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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소속사, 불공정 경쟁 구도 심화, 밥그룻 싸움 왜 시작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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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101, 아이돌학교 포스터(사진=엠넷)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한수진 기자] 갱생 오디션이 대세다. 연습생이나 무명의 신인들이 경쟁하는 구도를 말한다. 이러한 흐름을 이끈 중심에는 엠넷이 있다. 하지만 그 밀접함이 업계의 큰 문제로 대두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여자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 엠넷 ‘프로듀스 101’이 방영되면서 방송가 뿐 아니라 가요계에도 큰 변화가 일었다. 최종 발탁된 11명의 아이오아이 멤버들은 그 어떤 오디션 스타도 해내지 못했던 대세 ‘오브 대세’ 행보를 이뤄낸 것이다. 약 10개월의 짧았던 활동 동안 10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익이 그 인기를 방증했다. 업계를 흔들기 충분한 위력이다. 그리고 올해 다시 한 번 ‘프로듀스 101’ 시즌2가 방송됐다. 이번에 남자를 대상으로 했다. 위력은 시즌1 때보다 더 강력했다. 업계 역시 시즌2에서 발탁된 그룹 워너원의 수익적 가치를 더 높게 점쳤다.

엠넷은 ‘프로듀스 101’의 성공에 힘입어 더 밀접한 접근을 시도를 했다. 일반인을 아이돌 그룹으로 만들기 위한 ‘아이돌학교’를 기획한 것이다. 방송 시작 전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지만 화제성은 충분했다. 더욱이 이들은 ‘프로듀스 101’ 출연진과 달리 소속사가 없는 일반인이다.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하게 된다면 엠넷과 더불어 CJ E&M의 지원을 받아 활동하게 될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 될 것이다. 방송사가 직접 이들을 위한 방송을 제작하고 스토리를 기획해 매니지먼트까지 하는 셈이다.

엠넷에서 기획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이 좋자 지상파인 KBS와 YG엔터테인먼트에서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 준비 중이다. 또한 방송관계자에 따르면 다른 지상파 방송사에서도 오디션 프로그램 기획을 고려하고 있다.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위력은 방송가를 흔들기 충분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급작스럽게 업계 상황이 바뀌다보니 결국 문제가 터지고야 말았다. 3개 단체(사단법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 사단법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단법인 한국매니지먼트연합)로 구성된 음악제작사연합이 ‘방송 미디어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방송미디어의 음악 산업 수직계열화를 반대한다는 내용이다. 한 마디로 밥그릇 싸움이다.

음악제작사연합은 방송사들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업계 산업의 불균형 초래와 더불어 불공정 구조 확장을 우려했다. 이들은 우려가 기우는 아니다. 하지만 앞선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이득을 누린 이들도 많다. 나쁜 점만 있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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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아이, 워너원(사진=YMC엔터테인먼트)

■ 시작은 상생, 결과는 불공정 경쟁

‘프로듀스 101’은 방송사와 소속사의 상생을 이끈 프로그램이다. 해당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빛조차 받기 어려웠을 연습생들은 스타가 됐고, 엠넷도 본 프로그램으로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았다.

하지만 이내 문제가 터졌다. ‘프로듀스 101’로 소속사와의 상생을 이끌었던 엠넷이 ‘아이돌학교’로 직접 아이돌 매니지먼트에 뛰어든 것이다. 이에 대해 엠넷 측 관계자는 “‘아이돌학교’는 방송사가 매니지먼트를 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 아니다. 출연자들이 소속사가 없기 때문에 합숙을 하는 기간 내의 계약만 있을 뿐이다. 최종 9명이 발탁 후 매니지먼트는 추후 단계적으로 공개 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매니지먼트 참여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아니라는 확답은 없었다. 자신들이 만든 그룹을 타 소속사에 쉬이 내주기란 쉽지 않을 터. 엠넷은 CJ E&M이라는 기획사가 있고, 그 계열 기획사들도 다수 있다. 최근 워너원 멤버 김재환 역시 CJ E&M과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개인 연습생이었던 김재환에게 소속사들의 관심은 뜨거웠지만 결국 그는 CJ E&M 품에 안겼다. ‘아이돌학교’에서 만들어질 그룹 역시 김재환과 같은 행보를 걷지 않겠냐는 게 업계 관측이다.

음악제작사연합이 우려한 부분은 비단 이런 것 뿐 만은 아니다. 음악제작사연합 관계자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제작 환경은 반대하진 않는다. 그건 방송사의 고유 영역이기 때문”이라며 “다만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다양한 연습생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와는 달리 방송 미디어의 수익 극대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방송의 공익성과 공정성은 점점 훼손돼 가고 불공정한 구조의 확장으로 음악 산업의 위축을 불러올 수도 있다”며 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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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101, 아이돌학교, 더 유닛 포스터(사진=엠넷, KBS)

■ 엠넷만 나쁘다? 100만 연습생에 기회 제공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한 엠넷이 부정적인 영향력만 초래한 것일까. 한 방송 관계자는 “‘프로듀스 101’이나 ‘아이돌학교’와 같은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이름도 몰랐을 연습생이나 소속사도 많았을 것”이라며 “돈과 회사의 규모가 아닌 실력과 자질로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의 플랫폼을 만든 거다. 단순히 방송사의 사업 확대에 대한 독과점 문제로만 두기엔 상생한 면도 분명히 많다”고 설명했다. 이도 일리 있는 말이다. 방송에 나오지 않았다면 두 번의 시즌을 거쳐 스타가 된 202명의 연습생들은 이토록 뜨거운 사랑을 받진 못했을 것이다. ‘아이돌학교’ 출연자도 그렇다.

현재 국내 연습생 수만 100만여 명이다. 이들은 스타가 되기 전까지 대중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던 주체였다. ‘프로듀스 101’은 이러한 판도를 뒤집었다. 연습생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다. 연습생들에게는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데뷔에 더 빠르게 다가설 수 있었다. ‘프로듀스 101’ 출신이라는 단어 하나면 대중의 관심을 이끌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생겼다.

또한 하향세를 치던 오디션 프로그램을 다른 포맷으로 제작해 다양한 콘텐츠의 장을 제공했다. 이로 인해 KBS는 전현직 아이돌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 ‘더 유닛’을 기획, 오는 10월 방송이 예정됐다. 타 지상파 방송사들도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을 두고 고민 중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엠넷의 성공을 본 지상파 방송사들도 같은 포맷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말이 돌면서 음악제작사연합이 더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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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포스터(사진=CJ 엔터테인먼트)

■ 음악 산업만의 문제? 영화도 같은 사례..공존 방법 찾아야

현재 음악제작사연합과 엠넷의 갈등은 앞서 영화계에서도 일어났던 일이다. 음악제작사연합 관계자도 영화계에서 일어났던 일을 언급하며 “영화에서도 그런 문제가 일어났다. 그래서 더 지켜볼 수많은 없었다. 이렇게 구조가 확대, 고정되면 소속사 없이 연예인 매니지먼트가 방송사에 넘어갈 수도 있겠다 싶어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거다”고 설명했다.

현재 CJ E&M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가장 큰 손이 됐다. 방송, 영화, 음악, 공연 등 각종 분야 문화 사업에 발을 담그고 있다. 음악 산업 역시 음원 제작과 유통 판매, 공연, 매니지먼트까지 전 과정에 발을 들였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건 이들이 그 어떤 소속사의 마케팅도 따라갈 수 없는 방송사를 소유했다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같은 문제가 있었다. 영화 ‘군함도’를 예를 들 수 있다. ‘군함도’는 CJ E&M에서 투자, 제작, 배급한 영화다. 여기까진 별 문제 없다. 하지만 CJ E&M에겐 영화관인 CGV가 있다. ‘군함도’는 개봉 첫날 스크린이 역대 최다 2027개를 기록했다. 그 어떤 작품도 스크린수가 2000개를 넘은 적이 없었다. ‘군함도’는 CJ E&M이라는 날개를 달고 스크린 점유율 최초 기록을 세웠다. 이는 곧 스크린 독과점 문제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영화 산업 역시 현재 음악 산업이 겪고 있는 문제와 비슷한 전례라고 할 수 있다. 영화관이 없는 배급사는 CJ E&M의 화력을 따라잡을 수 없다. 음악 산업도 그렇다. 방송사가 없는 소속사들은 기회의 폭부터가 좁아진다. 한 마디로 공평하지 못한 출발 선상이다. 다 큰 어른이 어린아이와 싸우는 것과 비슷하다.

서로의 상생을 이끌었던 때처럼 방송사와 소속사의 역할 분담을 통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KBS ‘더 유닛’ 측은 음악제작사연합 성명서 발표 후 전속계약을 14개월에서 7개월로 단축시켰다. 상호간의 합의점을 모색한 것이다. 음악 역시 하나의 문화고,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는 위아래 구조가 원활하게 이뤄질 때 주어진다. 본연의 역할분담과 존중이 필요한 때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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