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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View] 행주, ‘쇼미6’ 우승자의 품격..진짜 활약은 이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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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엠넷, 아메바컬쳐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한수진 기자] 우승자의 품격은 달랐다. 가장 높은 곳에 있어도 자만하지 않았고, 사람들이 우러러 볼수록 몸을 낮췄다. 한국 래퍼들의 꿈이라 불리는 ‘쇼미더머니’ 우승자 타이틀은 행주에겐 그저 스쳐지나가는 드라마 한 장면에 불과하다.

힙합그룹 리듬파워 멤버 행주는 엠넷 ‘쇼미더머니6’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하며 한 순간에 드라마 주인공이 됐다. 시즌4에서 1차 탈락했던 그는 2년 만에 래퍼들의 꿈과도 같은 ‘쇼미더머니’ 우승을 얻어냈다. 그것도 지코&딘 팀 내에서 탈락 후보 1위로 꼽히던 그가. 반전 드라마를 쓴 셈이다.

“경연에 나와서 우승이라는 유종의 미를 거뒀지만 그걸로 끝이에요. 얻은 건 차와 상금, 그리고 래퍼로서의 확신이죠. ‘쇼미더머니’라는 장치를 빌려서 우승을 했고 그 장치 안에서 ‘돌리고’나 ‘레드선’같은 인기곡이 탄생했죠. 만약 ‘레드선’을 ‘쇼미더머니’ 밖에서 발매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진 못했을 거예요. 그렇기에 난 그냥 그동안 해왔던 잘하는 음악을 계속할겁니다.”

행주는 내공이 강하다. 오랜 경력 탓도 있겠지만 그를 단단하게 만든 건 노력과 인내다. 행주가 소속돼 있는 아메바컬쳐는 힙합계의 명문가로 불린다. 다이나믹 듀오를 비롯해 프라이머리, 크러쉬, 자이언티 등 걸출한 아티스트들을 배출했기 때문이다. 리듬파워는 그곳에서 미운오리새끼였다. 발매하는 음원마다 성적은 저조했고, 인지도도 턱없이 낮았다. 7년을 그렇게 허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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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엠넷, 아메바컬쳐

그랬던 리듬파워에게 동아줄이 내려왔다. 바로 ‘쇼미더머니’다. 리듬파워 멤버인 지구인과 보이비도 해당 프로그램 출연으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지구인은 시즌4에 출연해 본선 무대 직전에 탈락했다. 시즌5에 출연한 보이비는 본선 1차 무대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리고 기적처럼 행주가 시즌6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게 제일 좋았어요. 개인적인 바람이었는데 지구인, 보이비한테는 입 밖에 꺼내지 않았죠. 내가 1차 탈락했던 사람이잖아요. 지구인이 가장 높이 올라갔던 멤버였는데 다음해에 보이비가 그걸 깼어요. 그런데 내가 그 다음 시즌에서 우승할거라곤 생각도 못했죠. 보이비 만큼의 성적을 냈을 때 욕심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진짜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큰 그림을 그리지 않고 참여했던 게 좋은 성적으로 이끈 것 같아요. 내 것만 잘하면 되겠다 해서 밀어붙인 거예요.”

행주의 ‘쇼미더머니’ 도전기는 즉흥적이고 무계획이었다. 지구인의 시즌6 1차 탈락을 목격한 뒤 급하게 현장 지원했던 그는 경연 중에도 늘 현재에 충실해 미션을 수행했다. 지코&딘 팀에 지원한 것도 당일 현장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한다. 그는 “지코&딘 팀은 전날까지도 생각 안했다. 사실 도끼&박재범 팀에 가려고 했다. 다이나믹 듀오 팀은 아무리 잘해도 뒷말이 나올까봐 갈 생각도 없었다. 지코&딘은 1차 때 날 합격시켜준 사람이고 2차 때 칭찬도 해줬지만 자신들한테 올 생각이 하나도 없다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더라. 또 참가자들이 ‘행주 형은 잘하지만 저 팀에 안 어울린다’는 표정을 읽었다. 그래서 내 것만 잘하면 되겠네 하고 밀어 붙인거다”고 설명한다.

행주가 밝힌 ‘쇼미더머니’ 제작진의 멘탈 흔들기도 꽤나 흥미로웠다. 랩 실력도 중요하지만 강한 멘탈을 가진 이만 버틸 수 있는 구조였다. 수시로 래퍼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말을 전한다는 제작진의 멘탈 흔들기에 행주는 그저 웃겼다고 말한다. 이미 단단히 마음을 먹고 경연에 임했던 지라 이 같은 흔들기는 그에게 아무런 방해도 되지 못했다. 하지만 행주도 딱 한번 욱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는다.

“프로그램을 하는 도중 수많은 인터뷰를 하는데 ‘저 사람이 이렇게 말했대요’라면서 제작진이 말을 전해요. 다른 참가자들은 그 한마디에 휘둘리더라고요. 줏대를 지키면서 정신을 유지해야하는 멘탈 싸움 같았죠. 난 그냥 ‘웃기다, 재밌다’ 정도로 넘겼죠. 그런데 나도 욱했던 적이 한번 있어요. 우리팀 뿐 아니라 다른 팀에서까지 다 날 지코&딘 팀의 탈락 후보로 찍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을 때요. 그땐 사람인지라 ‘웃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격양되게 말이 나왔어요. 팀원들이 날 탈락후보로 꼽은 건 짐작해서 괜찮았는데 다른 팀원들도 다 날 탈락 1등으로 꼽았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죠. 그래서 가사를 썼어요. ‘요즘 것들’ 가사가 그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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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엠넷, 아메바컬쳐

욱했지만 그게 다였다. 되레 이 악물고 당장 앞에 놓인 미션에만 집중한 행주다. 한쪽 눈이 실명했어도 꿋꿋이 이겨냈던 그이기에 ‘쇼미더머니’ 안에서의 뒷말은 그의 멘탈을 스치지도 못했다. 특히나 그는 ‘쇼미더머니’의 우승이 덧없음을 알고 있었다. 앞으로 들려줄 음악에 따라 방향성이 달라진다는 걸 늘 경계하면서 생각하고 있다.

“리듬파워가 ‘쇼미더머니’로 인해서 인기가 생긴 건 간접적으로 느꼈죠. 경연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건 우승이 맞지만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어요. 모두 대학을 간다고 해서 인생의 목표가 완성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 다음 목표가 삶에서 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음원 성적으로 래퍼를 스타로 만들어 주는 건 대중이에요. 그렇기에 성적에 대해선 별로 연연하지 않지만 진짜 래퍼로 성장하기 위한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어요.”

행주는 스타가 아닌 래퍼를 꿈꾼다. 인기보단 음악성에 자신의 삶을 올인한 것이다. 그렇다고 지난날의 슬픔들을 또 겪고 싶은 건 아니라고 털어놨다. 그가 실명이 되기까지 겪었던 스트레스의 과정은 지금도 그에게 고통스러운 순간이다. 그는 힘든 시절 발매했던 ‘베스트 드라이버’를 듣지 못한다. 해당 곡을 들을 때마다 발가벗는 기분이 든다는 행주는 과거의 슬픔보단 미래에 대한 기대로 삶을 채워나가고 있다.

래퍼로서 큰 그림도 없다고 밝힌 행주는 유연한 마인드를 보이며 꽤 멋스러운 말들을 쏟아낸다. 그는 “내년이라도 랩이 하기 싫으면 안할 거다. 적어도 현재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인드다. ‘쇼미더머니’도 그렇게 해서 우승을 했다. 리듬파워는 대중적인 음악을 좋아하는 팀이다. 마이너 감성도 공존한다. 우리는 잘할 자신 있다. 그걸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증명할 수 있다”며 웃어보였다.

말 한마디마다 자신감과 진중함이 드러났다. ‘쇼미더머니’는 랩 실력만으로 우승할 수 없다. 대중은 분명 행주에게서 인간적인 매력도 함께 느꼈다. 실제로 만난 행주는 TV 속 모습보다 멋있고 강인했다. 우승을 도취할 생각도 없던 그였지만 그럴 여유도 없어 보였다. 리듬파워 멤버들과 함께 그릴 래퍼의 꿈을 위해 24시간 음악에만 몰두하고 있는 행주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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