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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View] 스타강사 김미경 "나라고 완벽한 엄마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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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1세기 북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스타강사 김미경에겐 여러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더블유인사이츠와 아트스피치앤커뮤니케이션 대표이자 의류브랜드 ‘리리킴’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모두 스스로 쌓아올린 성과다. 여기에 ‘젊은 엄마들의 엄마’로 불리기까지 한다. TV쇼와 강연, 책으로 보여준 모습으로만 이 수식어를 얻을 수 있을까. 단언컨대, 아니다. 김미경은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독자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어떤 경우에도 진심을 보여준다. 한달 스케줄이 꽉 차 있는데도 5살 아이를 둔 워킹맘을 위해 인터뷰 시간을 옮겼다. 인터뷰 하루 전 한 독자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개인사에 호텔 로비에서 펑펑 울기도 했다. 많은 이들을 위로해주고 싶고 끌어올려주고 싶은 마음이 꽉 차 터질 것 같을 때 완벽한 강의가 나온다는 그에게선 성공한 사람에게서 흔히 볼 수 없는 진심이 묻어난다. 인터뷰 중에도 김미경은 진심을 다해 말하고 소통하려 노력했다. 어쩌면 몸이 먼저 익숙해진 습관일 수 있지만 그런 자잘한 모습들이 왜 그가 잘 나가는 강사로 승승장구하는지를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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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미경 인스타그램)


■ 나로 살기도 힘든데 뛰어든 '아이'

김미경은 ‘엄마의 자존감 공부’로 또다시 대중의 마음을 두드린다. 여성들의 멘토로 꼽히는 그가 이 시점에서 아이와 엄마의 관계에 대한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뭘까.

“어린 엄마들을 보면 지금 조금만 잡아주면 애도 행복하고 본인도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내가 10년 이상 행복한 생각을 벌어줄 수 있겠다 싶었죠. 나 역시 마흔살만 됐어도 못 썼을 책입니다. 애들을 키워보며 답을 찾게 된 거죠. 여자는 ‘나’라는 정체성으로 20~30년을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엄마라는 정체성을 갖게 돼요. 나라는 정체성도 완성이 안됐는데 아이를 읽을 수 있을까요. 못 읽죠. 혹자는 아이가 내 길이 될 줄 알지만 더 꼬이는 경우도 있어요. 함께 길을 잃죠. 나 역시 똑같았어요. 26살에 엄마가 됐어요. 애는 나보다 괜찮은 사람이고 나보다 잘 키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 모든 과정이 실패였고 엉망이었어요. 삼시세끼 챙겨 먹이는 것도 힘든데 아이는 24시간 질문해요. 모든 성장 과정이 질문이에요. ‘나를 어떻게 키워줄거예요?’라는 질문이죠. 28살이 되어도 그래요. 직장, 결혼…우리는 죽는 날까지 대답해야 합니다. 어떤 엄마는 ‘우리 애는 왜 이럴까요, 병원 데려갈까요?’라고 물어보는데 아니요. 엄마와 아이는 다른 존재라는 걸 인정하고 엄마인 당신이 답해야 합니다. 나도 길을 잃어봤고 그걸 다시 찾기 시작하며 답을 찾았어요. 아이가 자라는 만큼 부모가 크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미경은 ‘엄마의 자존감 공부’에서 ‘내 아이를 보라’고 강조, 또 강조한다. 백 번을 말해도 부족하지 않다 싶을 정도로 곳곳에서 강조를 거듭한다. 주변의 말에 휘둘리고 주변 엄마들의 교육 철학에 우르르 따라가고야 마는 심약하고 자신감 없는 엄마들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어느 아이나 적어도 다섯 가지 이상의 천재성이 있다고 말한다. 10가지도 있을 수 있는 천재성. 자신의 천재성은 말대답이었다. 누가 말대답을 천재성으로 볼까? 그러나 김미경은 뒤늦게 깨달은 그 천재성으로 정상에 올랐다. 김미경은 “세상을 살아나갈 때마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세상과 맞춰 나갈 수 있는 걸 천재성이라 한다면 아이들의 천재성이 보여요”라면서 “엄마들이 아이의 천재성에 대해 생각을 안해요. 엄마들이 내 아이 뱃속을 생각지 않고 남의 아이 뱃속에 있는 걸 신경 쓰는 거죠. 인간은 자연스럽게 흔들리기 마련인데 엄마들은 목적을 정해놓고 움직여요. 학교 안에서 20년 만에 괜찮은 애를 만들려다 보니 철학이 아닌 고급정보로 키워요. 사회도 공부만 테스트 하는데 엄마도 아이의 1만 가지 천재성에 관심을 안 보여요”라고 지적했다.

그렇기에 최근 중1 막내딸이 해준 친구 얘기가 더욱 와닿을 수밖에 없었다. 딸의 친구 A는 똑똑하고 활발하고 창의성도 뛰어난데 공부만 못한단다. 딸은 친구에 대해 “우리집 관점에서 보면 천재인데 학교에선 바보 취급 당한다”며 “A역시 떡볶이를 먹으면서 ‘나는 쓸모없어’ ‘나는 바보야’라고 대놓고 말한다”고 했다. 자신의 엄마까지도 그렇게 평가했다는 것이 A의 말. 막내딸은 “걔를 우리 집에 데려다 놓으면 참 잘될 것 같은데”라는 말을 덧붙였다. 김미경이 엄마가 아이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목이 터져라 외쳐대는 이유다. 엄마가 믿어주지 못하면 아이는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분노를 표출한다. 분노로 인해 잘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극히 폭력적인 아이가 되기도 한다. 자존감이 있는 아이일수록 자신을 알리기 위해 격한 사춘기를 겪는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김미경 막내딸의 명언도 한 몫 한다. 막내딸은 “엄마, 그래서 우리는 결론을 내렸어. 사춘기가 와서 힘든 게 아니라 힘들어서 사춘기가 오는 거야”라고 말했다. 운전 중에 차를 세우고 그 말을 받아적었다는 김미경은 “아이들은 알아요,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하지만 대학 졸업 때까지 부모가 정한 기준에서 끊임없이 부정당하면 자존감은 바닥을 칠 수밖에 없죠”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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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1세기 북스)


■ 누군가의 자식이었던 엄마들을 위로합니다

따끈따끈한 ‘엄마의 자존감 공부’를 읽다 ‘이 사람이 보통 사람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한 지점이 있었다. “엄마 금방 안 죽으니까 괜찮아. 천천히 가” 별 것 없어 보이는 문장일 수 있지만 끝없이 재촉 당하며 살아온 인생 중에 다른 사람도 아닌 엄마에게 저 말을 들었으면 얼마나 위안이 됐을까 싶어 마음이 아릴 정도였다.

그 역시 시행착오를 겪었다. 자신이 하루 공간에 10개를 채워 넣으면 딸은 4가지만 넣었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보고 답답해했지만 딸은 4가지가 들어간 하루 공간 안에 다른 것들을 채워넣었다. 다른 시간을 살면 그 시간만큼 다른 사람이 된다고, 그렇게 큰 딸은 자신이 마흔 살에나 이해됐을 법한 것들을 알고 있어 엄마를 놀라게 한다. 김미경은 ‘느리게 사는 사람도 제 몸에 맞춰 사는구나. 어릴 때 나와 맞추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했고 큰딸은 엄마에게 “빨리 뛰는 이상한 여자”라고 어린 시절 받았을 상처를 농담으로 받아쳤다고.

“25년간 내 커리어를 쌓았더라고요. 나보다 앞서간 사람이 무진장 많았죠. 하지만 운명의 알람은 따로 있어요. 대학 때 유학이 가고 싶었지만 50대가 되고나서 가게 됐죠. 내 운명은 50대에 유학이 맞춰져 있었던 거죠. 사람마다 꽃피울 시기가 따로 있어요. 아이들도 그래요. 언젠가 자기 시간에 맞춰서 꽃을 피워내요. 그걸 기다려주지 않고 남의 아이와 비교하고 재촉하면 시도조차 안하는 아이가 돼요. 시간 내에 해야 한다는 게 제일 나빠요. ‘엄마 안 죽어 천천히 가’는 굉장히 자주 하는 말인데 내가 자존감이 있어서 아이들이란 생명을 지켜봐주고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이에요. 아들이 그래요. ‘나도 엄마 닮아서 나이 들수록 괜찮은 사람 될 것 같으니까 오래 살라’고요(웃음)”

“엄마 금방 안 죽으니까 괜찮아. 천천히 가” 아이들의 성장과 성공을 느긋하게 지켜봐주겠다는 김미경식 사랑법은 ‘엄마의 자존감 공부’ 전반에 걸쳐 펼쳐진다. 그 중에서도 꼭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직접 골라 밑줄을 쳤다. 아이를 어떤 눈으로 봐라봐야 할지 엄마들을 혼내고 어른다. 동시에 왜 엄마가 사람이자 여자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한가지 더, 이 책은 좋은 엄마가 되는 법을 알려주는 동시에 보통 엄마의 딸이었던 이들을 다독이는 책이기도 하다. 나 역시 공부, 육아, 살림 등 인생을 재촉하는 엄마를 둔 딸로서 많은 치유와 위로를 받았다.

솔직한 소감에 김미경은 “아~그래서 그랬구나”라는 반응을 보인다. 발빠르게 자신의 신간을 읽은 독자들이 “육아서인 줄 알았는데 심리 치료서 같다” “아이들을 얘기했는데 나를 본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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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1세기 북스)


“사실 이(엄마들을 다독여줄 수 있는) 얘기를 너무나도 하고 싶었어요. 엄마들이 제일 많이 하는 얘기가 ‘상처투성이로 자랐다’ ‘이런 내가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예요. 죄책감에 애를 키우는 엄마가 많아요. 처음부터 잘난 엄마는 존재하지 않아요. 애를 낳으면 잘할 수 있을까요? 네. 애를 낳아서 내가 아이를 대하면서 실망했고 상처받은 나의 엄마와 다른 반응을 보이면 과거의 나를 이기는 거예요. 엄마를 극복하면서 과거에 울었던 나를 치유하게 되는 거죠. 너무 많은 엄마들이 고민하고 아파하는 부분이라 정말 말해주고 싶었어요”

딸이었던 마음을 위로받은 것까지는 좋은데 엄마로선 자신감이 상실될 수도 있다. 책 전반에 펼쳐진 김미경의 무한 긍정 마인드를 도저히 따라가지 못할 것이란 두려움이 엄습하기 때문. 그러자 김미경은 호쾌하게 웃으며 “도 닦는 거예요. 처음부터 안돼요. 나도 첫째에게 별 짓을 다했어요. 부하직원 다루듯, 못된 언니처럼 내 슬픔을 가감없이 쏟아붓고 그렇게 했어요. 처음이니 노력해야죠. 내 긍정적 마인드는 과거의 실패와 실수들에 대해 수행하고 건져낸 것들이에요”라고 말했다. 나중에라도 깨달으면 자신의 잘못을 아이에게 꼭 사과하라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그렇다면 김미경 가(家)엔 어떤 괴로움도 고민도 없는 걸까? 아들이 자퇴하는데 ‘축 자퇴’ 플랜카드를 걸어주고 “뮤지션은 자퇴 정도는 해줘야 먹어준다”고 말해주는 엄마가 있는데 무슨 일이 있을까 싶다. 김미경은 “요즘 고민 없어요. 아이들에 대해선 완벽히 행복해요. 나에 대해서 행복하지 않아 그렇지. 안 행복한 거? 늙는 거?”라고 생각하다 “결국 상황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봐요”라는 대답을 내놓는다.

“어떻게 아무 일이 없을 수 있겠어요. 아이들도 결혼이니 뭐니 현재 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죠. 그게 성장하는 중에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건데 다행인 건 그 와중에 제일 좋은 해석을 해 나가요. 큰 아이가 얼마 전에 사적인 일로 정말 힘들어했는데 딱 하루 울고 나더니 ‘하늘의 공식’으로 풀었더라고요. 아이의 프라이버시라 정확히 전할 순 없지만 인간관계에서 온 어려움에 대해 상대를 용서하고 배려한다는 방식이 아니라 상대가 나를 용서하고 배려할 기회를 준 것이라고 ‘내가 넘어서야 하는 고민을 28살에 주니 감사하다’ 이렇게 해석하더라고요. ‘어쩜 그런 생각을 하니’라고 말했는데 요즘 엄마도 내게 그래요. ‘넌 어쩜 그런 생각을 하니’라고. 부모로부터 자존감 훈련이 잘 된 아이로 자라면 그 자존감을 반드시 부모에게도 주더라고요. 잘 다져진 자존감으로 행복을 만들어나가는 거지, 문제는 다 있어요”

하나 더. 육아도 삶의 자세도 남다른 김미경의 비법은 ‘깨닫는 시간’이다. 아침마다 혼자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을 녹음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김미경은 “엄마가 되려면 엄마라는 이름으로 생각하고 기도하는 시간이 꼭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루 중 자식의 소리를 듣는 시간이 5분, 10분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에게 물어보지 않고 주변의 말이 완전히 차단되는 시간, 그것이 자존감 높은 아이들을 키워낸 김미경만의 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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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미경 인스타그램. 직접 만든 옷을 판매한 수익금으로 미혼모를 돕는다)


■ 나를 돕는 삶은 충분히 살았어요

엄마이자 강사이자 오래전 꿈꾸던 디자이너까지. 하루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사람은 자기 몸에 맞는 하루를 살아야 행복하다는 김미경은 아이를 키우고, 강의를 하면서도 밤 11시만 되면 자기 시간이 왔다고 신나서 뛰었을 정도로 체력이 좋다고 한다. 그 체력으로 해나가야 할 일은 여전히 많다. 자신의 오랜 꿈이었던 옷 만드는 일로 탄생한 ‘리리킴’ 브랜드 수익은 미혼모를 위해 쓰여진다. 미혼모들이 밥을 먹고 상담을 하는 자신의 회사 1층은 미혼모들에겐 친정이나 다름없다. 1년 만에 변화하고 성공하는 미혼모들의 모습을 보는 건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하다. 강사라는 직업이 자신을 키웠고, 자신이 그 직업을 키웠기에 늘 ‘어떻게 하면 강사라는 직업에서 품격있게 창피하지 않게 내려 올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고 그 대답 중 하나가 미혼모를 돕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는 것이다. 미혼모들을 마주하면 그렇게 기특하고 대견할 수가 없단다.

김미경은 “사실 성공이란 무대 위에서 화형당하는 사람이 많아요. 매 순간을 스타강사, TV나오는 사람으로 살았으면 불에 타 죽었을 거예요”라면서 “(미혼모를 돕는)지금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성공한 여자로 살면서 내 운값을 지불하는 느낌? 밸런스가 잡혀가는 느낌이에요”라고 말한다. 자신의 성공이 운값이라며 베풀고 살겠다는 김미경. 그렇다. 그는 일찌감치 ‘(돈을)버는 명함에서 쓰는 명함을 파겠다’고 공언했던 참이다.

아직 베푸는 삶의 1단계에 서 있다는 김미경. 내년 ‘엄마는 엄마가 돕는다’는 콘셉트로 연예인 엄마와 미혼모들이 함께 서는 패션쇼를 기획하고 있다는 그는 “내가 강사로서 할 수 있는 것들, 나를 돕는 삶은 충분히 산 것 같아요”라면서 “아마 나는 60이 넘으면 진짜 내가 원하는 여자로 잘 진입할 것 같아요. 내가 원한 여자의 절반 정도 온 것 같아요. 반은 이제부터 채워야지요”라고 말했다. 꿈꾸는 50대, 이렇게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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