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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리한 소셜] “그들은 왜 부모를 죽여야 했나”…비정한 패륜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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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공공의적' 스틸컷)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2002년 개봉한 영화 ‘공공의 적’은 한때 대한민국을 뒤흔든 작품이다. 전형적인 권선징악 상업영화는 극장을 벗어나면 서서히 잊혀지는 게 고작이지만 ‘공공의 적’만은 달랐다. 영화는 돈 때문에 부모를 살해하는 펀드매니저 조규환(이성재)을 부패한 형사 강철중(설경구)이 응징하는 내용이다. 극중 펀드매니저 조규환은 부모가 자신에게 투자한 돈을 다시 돌려받아 복지시설에 기부하려하자 부모를 처참히 살해한다. 시신과 그 주변에 밀가루를 뿌려 증거를 인멸하는 치밀함까지 보인다. 사실 조규환이라는 캐릭터는 실제 여러 패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진 사이코패스형 인물이다. 하물며 돈 때문에 부모에게 칼까지 드는 역할이라니 아무리 영화라지만 씁쓸할 악인일 수밖에 없다.

■ 영화 ‘공공의적’ 존속살해 실제로 일어나다

그런데 이러한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다. 얼마 전 세간에 큰 충격을 안긴 ‘용인 일가족 살인사건’은 범인은 장남. 그는 가족들을 무참히 살해하고 범행을 은폐하려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지난달 21일 친어머니와 의붓동생을 살해하고, 의붓아버지까지 살해한 뒤 뉴질랜드로 김모 씨는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동생을 살해한 뒤 혈흔에 밀가루를 뿌렸다. 이를 두고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난달 30일 SBS라디오 ‘김성준의 시사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밀가를 뿌리면 미세가루가 많아져 지문 등을 검출하기가 어려워지므로 증거를 훼손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인다”며 “사건을 은폐하려는 의지가 강렬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김씨는 사망한 피해자들의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며 피해자 지인들을 일일이 대응해 도피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알고 보니 김 씨는 부인과 젖먹이 두 딸이 있음에도 직업도 없이 재혼한 생모의 도움을 받아 생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용인 일가족 살인사건’으로 다시 사회에 경종을 울린 존속범죄. 이에 대한 신속한 대책 마련이 절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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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이미지)


최근 경찰청의 ‘존속범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존속범죄는 2013년부터 올해 7월까지 총 7,582건이 발생했다. 2013년에는 1141건, 2014년 1206건, 2015년 1908건으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무려 2,235건으로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서구권과 비교해도 무려 4~5배가량 높다.

존속범죄에는 존속폭행이 4945건으로 가장 많다. 존속상해는 1709건, 존속협박 600건, 존속 체포 및 감금 76건이다. 가장 심각한 존속살해도 252건으로 한해 평균 69건에 달한다.

현행법상 존속살해죄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존속살해죄가 일반 살인죄보다 엄하게 처벌한다지만 실효성 측면에선 차별화를 두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 가정에서 발생하는 반인륜 범죄 원인과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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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이미지)


용인 일가족 살인사건 범인은 예외지만 존속살인범들의 공통적 범행 동기는 대부분 분을 참지 못하고 저지른 우발성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가정불화, 정신질환, 금전적인 부분도 완전히 떼어놓을 순 없다. 최근에는 경기불황으로 인한 부모의 재산이나 보험금 등을 노린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경제문제로 인한 존속범죄는 우발성과 더해져 철저히 계획적인 경우가 많아 잔혹성을 더한다.

또 존속범죄가 좀처럼 줄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전문가들은 관대한 처벌을 꼽는다. 현행법상 자녀가 부모를 폭행해도 피해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맹점이 있다.

존속범죄 발생 요인은 복합적인 양상을 보이며 각 원인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족 내 갈등이 폭력이나 살인 등 중범죄로 이어질 수 있어 엄중한 처벌 강구 및 가족공동체 관계복원에 초점을 둔 근본적인 예방책 마련이 절실하다. 존속범죄 증가는 가족윤리 상실과 시대 역행의 지표다. '공공의 적' 말미 강철중은 이렇게 말한다.

“자식이 부모를 죽이면 되겠냐, 안되겠냐? 나 강철중 민중의 지팡이. 부모를 죽인 자식을 사람들은 흔히 패륜아라고 부른다. 패륜아. 이 시간부로 우리는 그런 놈을 민중의 적이라 부른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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