 세계지도를 읽어내는 어린 ‘징’과 그에게 의지해 두려움을 이겨나가는 ‘율’의 사연으로 시작된다.

1부에서 율은 아버지가 죽음을 맞은 제주도에서 기억의 착란을 겪는 징의 엄마를 만난다. 징의 엄마가 멘 배낭 속에는 제본된 '알제리의 유령들'이 들어 있다. 2부의 연극 연출 지망생 철수는 인생의 갈림길에서 해답을 구하고자 전설적인 연출가로 알려진 오수를 찾아나선다. 오수는 각별히 따르던 연극계 선배의 딸 율과 제주도로 내려가 '알제리'라는 술집을 꾸려나가고 있다. 3부에서 오수는 철수에게 '알제리의 유령들'에 대한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를 이야기를 들려준다. 4부에서 율과 징 가족을 둘러싼 과거의 사건이 드디어 밝혀지고, 낱낱의 이야기로 읽혔던 서사는 하나로 이어진다.

'알제리의 유령들' 정교한 소설이다. 작품을 구성하는 각각의 이야기는 단절된 듯 보이고, 시간과 공간, 등장인물 또한 제각각이다. 그렇기에 독자는 스스로 이야기의 빈칸을 채우며 이 소설이 이루는 세계를 구성해나가야 한다.

같은 장면도 사람마다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마련이고, 사실이 아닌 일을 사실로 잘못 기억할 수도 있다. 뒤섞인 사실과 거짓이 이내 사실을 넘어서는 진실이 되는 아이러니 속에서 찾는 진실의 가치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진실에 도달하기 위한 추측과 상상 속에 과거와 현재, 이곳과 그곳, 연기와 인생, 작위와 역사, 심지어 삶과 죽음의 경계가 교차되는 진행도 매력적이다. 황여정 지음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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