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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비게이션] ‘그물’, 김기덕의 시선은 항상 한 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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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문화팀=김재범 기자] 때론 너무도 솔직하고 그것이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 불편함은 불쾌함으로 번질 수도 있다. 결국 배척되고 외면 받는 부작용을 만들어 버린다. 그동안 김기덕 감독 영화들이 그랬다. 너무 솔직해서 불편했고 그것이 불쾌함으로 이어졌다. 그 감정은 결국 대중들에게 외면을 받아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영화 세계관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지점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국내 감독으로는 누구도 이뤄내지 못한 3대 영화제 감독상을 모두 거머쥔 원동력이다. 주인공은 김기덕 감독이다.

사실 불편하고 불쾌했지만 그의 시선은 언제나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모든 필모그래피에는 항상 공통된 지점이 있다. 바로 ‘인간’이다. 그것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해석의 폭은 결정된다. 김기덕 감독 신작 ‘그물’은 그런 의미에서 기묘한 타이밍을 맞춰냈다. 정서적 감정의 결에서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정면으로 직시한다. 그 문제가 인간성 상실과 문제 직시 결여란 점은 사실 말하지 않아도 누구라도 알고 있는 지점이지만 말이다. 물론 그것을 희대의 예술적 거장이자 이미지 스토리텔링 대가로 불리는 김 감독의 손에서 탄생됐으니 날카롭고 번뜩이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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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 속 북한 어부 철우(류승범)는 우리 모두를 바라보는 김기덕의 시선처럼 느껴졌다. 그는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고기를 잡으러 나가기 위해 배를 탄다. 배를 타기 전 그는 새벽녘 방안에서 아내와 섹스를 한다. 섹스는 김 감독 영화에서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의식이자 욕구이며 감정이다. 철우는 살아 있다. 그는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그가 그물을 통해 고기를 잡아 죽인다.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죽이는 행위의 역설이 기묘하게 다가온다. 철우는 한 개인이 아닌 우리 모두이며 인간이 생존을 의미는 대명사다.

그런 그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선택과 결과를 받게 된다. 배가 고장이 났다. 어쩔 수 없이 남한으로 떠내려 왔다. 그는 선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선택을 강요당한다. 남한으로 떠밀려 온 그는 간첩이 된다. 강요된 거짓 속에 간첩이 된다. 그 거짓이 가족을 버리고 국가를 버리라고 강요한다. 철우는 돌아가야 한다. 그는 선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사상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또 느끼는 색깔의 문제가 아니다. 남과 북으로 나뉜 우리의 문제를 말하고 있지만 사실 그것도 비약이다. 철우는 그저 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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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선택이 아닌 선택은 급기야 그를 빠져 나올 수 없는 그물 속에서 빨려 들게 만든다. 자신의 선택이 아닌 타인의 의지가 결국 자신을 이끄는 상황이 만들어 진 것이다. “나한테 대체 왜 그러는 것이냐”며 철우는 쏟아낸다. 악다구니를 드러내기도 한다. 애원도 한다. 협박도 한다. 부탁도 한다. 하지만 그저 하늘에 흩어져 버리는 메아리다. 철우는 그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게 된다. 어디도 갈 수가 없다. 자본주의 사회(남한) 속에 떠도는 그는 이질감이고 머물 수 없는 타인이다. 문제는 이제 그의 삶 속으로 다시 돌아갈 수도 없게 됐다. 철우에게 강요된 선택은 그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철우는 자신의 삶이란 바다에 홀로 떠버리게 된 고장 난 배가 돼 버렸다. 자신을 남한으로 이끌어 온 전 재산인 작은 배처럼. 그는 어디에도 갈 수 없는 신세가 됐다.

김기덕 감독은 ‘그물’을 국가 그 그물에 걸려든 물고기를 한 개인이라고 전했다. 한 국가의 그물 속에 빠져든 인간의 삶이 어떤 식으로 조종되고 또 그 시스템이 만들어 낸 인간이란 괴물이 어떤 식으로 다른 삶을 파괴하는지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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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지막 김기덕 감독은 인상적인 장면 하나로 철우의 모든 것이 뒤 바뀌어 버렸음을 전한다. 류승범의 얼굴 그리고 아내(이은우)의 흐느끼는 울음소리, 여기에 극장 안을 울리는 파열음이 머리를 울리고 가슴을 흔든다.

가장 마지막 화면을 가득 채운 시선이 아프다. 누군가를 바라보는 것인지. 그 시선이 향한 곳이 어디인지 무겁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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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 2016년 우리 사회에 가장 뜨거운 화두가 될 영화임을 드러낸 114분이다. 개봉은 다음 달 6일. 15세 관람가.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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