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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시사회 다음 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수애는 언제나 그렇듯 조용하고 나직했다. 과장된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 없이도 그는 어떤 힘을 내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질문 하나하나에 잠시 쉼표를 찍는 듯 한 호흡 때로는 반 호흡의 차이를 두고 조용하지만 분명한 힘을 느낄 수 있는 생각을 전했다. 재난 영화 ‘감기’ 이후 3년만의 나들이였다.
“궁합이 맞는 작품을 찾고 있었다고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다 보니 벌써 3년이란 시간이 흘렀더라구요. 조급한 마음은 없었어요. 즐겁게 기다리다보니 ‘국가대표2’를 만나게 된 것 같아요. 지금도 긴장되고 예전에도 긴장 됐었고 그래요. 꽤 많은 영화를 해봤지만 항상 개봉을 앞두고는 긴장이 오는 것 같아요. 그래도 기대했던 배우들간의 호흡이 잘 담겨 있는 거 같아서 좋았어요. 그 점은 정말 관객들에게 자부할 수 있어요.”
그는 이번 영화에서 여성미를 최대한 배제한 채 등장한다. 여성미의 대명사처럼 불리던 수애가 그 장점을 지우고 등장했다. 남성미의 절대치로 불리는 격렬한 아이스하키 운동선수가 이번 역할이었다. 더욱이 탈북 여성이다. 무뚝뚝하고 과묵한 성격을 드러내야 한다. 그 자체만으로도 수애는 이미지 변신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물론 수애는 평소 인라인을 즐겨 탈 정도로 운동 마니아였기에 이번 ‘아이스하키’ 촬영이 사실 좀 수월한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고. 하지만 촬영 중간중간 경험했던 ‘바디체크’는 지금 생각해도 온 몸이 아프고 머리가 ‘띵’하고 울릴 정도란다. 영화 속에서 너무도 실감나게 소화해 ‘대역’을 의심해 봤다. 너무 위험한 장면은 대역이었지만 디테일한 장면에선 직접 소화할 수 밖에 없었단다.
“촬영 기법이 다 있죠(웃음). 사실 너무 위험한 장면은 스턴트분들께서 대역을 해주셨어요. 실제 현장에는 ‘아이스하키’ 대표팀분들도 계셔서 촬영에 도움을 주셨고요. 아 ‘바디체크’요? 그게 정말 하하하.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까요. 커다란 트럭이 저한테 돌진해서 제가 부딪쳤을 때의 느낌? 진짜 엄청난 고통과 순간적인 공황상태가 와요. ‘바디체크’를 당하고 펜스에 부딪치고 나면 순간적으로 정신이 이탈했다고 돌아오는 느낌이랄까(웃음)”
영화 '국가대표2' 속 한 장면
“여배우만 있어서 기싸움은 없었냐는 질문은 많이 받았어요. 기싸움이요?(웃음) 너무 재미있고 다들 헤어지기 싫어서 눈물까지 흘렸는데요 하하하. 오죽하면 전부다 ‘국가대표3’ 기획되는 다시들 꼭 함께하자고 약속까지 했어요. 저도 물론 다시 할거에요. 다들 나이대가 비슷해서 공감대가 있었나 봐요. 수다도 얼마나 재미있고 또 수위가(웃음). 어쩔때는 ‘이런 얘기해도 되나?’할 정도로 쎈 발언들이 줄줄. 하하하.”
이번 영화에서 관객들이 놀랄 장면은 수애와 그의 동생역으로 등장하는 북한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역을 맡은 배우 박소담이었다. 영화 ‘검은사제들’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박소담이다. 두 사람의 시너지가 영화 후반부 ‘아이스하키’ 경기의 박진감을 더욱 끌어 올렸다. 감정과 스포츠의 격렬함이 기묘한 궁합을 이뤄냈다.
“사실 서로 감정을 나누기엔 시간도 부족했구요. 아쉬웠어요. ‘검은사제들’의 인기도 분명히 알고 있어서 박소담이란 배우가 어떨지 정말 궁금했어요. 그러던 찰나 제 동생으로 나온다니 너무 기뻤어요. 박소담을 만나보니 신인 때 제 모습이 생각나서 친근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워낙 잘하는 친구라 밀도 있는 장면에 집중을 잘 해줬어요. 전 실제로 남동생이 있어 자매애 연기에 도움이 많이 됐어요. 감정이입도 수월하게 잘 됐구요.”
영화 '국가대표2' 속 한 장면
“영화 ‘나의 결혼원정기’때도 북한말을 경험해 봐서 낯선 느낌은 없었어요. 이번에 북한말 선생님과도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어서 꽤 수월하게 배워 나갔던 것 같아요. 영화 속에서 사투리가 그리 많이 안담겨 있잖아요. 그게 제가 좀 감독님에게 제안을 드렸죠. 과장된 느낌의 사투리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묻어나는 자연스러움이 어떠신가하고요. 감독님도 오케이를 하셨죠.”
현장에서 함께 호흡한 여배우 동료들도 기억에 남지만 수애는 ‘큰 언니’ 오달수를 빼놓지 않았다. 청일점으로 현장을 누빈 오달수에게 ‘우리 영화의 꽃’이었다며 ‘큰 언니’란 호칭을 전해 주었다. 평소 말투가 없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 수애와 많이 닮아 있었다. 실제로도 두 사람은 그런 성격이면서도 아주 친한 사이라고.
영화 '국가대표2' 속 한 장면
영화 개봉을 앞둔 현재 가장 걱정되는 지점과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장의 모습을 그려달라고 했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이내 웃는 얼굴이지만 눈가가 조금은 촉촉해진 느낌으로 얘기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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