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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네;리뷰] ‘7호실’, 웃픈 현실이 주는 웃음 속 깊은 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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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마냥 웃긴 영화인 줄 알았는데 극장을 나설 땐 가슴 속에 파동이 일어난다. 그 지점이 영화 ‘7호실’의 미덕이다.

‘7호실’은 서울의 망해가는 DVD방 사장 두식(신하균)과 학자금 빚을 갚으려 DVD방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태정(도경수)이 DVD방 7호실에 비밀을 숨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낸 블랙코미디다. 두식은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 7호실을 닫아야 하고 태정은 숨겨놓은 물건을 꺼내기 위해 7호실을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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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실’의 배경은 서울 강남의 압구정동에 위치한 DVD방이다. 이 공간은 서글픈 을의 입장인 두식과 태정을 닮았다. 한 때 젊음의 상징이었던 압구정동은 이제 핫플레이스와 거리가 멀어졌고 IPTV와 핸드폰으로도 영화를 보는 시대에 DVD방을 찾는 이는 보기 힘들다. 전 재산을 털어서 자영업에 뛰어 들었지만 불경기에 폐업조차도 맘대로 안 되는 두식과 어마어마한 학자금 대출에 알바비도 못 받고 있는 태정의 삶은 주류에서 밀려난 DVD와 맞닿아 있다.

영화 속에서 모든 사건은 이 DVD방에서 이뤄진다. 마치 연극처럼 배경이 바뀌지도 않는데 오히려 이 점이 영화의 코믹함과 스릴러적 분위기를 강화시켰고 몰입도를 높였다. 7호실을 열려는 태정과 7호실을 닫는 두식의 대결은 긴장감이 넘치면서도 곳곳에서 웃음을 터트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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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웃음은 마냥 통쾌하고 신나지 않다.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넷 중 한 명이고 꿈을 안고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빚쟁이가 되는 대학생들이 ‘헬조선’에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다. 두식과 태정은 마냥 도덕적으로 착한 인물이 아니기에 더 현실적이고 공감이 갈 수 밖에 없다.

두식과 태정을 현실감 있게 만든 것은 신하균과 도경수의 탁월한 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신하균은 다소 신경질적이고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두식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마치 신하균과 두식이 동일인물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기존의 연기돌과는 다른 선택지를 보여줬던 도경수는 ‘7호실’에서도 한뼘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미래 없는 현실을 살아가는 태정의 모습은 주위에서 한 번쯤을 볼 수 있을 것 같이 사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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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영화계에서 중국 동포들을 그려내는 방식이 문제가 돼왔는데 ‘7호실’에도 조선족인 캐릭터가 등장한다. 김동영이 연기한 조선족 아르바이트생 한욱은 두식에 의해서 사고를 당하게 된다. ‘범죄도시’ ‘청년경찰’에서 중국 동포가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로 묘사가 됐다면 ‘7호실’에선 희생자로 표현돼 또 다른 선입견을 갖게 한다.

그럼에도 한국 자본주의 사회의 비정상적인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관객들에게 생각거리를 던지는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 정년퇴임 후 퇴직금으로 두식의 DVD방을 계약하고 우스꽝스러운 의상을 입고 전단지를 나눠주는 교감 선생님의 짠한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15일 개봉.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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