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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레이더] 밴드 코가손, 투박한 청춘에 건네는 푸르른 위로
저 멀리서 보았을 때는 그토록 어렵게 느껴집니다. 막상 다가서니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있습니다. 음악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낯선 가수였는데 그들에게 다가설수록 오히려 ‘알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죠. [B레이더]는 놓치기 아까운 이들과 거리를 조금씩 좁혀나갑니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금주의 가수는 밴드 코가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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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코가손, 네이버뮤직 제공)



■ 100m 앞,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코가손을 접하자마자 가장 먼저 궁금할 것은 독특한 밴드명이다. 이름의 의미는 이들의 시그니처인 ‘가손이’를 본다면 금세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가손이는 대충 그린 듯한 얼굴과 눈을 가진 캐릭터로 코가 있어야 할 부분에 손이 있다.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할 때 바로 그 ‘코=손’이 코가손의 이름이다.

코가손은 2015년 미니앨범 ‘오늘부터’로 데뷔했다. 원년 멤버는 서교그룹사운드, 포니, 썸머히어키즈 등에서 활동한 김원준(보컬/기타)과 푸르내의 이경환(베이스), 포니의 권우석(드럼)까지 3인조다. 포니와 푸르내는 간결한 사운드가 특징인 밴드로, 멤버 구성만 보아도 코가손의 색깔을 조금이나마 유추할 수 있다.

올해에는 이경환, 권우석이 팀에서 빠졌다. 김원준을 중심으로 밴드 해일의 이기원(기타), 청년들의 오민혁(베이스), 세션 멤버였던 천용산이 합류했다. 4인조 밴드가 된 코가손은 올해 미니앨범 ‘오늘의 할 일’, 싱글 ‘생각나’ 등을 발표하면서 신고식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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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코가손, 네이버뮤직 제공)



■ 70m 앞, 대표곡 ‘오늘부터’ ‘배드민턴’

‘오늘부터’와 ‘배드민턴’은 새 멤버가 꾸려지기 전 발매된 곡이지만, 각각 데뷔곡과 정규앨범의 타이틀이기 때문에 대표곡으로 꼽힌다. (정규 타이틀곡에는 ‘너의 방’과 ‘호텔’도 있다) 데뷔곡 ‘오늘부터’는 귀여운 보컬의 목소리로 시작된다. 화려한 테크닉보다 순수한 기조를 택한 보컬은 밝고 명쾌한 멜로디와 어우러져 푸른 느낌을 자아낸다. 간주에 흘러나오는 연주에는 아련한 정서로부터 나오는 따뜻함이 묻어난다.

‘오늘부터’가 코가손의 색깔을 임팩트 있게 보여줬다면 ‘배드민턴’은 다른 방식으로 코가손의 지향점을 품고 있다. ‘배드민턴’은 정규 1집 앨범 ‘팝(pop)’의 타이틀곡이다. 앨범명에서 알 수 있듯, 코가손은 단순한 코드를 중심으로 한 팝적인 멜로디에 소년스러운 보컬을 전면에 배치한 밴드다. ‘배드민턴’은 ‘오늘부터’에 비해 좀 더 포근하고 차분하다. 듣기 편한 연주의 흐름, 정직한 창법에 더해진 부드러운 음처리 등은 팝의 요소를 잘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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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코가손 제공)



■ 40m 앞, 청춘을 관통하는 코가손의 순수한 시선

대충 그려낸 가손이의 그림체는 단단한 음악에 묻어있는 코가손의 풋풋함을 보여준다. 흰 배경(데뷔 미니앨범)과 검은 배경(정규 1집 앨범)에 가손이만 그려진 앨범커버는 간결한 음악을 추구하는 코가손의 스타일을 알 수 있다. 코드진행은 간결하고 보컬은 기교 없이 깔끔하다. 여백은 소년과 청년 사이의 맑은 정서로 매워진다.

단순한 요소들이 함께 어우러져 탄생한 분위기는 싱글 ‘실례했습니다’ 커버를 보면 느껴진다. 진한 색감이 특징인 필름 사진이다. 커다란 나무와 잎사귀들이 배경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언뜻 보이는 주택가 사이 멤버들이 쪼르르 자리하고 있다. 8~90년대 모던록 팝 밴드스러운 코가손의 음악도 오래된 필름 사진의 정취를 풍긴다. 멜로디와 보컬은 투명하고 심플하다. 그 안에 녹아있는 서정성에는 철없는 청춘의 낭만이 있다.

독특한 점은 새 멤버 영입 뒤 발매한 미니앨범 ‘오늘의 할 일’과 싱글 ‘생각나’ 커버는 한층 화려해졌다는 것이다. 전자에서는 우주로 보이는 배경에 가손이는 입체적으로 형상화됐다. 후자에서는 아예 방향을 비틀어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듯 지직거리는 가손이가 있다. 여러 효과들과 함께하는 가손이는 코가손의 음악이 기존 깔끔한 사운드에 풍성함을 더하고 이음을 드러낸다.

유려한 연주와 화려한 록앤롤 밴드 정신에 비해 코가손은 허전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코가손의 음악은 늘 인생에 서툰 우리의 모습이다. 이들은 유약해보이지만 분명한 중심이 있다. 어떻게든 삶을 헤쳐 나가는 우리를 대변하고 응원한다. 귓가를 쉴 새 없이 자극하는 강한 밴드 음악에 지쳤다면, 이토록 푸른 코가손의 노래를 듣는 것은 어떨까. 오랜만에 듣는 순수함에 귀엽게까지 느껴질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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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코가손, 네이버뮤직 제공)



■ 10m 앞, 직접적인 가사는 마음 한 가운데를 겨냥하고

코가손의 노래는 동요의 작법과 닮아 있다. 멜로디는 단순하고 가사는 직설적이어서 귀에 쏙쏙 박힌다. 이를 두고 ‘날카롭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 다만 ‘뾰족하다’는 뉘앙스와는 사뭇 다르다. 불안정한 보컬로 들려주는 직접적인 노랫말은 치기어린 순수에 가깝다. 핵심과 본질만을 확실하게 찌른다.

‘중요하게 태어나서/중요하지 않게 살아가’(오늘부터)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아/무심코 돌아보니 모든 게 다 엉망이었어’(우물에 빠진 날) ‘비싸고 점잖은 어른 같은/근사한 호텔에 가고 싶어...그냥 이런 날이 있는 걸까/사실 매일이 견딜 수 없어’(호텔) ‘애타게 찾던 볼펜은/이미 내 손에 쥐고 있었다는 걸’(오늘의 할 일) 등의 가사는 청춘이 놓여있는 현실로부터 오는 고찰이다.

사랑을 대하는 태도도 한없이 간결하다. 좋아하는 마음을 감출 수 없거나 이별을 직감한 심정을 그린다. ‘집에 너를 두고 온 것 같아/그저 아무 생각 없이/하루를 보내고 싶었는데’(좋은 하루) ‘뒤로 뛰어가는 널 보다가/문득 모든 걸 놓고 싶어’(배드민턴) ‘너의 미소 한아름 가질래...너의 그 작은 손 잡을래’(지난 주말) ‘이 방 모든 곳엔 우리의 말들이 넘쳐흐르고’(너의 방) 등이 그 예다.

‘이것 봐 이거 이것 정말 쌤통이야/그렇게 떠나놓고 이것 봐 이거...내가 떠나놓고/왜 네가 생각날까’(쌤통) ‘네게 다가갈수록/우린 오해만 느는 것 같아...우린 모든 걸 알고/모든 걸 놓쳤어’(우리가 아는 모든 것) 등의 가사는 덤덤하지만 마음을 후벼 판다.

■ 드디어 코가손, 추천곡 ‘생각나’

‘생각나’: 4인조 코가손이 가장 최근 발표한 싱글 타이틀곡. 앞서 발매한 미니앨범은 새 멤버들로 인한 변화로 이전보다 꽉 찬 느낌을 줬다. 이후 발표한 ‘생각나’는 그 변화의 적응 단계에 접어든 인상을 준다. 알 것 같기도 모르겠기도 한 세상에 서 있는 코가손의 깨끗한 시선, 그 세상을 겪으며 마주한 혼란과 성숙이 공존한다. 언뜻 느껴지는 체념과 허무는 코가손의 또 다른 지점으로 다가온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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